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방역, 두 마리 토끼 다 잡을 수 없다

[주장] 조급한 등교보다는 원격수업 운영과 등교수업 대비에 충실하자

등록 2020.05.15 11:51수정 2020.05.18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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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1학기의 절반'이 넘게 등교수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제는 감염병 추이에 따라 등교일을 조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본다. 앞으로 등교가 이루어진다 해도, 원격수업을 계속 진행한다 해도 학습결손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금껏 다섯 번의 등교 연기로 볼 때, 감염병 전파 추이에 따라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은 등교 일정을 근원적으로 다시 되돌아보고, 교육과정 운영에 대해서도 더 개방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히며, 1학기를 원격수업 위주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이제 교육당국은 학교급별로 등교일을 언제로 할 건가 보다는 학사일정과 교육활동에 대한 확고한 정책을 내놓을 때라 생각한다. 조급한 마음에 등교를 고집하거나, 학교에서 알아서 판단하라는 식의 무책임한 대책을 내놓아선 안 된다.

설령 등교수업이 이루어진다 하여도, 학생과 학생, 교사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이 제한된 상태로 수업만 받는다면,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등교한 것이 의미가 있을지 따져보아야 한다. 게다가 학교에는 교실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전파가 이루어질 수 있는 장소가 많다. 급식실, 화장실, 음수대, 놀이터, 도서실, 좁은 복도와 계단 등에서도 감염이 발생될 수 있다.

따라서 코로나19가 전파가 눈에 띄게 잡힐 때까지 조급한 등교수업보다는 원격수업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에 교육당국에 내실 있는 원격수업 진행과 등교수업 대비를 위한 제안을 하고자 한다.

1. 고3 학생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구체적인 대입전형 일정, 출제 범위와 난이도에 관한 사항을 미리 발표하여 고3학생들의 불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생활기록부에 기록할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록'에 대한 기준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여 대입전형 일정을 좀 더 연기하는 방안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등교수업을 할 경우에도 필요에 따라 원격수업을 병행하거나, 분반 수업 운영, 시차(요일차) 등교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2. 교육과정 편성‧운영에 과감한 조정이 있어야 한다. 교육부 고시문서인 교육과정 이수 기준(수업 시간)을 대폭 감축하여, 학교 여건에 맞게 재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수업 1시간(초 40분, 중 45분, 고 50분)을 상황에 맞게 단축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원격수업으로 구현이 어려운 음악, 체육, 미술, 실기 수업 등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가 있어야 한다.


3. 원격수업 장기화에 대비하여, 교육당국 차원의 출결 관리, 수업 운영, 평가에 대한 기준안을 제시해야 한다. 학교는 기준안에 근거하여 학교는 세부 운영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원격수업 운영 시 출결, 학습활동, 평가, 쌍방소통 등이 한 번에 이루어질 수 있는 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 그밖에 원격수업 안착을 위한 와이파이, 정보화 기기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저작권, 교사 초상권 침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4. 교사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방역과 긴급돌봄 지원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이들 지원인력이 긴급돌봄이나 등교수업 시 발열 검사(열화상 감지기 운영)나 유증상자(확진자) 발생 때 지원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5. 학교에서 유증상자(확진자)가 발생했을 경우, 학교나 교사에게 방역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한다. 어린이와 젊은 층 중에는 무증상 전파도 많기에, 학교가 최선을 다하여 방역한다 하여도 감염이 발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6. 사실상 등교수업과 다름없는 초등 긴급돌봄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지원인력을 배치하여 돌봄전담사와 함께 긴급돌봄을 운영하도록 하여야 한다. 돌봄교실에 더 강화된 방역 시행과 돌봄교실 공간당 수용 학생 수를 줄여서 감염병 전파를 차단해야 한다.

7. 특수학교(학급)에 대한 구체적 운영 원격수업이나 등교수업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 학생의 특성상 마스크를 장시간 착용하거나 개인위생을 관리하기 어렵다. 이를 지원할 수 있도록 사회복무요원이나 지원인력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

8. 유아는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 게다가 감염병에도 취약하다. 감염병 예방을 위해 수업일수 축소와 더불어 출석인정 가정학습일을 확대해야 한다. 등교수업 시에도 시차제나 격일제 등원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유아의 감염병 예방을 위해 보건교사(보건 지원인력) 배치가 시급하다.

9. 학교급식(우유급식)은 잠정적으로 중단하거나 간편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칸막이, 개인 물병 등을 준비한다고 하여도, 결국 마스크를 벗고 한 공간에서 식사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감염 위험이 커지게 된다. 코로나19 전파 상황에 따라 학교급식 운영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10. 방과후학교는 잠정적으로 중단해야 한다. 방과후학교가 운영되면 여러 학년이 섞여서 수시로 이동하고, 특정 공간에 함께 모여 활동할 수밖에 없다. 이는 감염병 전파의 위험을 높이기에 충분하다. 방과후학교 강사는 본인이 원한다면, 방역, 긴급돌봄, 특수학급, 유치원(병설 유치원) 등의 지원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였으면 한다.

11. 의심 증상이 있음에도 아이를 긴급돌봄 등에 보내는 경우, 단호히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이후 모든 책임은 보호자에게 있음을 명시화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유증상자 학생 보호자가 올 수 없을 경우를 대비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12. 교직원과 학생의 안전을 위한 지속적인 방역물품(마스크, 소독 티슈, 소독제 등) 지원이 필요하다. 고령, 임신, 기저 질환이 있는 교직원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에, 이에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또한, 학교 내에서 확진자 발생 시, 학생 간 따돌림이나 학교(교직원)에 책임을 전가하는 현상도 없도록 해야 한다.

방역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손을 씻기 위한 수도꼭지도 부족한 학교에서, 등교수업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효과에 비해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파행과 감염 위험이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교육활동을 온전히 다 하면서 코로나19를 동시에 차단할 수 있는 묘안은 없다고 본다. 위기 상황에 맞는 대응이 필요할 뿐이다. 교육과 방역 둘 다 잡으려는 정책은 과욕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학업이 중요하다 해도 아이들 안전만큼은 아니기 때문이다.
#등교 #등교수업 #원격수업 #코로나19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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