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기술의 두 얼굴

최신 기술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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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psung32)등록 2020.05.23 17:58
  최근 코로나 19가 전세계적으로 대유행하면서 마스크의 보급이 어려워진 요즘, 카이스트 연구팀이 빨아 쓰는 '나노섬유 마스크'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보건용 마스크는 정전기를 이용하여 미세먼지나 바이러스 같은 이물질을 걸러내는데, 세탁을 하게 되면 정전기 필터와 미세먼지 거름 필터가 손상되어 마스크의 필터 효과가 거의 사라진다. 이에 반해 새로 개발한 나노섬유 마스크는 에탄올 소독 혹은 세탁을 해도 재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세계적인 마스크 부족 현상과 일회용 마스크 사용으로 인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나노 기술의 발달이 앞으로의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지만, 나노 기술 과연 좋기만 한 것일까?


대중들에게 나노(nano)란?

  나노섬유 마스크의 '나노'의 뜻은 도대체 무엇일까. '나노'라는 단어만큼 대중들에게 친숙하면서도 친숙하지 않은 단어는 없을 것이다. 많은 기업에서 나노 기술을 이용한 세탁기, 나노 화장품, 나노 페인트 등 제품의 품목을 가리지 않고 나노 기술을 사용했다며 널리 홍보해왔다. 이뿐만이 아니라 아주 자세히, 낱낱이 분석하거나 살펴볼 때 나노 크기로 나눈다는 말을 사용하곤 한다. 이렇게 실생활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나노라는 단어는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나노의 뜻을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엄청 작은 크기'라고 답할 것이다. 아주 틀린 답은 아니지만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나노란 정확히 무슨 뜻이고, 우리가 나노 기술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나노의 뜻과 나노 기술

  나노(nano, 이하 n)는 난쟁이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나노스(nanos)에서 유래했으며, 1 나노미터(nm)는 10^(-9) (10억분의 1)미터이다. 차원을 막론하고 물질을 이루는 유닛(unit)이 하나라도 나노 범위에 포함된다면 우리는 이 물질을 나노 물질이라고 하고, 여기서 말하는 나노 범위란 1~100nm (나노미터)이다.

 

생트 샤펠의 스테인드 글라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생트 샤펠의 내부 모습이다. 13세기 스테인드 글라스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사진이다. (pixabay) ⓒ iankelsall1

 
  인간 생활에서 나노 물질을 활용한 역사는 꽤 오래 되었는데, 금과 은 나노 입자를 이용하여 유리에 화려하게 색을 넣은 중세 시대의 스테인드 글라스 역시 좋은 예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나노 입자를 이용하여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의 조기 진단과 새료운 치료를 가능케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의공학 외에도 전자부품, 화장품, 신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업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일상적인 소비자 제품, 제조 공정 및 의료 제품의 일부에서 나노 물질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일상생활에서 나노 입자가 인체와 환경에 노출될 위험 또한 증가하고 있다.


나노 기술과 안전성

  의료 기술과 신소재 개발에 사용되는 나노 기술은 과연 안전한 것일까? 나노 기술은 지난 10여년간 다양한 과학 기술 분야에서 전세계적으로 주목받아 왔디. 파스코알리노에 따르면 나노 기술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면서 세계 시장이 활성화되었고, 이 분야를 겨냥한 제품과 공정의 사용과 소비가 증가했다. 이처럼 나노 기술의 상업화가 진행되자 나노 물질이 가진 독성에 대해서 연구하는 나노 독성학(nanotoxicology)의 필요성도 증가해왔다. 나노 과학과 나노 기술은 산업과 의학 분야의 발전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나노 물질은 유기체와 환경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 살균 효과를 가지고 있지만 비싼 은 대신 은 나노 입자를 살균에 사용하는 제품이 인기를 끌었으나, 은 나노 입자가 신체 일부 기관에서 배출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정상 세포에 나노 크기의 탄소 나노 튜브 (대표적인 나노 물질 중 하나)를 뿌렸더니 세포가 사멸한 실험 결과도 있다.
  나노 물질과 관련된 독성학적 연구는 여전히 부족하며, 그 결과는 종종 논란이 된다. 나노 물질의 독성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제한적이기 때문에 검사를 하더라도 안정성과 유효성을 검토하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물론이고, 완전히 인체에 무해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은이 평소에는 독성을 띄지 않지만 나노 입자가 되었을 때는 독성을 가지듯, 때론 어떤 물질이 나노 크기이기 때문에 독성을 가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노 물질은 나쁜 것?

  나노 기술 산업은 비교적 등장한지 오래되지 않은 분야로 아직까지는 시작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이 때문에 나노 물질의 문제점에 대해 밝혀진 바도 많지 않으며 나노 물질에 대한 법령이나 규제도 뚜렷하지 않은 상태이다. 또한 나노제품에 대한 무분별한 광고가 등장하면서 나노제품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또한 생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나노 기술과 나노 물질이 부정적인 기술만인 것은 아니다. 나노 기술은 기존의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나노 수준에서의 연구를 가능케 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첨단 기술 산업에서 아주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많은 나라에서 나노 물질의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또한 이번 카이스트에서 개발한 나노섬유 마스크가 유해성 검증을 마치고 식약처에서 허가를 받으면 우리나라의 나노 산업이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대중들은 최신기술을 무조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시선에서 바라보지 않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 박응서, "미세먼지 막아주는 1회용 마스크! 정말 1번만 쓰고 버려야 하나?", SEMA, https://www.sema.or.kr/webzine/190424/sub_06.html (접속일: 2020. 05. 15)
- 김만기, <세탁해서 계속 쓰는 나노섬유 마스크 만들었다>, 파이낸셜 뉴스, 2020. 03. 16, https://www.fnnews.com/news/202003161321465355 (접속일: 2020. 05. 15)
- Shahriar Sharifi 외 5, <Toxicity of nanomaterials>, PMC, 2011. 12. 14,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4703119/ (접속일: 2020.05.16)
- Matheus M. Roberto·Cintya A. Christofoletti, <How to Assess Nanomaterial Toxicity? An Environmental and Human Health Approach>, IntechOpen, 2019, p.3
- "Nanotoxicology",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Nanotoxicology (접속일: 2020. 05. 16)
- 연합뉴스 제공, "은나노입자, 크기와 상관없이 독성은 동일", ScienceTimes, 2013. 09. 12,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9d%80%eb%82%98%eb%85%b8%ec%9e%85%ec%9e%90-%ed%81%ac%ea%b8%b0%ec%99%80-%ec%83%81%ea%b4%80%ec%97%86%ec%9d%b4-%eb%8f%85%ec%84%b1%ec%9d%80-%eb%8f%99%ec%9d%bc/ (접속일: 2020.05.16)
- 김진일, "식약처, '나노필터 마스크는 안전성·유효성 허가되지 않은 제품' 해명", 한국섬유경제, 2020. 03. 25, http://www.ktenews.co.kr/bbs/board.php?bo_table=hot_news&wr_id=7897 (접속일: 2020. 05. 16)
- "국내·외 정책/관리동향", NANOsafety, http://nano.nier.go.kr/nano/simple/simplepage.do?mnuid=01&submnuid=03&viewKey=content.nanoinfo04 (접속일: 2020.05.19)
- "나노융합기술", NANOsafety, http://nano.nier.go.kr/nano/simple/simplepage.do?mnuid=01&submnuid=03&viewKey=content.nanoinfo01030203 (접속일: 202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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