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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과 함께하겠다' 수요시위에 연대의 손길

[현장] 시민들 '사랑합니다' 손피켓, 보수단체는 맞불 집회... 이용수 할머니 "소모적 논쟁 지양해야"

등록 2020.05.13 18:23수정 2020.05.1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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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열린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1439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정의기억연대는 투명성을 입증하고 악의적 왜곡보도 대응을 위해 다수의 공인회계사에게 정의연 기부금을 검증받겠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열린 1439차 수요시위에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 이사장이 외쳤다. 그는 모든 논란에 대해 '정면돌파 한다'는 의지를 보이며 "정의연에선 개인의 자금 횡령이나 불법 운용은 절대 없다"라고 강조했다.

"호소한다. 정의연을 향한 일부 언론의 악의적인 왜곡보도는 모든 시민사회 전반에 대한 탄압이다. 친일적폐 반민족, 반인권, 반여성 세력에 동조하는 매국언론에 경고한다. 이 자리에서 30년 동안 헌신한 할머니들과 시민들 간의 연대를 훼손하지 마라. 우리는 꿋꿋이 행동할 것이다."

이 이사장의 발언이 끝나자 수요시위에 참석한 100여 명의 시민은 '사랑합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힘내라"라는 말을 연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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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열린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1439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연대' 강조한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

이날 수요시위에는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과 더불어시민당 구본기 최고위원도 참석했다.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출신인 정 의원은 "우리 사회에는 역사 왜곡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폄하하고 왜곡하려는 세력이 너무 많다"면서 "(시민 여러분이) 맞서서 함께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사실 오늘 수요시위에 오면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와 보니까 괜찮은 것 같다. 정의연 이사장님과 활동가들, 여성단체들이 앞으로도 열심히 한다고 하니 마음이 놓인다."


구 최고위원도 "오늘 직접 수요시위에 참석한 것은 더불어시민당 최고위원으로서 애정과 연대를 표하는 것"이라면서 "전력을 다해 연대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수요시위를 주관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성명에서 "성폭력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이 공고하던 시절, 척박한 환경에서 지금에 이르는 운동의 성과를 만들어내기까지 그 이면에는 여성인권평화운동가 할머니들과 헌신적으로 노력한 활동가들이 있었다"면서 "우리들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과 피해자들의 인권실현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굳건히 연대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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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1439차 정기 수요시위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중계로 진행됐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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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1439차 정기 수요시위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중계로 진행됐다. ⓒ 권우성

  
앞서 지난 7일 그간 정의연과 함께해 온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연이 성노예제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후원금을 쓰지 않는다. 수요집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정의연은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할머니의 주장에 대해 해명했지만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회계 부정 의혹이 계속 제기됐다.

이번 수요시위는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후 처음 열렸다.

보수단체, '임을 위한 행진곡' 개사해 '윤미향 퇴진' 외쳐 

이날 엄마부대, 자유의바람, 자유대한호국단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수요시위 시작 전에 맞불 집회를 놨다. 특히 자유대한호국단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중 희생된 윤상원과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1981년 작곡된 '임을 위한 행진곡'에 "윤미향은 사퇴해"라는 가사를 붙여 확성기를 이용해 노래를 불렀다.

이들은 소녀상 인근 연합뉴스TV 앞에 자리를 잡고 "위안부 할머니는 사업 아이템일 뿐이었냐"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윤미향 당선자의 의원직 박탈에 적극 나서라"라고 주장했다.

이후 일부 시위자와 삼각대에 핸드폰을 부착한 유튜버들이 소리를 지르며 수요시위 현장에 진입하려 했지만 경찰의 제지로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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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1439차 정기 수요시위가 열리는 가운데, 일부 보수단체들이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당선인(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규탄 및 수요시위 폐지 시위를 벌였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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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1439차 정기 수요시위가 열리는 가운데, 일부 보수단체들이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당선인(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규탄 및 수요시위 폐지 시위를 벌였다. ⓒ 권우성

    
이 할머니 입장문 "폄훼와 소모적인 논쟁은 지양되어야"

한편 이날 오후 경향신문은 지난 7일 기자회견 후 이용수 할머니가 언론에 처음 전한 입장문을 공개했다.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 명의로 작성된 입장문에서 이 할머니는 "폄훼와 소모적인 논쟁은 지양되어야 한다"면서 "지난 30여년간 진실을 밝히기 위한 투쟁 과정에서 나타났던 사업 방식의 오류나 잘못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 이것이 누군가를 비난하는 과정이 아니라 현 시대에 맞는 사업방식과 책임 있는 집행 과정, 그리고 투명한 공개를 통해 국민 누구나 공감하는 과정을 만들어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이용수 할머니의 입장문 전문이다.

5월 7일 기자회견 이후 관련 논란에 대한 입장문

저 이용수는 지난 5월 7일 기자회견 이후 우리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논란과 관련하여 몇가지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먼저, 제가 겪은, 또 일본의 만행을 똑같이 온 몸으로 겪어왔던 할머니들의 아픔이 반복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가해국인 일본의 공식적인 범죄인정과 사죄, 당시 진상규명과 그에 따른 법적 배상, 당시 책임자에 대한 공식적인 처벌과 향후 재발을 막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저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이 이루어져야 함을 밝힙니다.

저는 지난 30년간 이 문제 해결를 위하여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그 이후 정의기억연대와 더불어 많은 활동을 함께 하여 왔습니다. 그간 활동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의를 환기하고 전 인류가 다시는 이러한 행위가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공감과 참여와 행동을 이끌어 낸 성과에 대한 폄훼와 소모적인 논쟁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이러한 문제해결 과정은 가해국의 책임과는 별도로 직접 당사자인 한일 국민들 간 건전한 교류 관계 구축을 위한 미래 역사를 준비하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양국 학생들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한일 양국의 미래 관계를 구축해 나갈 학생들 간 교류와 공동행동 등 활동이 좀 더 확대되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권과 평화의 가치가 좀 더 널리 퍼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둘째, 지난 30여년간 진실을 밝히기 위한 투쟁 과정에서 나타났던 사업 방식의 오류나 잘못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이것이 누군가를 비난하는 과정이 아니라 현 시대에 맞는 사업방식과 책임 있는 집행 과정, 그리고 투명한 공개를 통해 국민 누구나 공감하는 과정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새로운 사업이 아닌 필요한 사업들을 집중하여 추진하고, 그 성과들을 정리하여 누구나 과정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셋째,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 간 졸속 합의와 관련하여 정부의 대민 의견 수렴과정과 그 내용, 그리고 정대협 관계자들의 정부 관계자 면담 시 대화 내용 등 관련한 내용이 조속히 공개되어 우리 사회의 신뢰가 회복되어야 합니다. 기성 언론에서 제기하고 있는 근거없는 억측과 비난, 편가르기 등이 우리를 위해 기여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직 우리 국민들의 믿음을 바탕으로 합의 과정 전반을 공개하고 국민들의 평가에 기반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생각합니다.

그간 우리의 활동은 많은 이들의 공감에 바탕하여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왔습니다.

아픔은 또다른 아픔으로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감싸고 보듬어주는 마음에서 치유된다 생각합니다.

그간 국민들께 많은 도움과 치유를 받아왔습니다.

자랑스런 국민들과 함께 만들어온 성과를 디딤돌 삼아 우리 사회 공통의 가치인 인권과 평화, 화해와 용서, 연대와 화합을 이루어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저 이용수는 그러한 가치를 세워나가는 길에 남은 여생, 미력이나마 함께 할 것임을 말씀드리며 많은 분들의 공감과 손잡음을 기대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5월 12일
여성인권운동가 이 용 수
#수요시위 #이용수 #윤미향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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