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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재기 심해지면 휴지 대신 전두환 회고록 쓸 수도"

[인터뷰] 5·18 평화봉사단 빌 에이머스가 말하는 미국 코로나19 현실

등록 2020.05.18 19:43수정 2020.05.1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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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봉사단 자격으로 1979년~1981년 한국에 머물렀던 빌 에이머스가 1979년 자신이 근무하던 목포의 한 병원에서 직원들과 찍은 사진이다. ⓒ 빌 에이머스 제공

 
"아이러니하게도 1979년에는 한국에 전염병 치료를 도우러 갔었지만 오히려 미국에 더 심각한 전염병이 생겼네요. 한국은 미국보다 코로나19 치료가 잘되고 있는 것 같아요. 한국이 성장하고 미국은 쇠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와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미국인 빌 에이머스(63)는 위와 같이 적었다. 빌 에이머스는 1979년 4월 27일 한국에 처음 왔다. 40년이 흘렀지만 그는 날짜까지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당시 한국에 도착해 10주 동안 언어, 문화, 의료 등 교육을 받은 뒤에 목포 시립 보건소에 파견돼 결핵 조절 활동가(tuberculosis control worker)로 한국의 결핵과 한센병 환자들의 치료를 도왔다.

에이머스가 보기에 1979년 한국은 전염병에 취약한 국가였지만 2020년 한국은 다르다. 그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잘 통제되고 있는 것이 놀랍고 기쁘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 대처가 너무나 미비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에도 유튜브에서 아리랑TV를 보면서 한국 뉴스를 접한다고 했다. 에이머스는 현재 미국 아이다호주에 살고 있다. 그는 아이다호주에서 2000명의 코로나19 확진자와 100명 미만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에이머스는 간접적으로 1980년 광주를 경험한 사람으로 미국으로 돌아가 1980년 광주를 배경으로 한 소설 <기쁨의 씨앗>(The Seed of Joy)을 썼다. 이 소설은 해외에서 출간된 최초의 5·18 관련 소설이지만 한국어로는 번역되지 않았다. 빌 에이머스와 5월 13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광주에 가면 안 된다는 발표가 라디오에서 들려왔다"
 

평화봉사단 자격으로 1979년~1981년 한국에 머물렀던 빌 에이머스가 1979년 자신이 근무하던 목포에서 한 학생과 찍은 사진이다. ⓒ 빌 에이머스 제공

 
- 1980년대 한국에 평화봉사단으로 와서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저는 보건소에서 결핵 조절 활동가로 일했습니다. 환자 방문과 실험실 업무 등 여러 가지 일을 했습니다. 한센병 환자들과 함께 일한 건 아니지만 경기도 안양과 수원 사이에 있는 성라자로마을(한국한센복지협회 부설 한센병 환자 재정착 마을) 안에서 살았습니다."

-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나요?
"특히 한 결핵환자가 기억에 남습니다. 다 쓰러져가는 집에 사는 노년 여성이었는데요. 저와 한국인 동료가 그녀를 방문했어요. 그녀는 기차 경적 같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녀가 말하기 시작하면 저와 동료는 꼼짝할 수 없었어요. 결핵성 후두염을 앓고 있었기에 감염성이 매우 높았습니다. 우리는 가래 샘플을 빠르게 채취해 집에서 빨리 나왔습니다. 내내 숨을 참고 있었습니다."

- 1980년대 한국의 보건 상황은 어땠나요?
"당시 한국에서 결핵은 중요한 의료 문제였습니다. 모든 지역 보건소에 결핵 조절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많은 평화봉사단원이 그 분야에서 일했고요. 저희는 가정 방문을 통해 많은 잠재적 환자들을 만났어요. 대개 저희는 푸른 눈의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주의를 끌었고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습니다.

한센병 환자들에 대해 강한 사회적 낙인이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에는 한센병 환자들을 위한 재정착 마을이 곳곳에 있었어요. 그곳에서 사람들은 치료를 받으면서 안전하게 살 수 있었습니다. 통념과 달리 한센병은 전염성이 강하지 않으며 치료제가 있다면 전염력을 없앨 수 있습니다."

- 소설 <기쁨의 씨앗>은 아쉽게도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았습니다. 소설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시겠어요?
"인디애나주 출신 미국 평화봉사단원이 한국에 도착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부주의한 보건소 공무원부터 도심 곳곳에서 발생하는 폭력적인 정치적 갈등과 한센인 수용소의 모진 추위에 이르기까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을 마주하지요.

그가 정치에 적극적인 교사와 사랑에 빠지면서 한국 계엄 정부에 저항하게 됩니다.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유혈사태에 휩쓸리면서 사랑과 상실, 자유와 책임을 위해 싸운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은 실제 사실에 기반을 둔 픽션입니다."

- 1980년 5월 18일에 무엇을 하고 계셨나요?
"5월 18일에 저는 안양 시립 보건소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광주에 가서는 안 된다는 발표가 라디오에서 들리기에 뭔가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전 서울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 참여했기에 광주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짐작했습니다. 그러나 얼마나 더 심각한지 몰랐어요. 그 주에 저는 서울 시내에 위치한 평화봉사단 사무실을 오가면서 상황을 더 알아보려고 했습니다."

"미국이 박정희·전두환 시절 한국과 같은 길 가고 있는 것 같아 두려워"
 

목포, 안양에서 평화봉사단으로 근무한 빌 에이머스는 주변 동료들의 증언과 목포에서의 근무 경험을 토대로 1999년 소설 를 썼다. 이 소설은 외국에서 나온 첫 5.18민주화운동 관련 소설이다. ⓒ 빌 에이머스 제공

 
-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어떻게 지내시나요?
"저는 의학 작가인데요. 온종일 컴퓨터 앞에서 작업합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3월 중순에 사무실을 폐쇄하고 모든 직원에게 집에서 일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일할 때와 마찬가지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따금 식료품 상점과 코스트코를 가는 걸 제외하면 어디에도 가지 않습니다. 어딘가를 방문할 때면 언제나 마스크와 장갑을 챙깁니다. 비타민D가 신체 면역체계를 향상시킨다고 들어서 영양제를 챙겨 먹고 있습니다."

- 미국에서 사재기가 일어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어떤 불편함을 느끼고 계신가요?
"이상하게도 상점 진열대에서 가장 먼저 사라진 것 중 하나가 화장실 휴지였습니다. 우리 집에는 휴지가 많았지만 몇 주가 지나도록 휴지를 구할 수 없었습니다. 휴지가 다 떨어지면 당신이 전두환의 회고록을 보내주실 수도 있겠죠. 그러면 그걸 화장실 휴지 대신 쓰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제가 화장실 휴지 대신 이를 사용한다면 우리 집 배수관은 터져버리겠지만요.

손 세정제와 술, 살균 티슈도 부족합니다. 운이 좋아 입고된 시점에 구매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상점들은 해당 품목의 구매량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애초에 집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꽤 편안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터의 친구들이 그립기는 합니다. 너무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에 경제가 걱정되기도 합니다."

- 최근 미국 정부의 대응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미국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에 잘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첫 확진자가 나온 시기는 미국과 한국이 비슷합니다. 한국은 인구가 적지만 인구 밀도는 훨씬 높은데도 전염병에 빠르고 단호하게 대처했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을 검사했고 사망자 숫자가 300명 미만(18일 현재 263명, 기자주)입니다. 미국은 극히 일부만을 검사했고 8만7000여 명(18일 현재 9만978명, 기자주)이 사망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감염 확산 방지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잘 유지됐어요. 미국 주 정부 중 일부는 사망자가 계속 느는데도 제한 조치를 완화하려고 합니다. 탁월한 과학자들의 조언을 따르지 않는 연방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실망했습니다."

- 당신 인생에서 5·18은 어떤 의미인가요?
"나에게 그리고 우리나라에 소망의 사례이자 원천입니다. 저는 미국이 박정희와 전두환 시절 한국과 같은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아 두렵습니다. 트럼프가 물러나지 않는다면 문제는 더 악화될 것입니다. 어쩌면 이제 막 시작된 것일 뿐인지도 모릅니다.

한국은 5·18 당시만이 아니라 이전과 이후에도 끔찍한 고통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더 강해졌습니다. 저는 미국도 그러기를 바랍니다. 다만 수많은 시민을 살해하지 않고서 말입니다."

(번역: 최현지)

The Seed of Joy (Paperback)

William Amos (지은이),
CreateSpace,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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