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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1700만 '2등 국민'을 위해 싸우겠다"

[인터뷰] '권유하다'로 돌아온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록 2020.05.21 08:02수정 2020.05.2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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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 대표 ⓒ 이희훈

    
"2등 국민"

마치 일제강점기 차별받은 조선인을 뜻했던 '2등 신민'을 연상케 하는 말이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12일 저녁 서울 영등포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인터뷰 내내 꺼내든 말이기도 하다. 

그는 "대한민국 헌법은 만인에게 평등한데 의무만 있고 권리를 제약당하는 국민들이 1700만 명이 넘는다"면서 "이들을 2등 국민으로 표현했다"라고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이 말한 2등 국민은 누구일까? 그는 "근로기준법 밖에 존재하는, 노조 문턱을 넘으려야 넘을 수 없는 노동자들"이라면서 "기간제 교사, 방과 후 강사, 제화노동자, 요양보호사, 대리운전사, 이주노동자, 서비스상담노동자 등 작은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임시직, 특수고용, 프리랜서를 뜻한다"라고 설명했다.

"해고 당하고도 말 한마디 못하고 현장을 나서는 수많은 노동자를 봤다. 노조에도 가입하지 못해 '나는 당연히 차별받고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1700만 명이 넘는다. 교도소에 앉아 생각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당사자가 직접 힘을 모으면 바꿀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사자들의 운동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다."

2018년 5월 21일 한 전 위원장은 화성교도소를 나오며 "미조직·비정규 노동자 조직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라는 말을 했다. 그로부터 1년 5개월 뒤인  2019년 10월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5인 미만 사업장과 임시직, 특수고용 노동자, 4대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위한 '권리찾기 유니온 권유하다'가 출범했다. 한 전 위원장은 '권유하다'의 초대 대표가 됐다.

'쌍차'로 돌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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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 대표 ⓒ 이희훈

 
지난 4일은 한 전 위원장 개인에게 매우 의미 깊은 날이었다. 11년 만에 자신의 회사인 쌍용자동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날 출근길에 장미꽃을 건네받은 그는 "오늘 아침 11년 만에 일상을 되찾은 내 뒷모습을 보고 아내가 '마음이 짠하다'고 하더라"라며 "다시는 한국 사회에 이런 대량해고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숙제로 남아 있다. 회사에 복귀하면 비정규직들의 처우 문제에 대해서도 침묵하지 않고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돌아보면 인고의 과정이었다. 전국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이었던 한 전 위원장은 2009년 이명박 정권 당시 터진 세계금융위기로 쌍용차가 노동자 2646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하자 이에 반대해 5월 말부터 8월 초까지 77일 동안 파업을 주도했다.

파업을 풀고 나오는 날 한 전 위원장은 구속됐고 2012년 8월까지 복역했다. 그러나 그는 회사로 돌아가지 못했다. 거리에서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을 외치며 송전탑에 올라갔다. 171일간 송전탑 고공 농성을 진행했다. 하지만 복직하지 못했다.

한 전 위원장은 그 이유가 구조적인 원인에 있다고 보고 '박근혜 정부에 대항하여 노동자 총파업을 조직한다'는 공약을 내세워 민주노총 위원장에 출마해 당선됐다. 공약대로 2015년 11월 대한민국 민중총궐기를 주도했다. 박근혜 정부는 총파업을 이유로 그를 다시 구속한다. 2015년 12월의 일이다. 2018년 5월에야 그는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문제는 파업부터 복직까지 걸린 11년의 시간 동안 쌍용차 해고자와 가족 등 30명이 세상을 등졌다. 

"교도소에서 면회가 날마다 되는 게 아니라서 (동료들과 가족들이 떠났다는) 소식을 신문지면을 통해 접했다. 견디기 어려웠다. 단절된 공간이라 무엇을 할 수 있는 것도 없어 '더는 죽음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 일일이 볼펜으로 만장(죽은 이를 슬퍼하여 지은 글)을 적어 독방 벽에 붙였다. 스무 장이 넘어갈 때쯤 세상 밖으로 나온 거다."

그가 복직하던 날 <조선일보>는 '쌍용차, 한상균 등 복직자 35명 11년만에 출근... 회사는 경영난'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들이 돌아온 쌍용차의 경영이 악화됐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면서 "쌍용차는 지난해 영업손실 2819억 원을 기록, 2009년 이후 최악의 경영난에 처해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전 위원장은 "쌍용차의 11년 투쟁은 해방 이후 성장정책으로만 일관해온 한국사회에 '해고가 옳은 것이냐'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면서 "당시 2646명의 정규직과 1000여 명 비정규직 등 모두 3500여 명이 구조조정을 당해 해고됐다. 비용을 절감하고 노동자들을 쫓아낸 결과가 무엇인가. 경영자 마음대로 해서 다시 위기가 닥쳤다는 사실이다. 과연 노동자의 문제인지, 회사의 문제인지, 지배구조의 문제인지 적나라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자들이 쌍용차를 살릴 수 있다. 대안도 있다. 정부와 이 문제를 이야기할 준비도 돼 있다. 노동자들도 언 발에 오줌 누는 방식으로 연명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다들 SUV의 강자로 쌍용차가 가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마음을 모아 쌍용차의 비전을 만들면 된다. 노동자들이 주도하며 나가야 한다."

한 전 위원장은 해고 이후 5년 6개월 동안의 수감생활을 포함해 교도소 안팎을 가리지 않고 쌍용차를 주변에 소개하고 팔았다. 자신도 "(교도소에서) 교도관들이 쌍용차랑 다른 회사 차 사양을 들고 와서 비교해달라는데 그냥 우리 거 사라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이유는 단 하나, 청춘을 바친 나의 회사라는 생각 때문이다. 

한상균 전 위원장은 2개월간 현장훈련(OJT) 및 업무 교육을 거쳐 7월께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권유하다' 대표 한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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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 대표 ⓒ 이희훈

 
한 전 위원장은 쌍용차로 돌아갔지만 자신이 직접 만든 '권유하다' 대표직도 비상임으로 겸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기대보다 권유하다의 활동이 널리 알려지진 않았다. 하지만 권유하다는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지금 당장 필요한 정책들을 선제적으로 내놓았다. 대표적인 것이 '긴급휴업급여' 신청과 관련된 서류의 간소화다. 이 부분을 설명할 때 한 전 위원장은 이를 드러내며 웃어 보였다.

"코로나19가 터진 이후 5인 미만 사업장과 4대 보험에 등록되지 못한 노동자, 근로기준법이 차별하는 노동자들의 삶이 가장 먼저 무너졌다. 이들부터 먼저 살펴야 하는데 정부는 제대로 숫자도 파악 못하고 있었다. 선제적으로 5인 미만 사업장 코로나19 긴급휴업급여와 관련해 서류를 간소화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어떻게 됐을까? 정부가 먼저 근로기준법 밖에 있는 노동자를 호명하고 찾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6일 보도자료를 통해 "고용유지지원금은 업종에 관계없이 일시적 경영난으로 고용조정이 불가피하게 된 사업주가 휴업, 휴직 등 고용유지조치를 한다면 누구든 신청하실 수 있다"면서 "파견 및 하청 사업장도 고용유지조치를 실시할 경우 지원금 신청이 가능하다"라고 발표했다.

권유하다의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모든 노동자가 노동현장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자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동시에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을 고발하는 운동도 병행하고 있다. 서류상으로 회사를 쪼개 5인 미만 사업자로 등록한 경우, 4명까지만 등록하고 나머지 직원은 등록하지 않은 경우 등 실제로는 5인 이상이 근무하는데 5인 미만이라고 허위로 등록한 회사를 고발하는 것이다(☞ 가짜 5인미만 사업장' 제보하기 페이지 http://omn.kr/1nlwf).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해고의 제한, 노동시간 한도 제한, 연장·휴일근로수당 지급, 연차휴가 등 근로기준법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다. 영세사업주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으로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이 예외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참여연대가 지난해 10월에 발간한 '임금체불 보고서'를 보면 2018년 임금체불 피해자의 41.6%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나왔다. 

권유하다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가 피해 상황 등을 권유하다 홈페이지에 올리면 이를 모아 해당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이 이뤄지도록 신청하고, 피해 노동자들을 대신해 대표 고발인을 맡을 계획이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위기지만 동시에 일하는 사람들 스스로 자신을 노동자라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라면서 "지금이야말로 개혁을 위한 최적의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날 민트색 '권리찾기 유니온' 점퍼를 입고 인터뷰를 진행한 한 전 위원장은 "절대적 약자들이, 노조에 들어오지 못한 노동자들이 민트처럼 은은한 연대의 기운으로 모이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나는 권유하다 운동이 대한민국에서 성공할 것을 확신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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