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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 지금 왜 '여성노동자'인가?

[해고·돌봄 0순위, 재난 속 여성노동자 ①] 재난 속에 드러난 성차별적 노동의 민낯을 주목하라

등록 2020.05.18 19:14수정 2020.05.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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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사회는 유례없는 재난을 마주했다. 일상의 회복을 향한 갖가지 노력과 정부대책이 세워졌으나, 여성노동이 저평가 되고 있던 사회에서 재난을 마주한 여성노동자는 해고 1순위에 처하고, 정당한 가치 인정 없이 가정과 사회에서 요구되는 돌봄노동을 모두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 제4회 '임금차별타파의 날'을 맞아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여성노동자들의 현실과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채 재난위기 대책이 논의 되고 있는 것에 문제제기 한다. 코로나19를 마주한 여성노동자들이 일터와 삶터에서 어떻게 살아나가고 있는지 <해고·돌봄 0순위, 재난 속 여성노동자>기획을 세워 총 13개의 글을 오마이뉴스에 기고해 여성의 현장 상황을 알리고자 한다.[기자말]
사회 전체가 이렇게나 위축된 적이 있던가? 코로나19는 감염병 환자 일부 뿐 아니라, 인류 전체를 크게 흔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재난은 평등하다.

하지만, 아니다.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코로나19는 마치 빛을 굴절시켜 그 색깔을 보여주는 렌즈와 같이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코로나19 재난은 바이러스 그 자체보다 더 큰 문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음을 다시금 확인케 한다.
  
위기 속 심화된 성차별, 해고 0순위=여성

"위기는 항상 성차별을 심화시킨다. (유엔여성기구 마리아 홀츠버그 인도주의 및 재난 위험특보)"

최근 발표되는 고용동향과 주변사례를 살펴보면 이 말은 과장없는 진실이다. 감염병 확산을 막고자 이동이 제한되자 경기는 급격하게 침체됐다. 정부통계에서도 대면을 기본으로 하는 도소매·숙박음식업·교육서비스업이 큰 타격을 입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모두 여성노동자들이 주로 포진해있는 부문이다. 몇년간 장사 잘하던 가게가 갑자기 폐업하는 모습, 작은 놀이방과 학원을 운영하던 친구들이 2~3월 수입이 0원이었다는 푸념,  갑자기 출근일 줄이자고 했다며 상담을 하던 친구의 전화 속에 통계숫자가 가깝게 체감된다.

통계청에서 발표된 4월까지의 고용동향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곧 여성의 얼굴하고 있음을 객관적 수치로 보여준다. 여성취업자는 지난 3월에는 11만 5천명, 4월에는 다시 29만 3천명이 감소했다(전년 동월대비). 특히 20대 여성의 취업자 감소는 어느 인구집단보다도 심각하다.

또한 2019년에 비해 126만 명이 증가한 일시휴직자 수(약 1607만 명)의 65.2%가 여성으로 나타났다. 여성 일시휴직자 수는 전년 대비 약 84만 4천 명이 증가한 수치인데, 이는 남성의 증가 보다 두 배가 넘는 것이다. '사업부진, 조업중단으로 인한 일시휴직자' 증감률을 작년과 비교해 살펴보면 여성의 상황은 더 끔직하다. 2020년 3월 기준, 여성이 '사업부진, 조업중단'으로 일시 휴직한 수는 작년 동월에 비해 44배가 증가했다. 남성이 10배 증가한 것에 비하면 여성들의 피해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더 극명히 알 수 있다.
 

2020년 제4회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에서 ⓒ 한국여성노동자회

 
여성 임금노동자의 과반이 넘는 수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 대부분 고용안정을 보장해 주지 않고 노조도 없는 소규모 영세사업장에 일하는 것, 늘어만 가는 초단시간 일자리를 포함한 시간제 일자리의 자리를 여성이 채우고 있는 것, 심지어 근로기준법 적용이 어려운 특수고용·비공식 노동자(가정관리사 등)로 많은 여성이 일하고 있는 것, 여성 취준생들이 채용에서부터 배제당하는 것 등등, 이 모든 고용상 차별이 재난의 기저에 작동한 결과이다.

재난 속 임금노동을 하는 여성들의 위기는 여성인 노동자의 피해,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여성이 시장에서 어떤 자리에 위치해 있는지, 왜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는 우리사회가 재난극복을 위해 타파해야할 불평등한 구조·메카니즘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계속 강화되고 있는 노동의 불안정성과 저임금화는 '여성을 가장 빨리 해고하고, 가장 나쁜 일자리로 복귀시키는' 흐름과 일치해왔다. [참고: 임윤옥, "코로나19와 여성노동자 '조용한 학살']. '위기가 심화시킨 성차별'이 또 다른 위기를 심화하는 것으로 악순환하는 것이다.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질서가 지금처럼 유지되는 한, 코로나19 재난 중에 여성시민들이 겪을 심각한 피해를 막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노동하는 모두의 피해극복과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노동위기에 근본적으로 대처하기도 어렵다. 이대로라면 불평등을 야기하는 구조는 더 공고해지고 양극화는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 재난 속 여성노동자들의 피해에 천착해, 성평등노동의 관점으로 각종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재난 속 여성의 노동에서 착안한 '돌봄'의 중요성, 포스트-코로나를 대비하는 핵심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일상을 회복하되 재난 이전의 불평등한 구조로의 회귀하는 것이 아닌, 근본적으로 재난을 극복하고 보다 안전하고 평등한 삶을 누리기 위해 지금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가치는 무엇인가? 이 역시 재난 속 여성의 일 경험에서 착안할 수 있다.

이번 재난으로 여성들이 생계를 충당할 임금을 받으며 할 수 있는 일은 줄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요구받는 여성의 노동은 결코 줄지 않았다. 여성들의 돌봄(가사노동 포함) 부담은 더 증가했다. 재택근무 실시·취업 등 경제활동 불가·일시휴직·해고 및 실직을 초래하는 산업의 위기와 공보육 기관·의료 및 사회복지시설이 폐쇄되다시피 하며 찾아온 '사회화된 돌봄'의 위기가 뒤엉켜, 돌봄노동의 부담이 다시 일개 가족 그 중에서도 '여성 구성원'의 역할로 지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2020년 3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가사·양육을 사유로 하여 비경제활동인구가 된 남성 인구는 감소한 반면, 여성은 크게 늘었다. 지난 3월 16일부터 이달 8일까지 접수된 가족돌봄휴가를 선택하는 비율도 여성이 약 2배 많다.(여성 64%, 남성 36%). 한편, 긴급상황에서 흔들림 없이 작동하는 공공의료의 중요성과 배제없이(이주민, 장애인, 노인, 아이 등) 양질로 제공되는 여타 돌봄 시스템의 필요성은 급부상하고 있다. 모두 여성이 집중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분야이다.
 

_ ⓒ 한국여성노동자회

 
사적영역의 돌봄을 전담하다시피 하는 재난 속 여성들, 공적영역의 돌봄을 집중수행하며 이 위기해결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여성들의 쉼 없는 노동에서 우리가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지향할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생산의 바퀴가 멈출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우리가 누군가의 노동으로 이루어진 돌봄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지금과 같은 재난 상황 중에는 특히 더욱 그러함을 여성'노동'자들의 온 삶이 증명하고 있다. 즉 공장의 바퀴가 쉬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 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우선되어야 할 것은 돌봄이 지속가능 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대책들은 신자유주의의 그늘 속에 '자본' 살리기 중심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을 어떤 방향성으로 살려낼 것인가, 경제 활성화의 참된 지향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인다. [참고기사 : 김현미, "두 달여 '멈춤'에 심화된 성차별"] 시민노동자가 스스로와 서로를 충분히 돌볼 수 있어야 기업도 살고 경제도 활성화 될텐데, 여성노동자를 포함한 개인들의 피해를 복구하고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은 적은 대상에게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시혜적 미봉책 수준이다.

1997년, 2008년 경제위기를 통해 배운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도 유지되고 민생도 산다'는 드롭다운 방식의 실패를 기억해야 한다. 생산과 효율의 허명아래 '착취'를 동력삼아 굴러가던 기존의 질서는 틀렸다는 것을 이제는 전 사회가 깨닫고 각성해야 한다.

자본의 이윤 중심 논리는 재난의 원인인 동시에 재난 중 요구되는 필요와 대척점에 있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돌봄의 위기를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누군가가 과중하게 부담하며 합당한 보상과 인정 없는 착취 속에 생산·재생산노동을 수행하지 않아도 되는, 그래서 재난 속에서도 그 피해가 취약한 위치에 있는 이들에게 몰리지 않고 양질의 상호돌봄이 지속될 수 있는 대안사회를 만드는 것이 모두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안전망에서 제외된 임시일용직·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권과 생계를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것, 저평가된 돌봄노동에 제대로 된 임금을 주는 것, 전 사회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여나가고 워라밸이 가능케 하는 것, 비용논리를 벗어나 양질의 사회적 돌봄시스템을 재구축 하0는 것 등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참고기사: "더 받을 자격 있다" : 캐나다가 간호사, 병원 청소원 등 '필수 노동자'의 임금을 인상한다] 나아가 정부는 거시적 경기부양책, 일자리 정책, 재난지원제도를 설계할 때 어떻게 돌봄 중심성을 담지할 것인지 핵심의제로 논의하고 반영해, 사회변혁을 추동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 위기 속, 다시 한번 여성에 주목하라

코로나 위기,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재난'을 등에 업고 더 기세등등해진 차별의 화마가 인구의 절반인 여성시민을 더욱 위기로 몰아넣고 있건만,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 더하여, 이 위기 중에도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여성들이 애간장을 써 감당하는 돌봄이 재난 이후를 준비하는 핵심 의제로 대두되지 않는 것 또한 매우 걱정스럽다. 재난위기 속 여성의 피해는 막대한데, 위기 해결을 위한 공론장에 여성의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글의 서두에서 인용한 "재난은 항상 성차별을 심화한다"는 말은 "심화된 성차별은 재난을 심화한다"와 함께 기억되어야 한다. 회복과 전환이 필요한 지금, 노동자이자 돌봄자이며, 구조의 피해자이자 변화를 만들 주체인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에 이제라도 주목하길 바란다.

* [상담] 코로나19 관련 여성 노동상담 : 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tel.1670-1611(전국공통) / 전국여성노동조합 상담전화 tel. 1644-1884(전국공통)
* [참여] '코로나19가 여성의 임금노동과 가족 내 돌봄노동에 미친 영향' 설문조사 : 
https://bit.ly/2020womenworker
* 다음 기사: 대구 사회복지사가 겪은 코로나19...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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