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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다운 주행 성능은 매력적인데 지구력은 '글쎄'

[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의 첫 전기차 EQC 400 4MATIC

등록 2020.05.17 12:07수정 2020.05.1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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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EQC 400 4MATIC의 주행 모습. ⓒ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의 EQC 400 4MATIC은 내연기관 시대를 제패해온 메르세데스-벤츠가 내놓은 첫 번째 순수 전기차다. 2018년 9월 처음 공개된 이후 국내에는 지난해 10월 첫 선을 보였다.

EQC 출시 당시 메르세데스-벤츠가 속한 다임러 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상징적으로 구현하는 모델"이라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국내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올해 4월까지 고작 47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기술력을 담아낸 전기차와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다.

지난 14일 서울스퀘어와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고양전시장을 왕복해 달리면서 EQC를 경험해 봤다.

벤츠다웠던 주행성능과 안정감 
 

메르세데스-벤츠의 EQC 400 4MATIC의 실내. ⓒ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운전석에 앉아 음성인식으로 작동하는 '인공지능 비서' MBUX부터 활성화했다. '안녕 벤츠'라고 말을 걸고 곧바로 실내 온도를 21도로 설정해달라고 부탁했다. MBUX는 똑똑하게 명령을 수행해 운전자를 도왔다. MBUX는 '내일 오전 7시에 차량이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해줘', '85%로 충전해줘' 등 차량 제어를 음성으로 명령해 실행할 수 있게 해준다.

벤츠 EQC 400 4매틱의 몸집은 아담하다. 길이 4770mm, 너비 1890mm, 높이 1620mm에 차량 내부 공간 크기를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875mm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사이즈다.

EQC에 탑재된 전기모터는 최고출력 408마력(hp)에 최대 토크 77.4kg.m의 힘을 자랑한다. 제로백(시속 0에서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5.1초밖에 되지 않을만큼 전기차 특유의 순간 가속력을 자랑한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물 위에서 미끄러지듯이 조용하게 움직인다. 도로에 올라서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민첩한 가속력이 전해져 온다. 고속 주행에서는 강한 토크 덕분에 순간 치고 나가는 힘이 넘친다.


가속 페달을 좀 더 강하게 밟으면 몸이 시트에 달라붙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속도계는 눈깜짝할 사이에 제한속도를 넘기 일쑤다. 하지만 불안하지는 않다. 고속에서의 안정감과 실내 정숙성은 벤츠답다.

똑똑한 주행보조시스템에 브레이크 안밟아도 감속하는 회생제동
 

메르세데스-벤츠의 EQC 400 4MATIC의 뒷모습. ⓒ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주행보조 시스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해낸다. 어댑티드 크루즈 컨트롤은 주행 시 스스로 속도를 조절해 앞 차와의 간격을 유지하고 차선유지 보조는 차가 차로 중앙을 유지한 채 달리도록 돕는다.

또 핸들에서 10초 이상 손을 떼면 운전자에게 1차 경고를 보내고 그래도 핸들을 잡지 않으면 운전자에게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해 스스로 차량을 멈춰 세운다.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하는 도심 구간이나 정체 구간에서는 회생제동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 회생제동은 감속할 때 모터를 발전기처럼 가동해 생산한 전기를 다시 배터리에 저장하는 방식인데 EQC는 4단계 모드를 제공한다. 운전대 뒤쪽에 있는 패들시프를 통해 조정하는데 감도가 가장 센 'D--' 모드에서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도 감속이 가능하다.

일시적인 배터리 충전에도 도움이 되지만 제동 속도가 너무 빨라 울컥거리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자주 사용할 경우 탑승자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반대로 'D+'에서는 회생제동을 중단시켜 차량 주행 동력을 증가시켜 준다.

매력 떨어뜨리는 짧은 주행거리... 전기차 보조금도 문제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의 유산을 충실히 이어받은 EQC의 주행 성능과 안정성은 분명 매력이 있다. 다만 EQC의 단점도 분명하다. 경쟁 모델 대비 짧은 최대 주행거리다. EQC는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했을 때 최대 309km를 주행할 수 있다. 벤츠가 충돌 안전성을 이유로 80kWh의 작은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했기 때문이다.

경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테슬라 모델X의 경우 100kWh의 배터리로 최대 472km까지 주행가능하고 현대자동차의 코나EV도 1회 충전으로 415km를 달릴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EQC의 최대 주행거리는 아쉬운 수준이다.

특히 구입 시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는 점도 EQC의 판매에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나라는 여름과 겨울의 기온 차가 커서 저온 상태에서의 주행거리가 상온 주행거리의 60% 이상이 돼야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0월 출시 당시 EQC는 저온 주행 거리가 171km로 상온의 55%에 그쳐 보조금 신청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이 때문에 EQC 구매자들은 원래 가격인 1억360만원(부가세 포함)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했다. 보조금 문제는 EQC 판매 부진의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이에 따라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소프트웨어 개선 작업을 거쳐 EQC의 저온 주행거리를 270km까지 끌어 올리고 정부에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위한 테스트를 신청했다. 테스트를 통과하고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선정되면 EQC의 실 구매가격은 9000만원대 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더 센 전기차 EQS 양산... "2039년까지 탄소중립 목표"
 

메르세데스-벤츠의 컨셉트카 '비전 EQS' ⓒ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첫 번째 전기차 출시는 늦었지만 벤츠는 앞으로 전동화 모델로 중심 이동을 준비 중이다. 2022년까지 전 차급에 10종 이상의 순수전기차를 출시하는 한편, 2039년까지는 탄소 중립적인 신차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차량은 더 이상 생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 같은 자사 미래차의 지향성을 보여주는 콘셉트카 '비전 EQS'를 14일 국내에서 공개하며 전동화 전략 추진 의지를 내보였다. 지난해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인 비전 EQS는 모터 출력 469마력에 최대 토크 77.5kg.m의 동력 성능을 갖췄다. 제로백은 4.5초이고 1회 충전으로 최대 700km를 주행할 수 있다. 특히 레벨3 수준의 반자율주행 기능이 적용될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비전 EQS를 내년부터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마크 레인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부사장은 이날 "비전 EQS는 모빌리티의 미래를 보여주는 미래지향적이고 진보적인 차량"이라며 "2022년까지 유럽에서 탄소 중립적 차량을 생산하고 2030년까지 전체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을 50% 이상 확대하는 한편 2039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EQC #EQS #메르세데스 벤츠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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