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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 성향 교수 뒤에는 'MB 국정원'이 있었다

국정원 문건에 등장하는 충북대 명예교수... "신념일 뿐 국정원과 관계 없다"

등록 2020.05.19 14:50수정 2020.05.1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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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인뉴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대통령기록관실을 압수수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기록관실에 잠들어 있던 문건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명박 정부 당시 생산되거나, 국가기관으로부터 접수된 대통령기록물 중 하나다. 

2010년 3월부터 12월까지 국정원에서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실로 발신한 이 내부 문건에는 안성호 충북대 명예교수가 등장한다. 내부 문건 제목은 '충북대 안성호 교수, 천안함 관련 언론기고문 게재 조치'다. 
 
'안성호 충북대교수(지식인자유포럼 대표, 국발협 충북지회장)로 하여금 천안함 관련 기고문을 작성토록 하여' 
'충청투데이는 5·31 특별기고 형식으로 "천안함 폭침 자행한 김정일 정권을 규탄한다" 제하로 보도 조치하였음'
- '충북대 안성호 교수, 천안함 관련 언론기고문 게재 조치' 문건 일부 



그는 정말 국정원의 지시를 받아 칼럼을 게재하게 됐을까. 당시 안 교수는 충북대 정치외교학과에 재직하면서 국가발전미래협의회(이하 국발협) 충북지회장을 맡고 있었다. 내부 문건에 따르면 국정원은 국발협에 여러 지시를 하달해왔다. 

그 위에는 청와대와 국정원장이 있었다. 당시 국정원 국익전략실은 특정 현안과 관련된 내용을 분석하거나 자체적으로 정보를 생산해내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2010년 1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지시로 국발협이 설립됐다. 

국발협은 무슨 단체인가 

다시 말해 국발협은 국정원에 의해 만들어진 단체다. 2010년 3월 18일 원 전 원장의 지시사항으로 '국발협 시·도 지회 설립방안'이 내려온다. 이 시기에 안 교수는 국발협 충북지회장이 된다. 

국정원이 국발협을 설립한 이유는 하나다. 종북좌파를 척결하기 위해 보수단체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다. 국정원은 국발협 소속 안보강사들을 직접 발굴해 이명박 정부 정책의 홍보와 지원을 맡겼다. 


원 전 원장은 '안보 교육'을 거듭 강조해왔다. 2010년 3월 9일 열린 국발협 회장단과의 오찬에서 "좌파정부가 5년만 더 지속됐으면 안보 의식 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뻔했다"며 "국발협 활동을 통해 다른 생각을 지닌 이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국정원 내부 문건에서는 <충청투데이>에 칼럼이 실었다고 나와있지만, 같은 제목의 기고문은 <충북일보>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안 교수는 이 칼럼에서 천안함 사건의 배후로 '김정일 정권'을 지목했다.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천안함 조사 결과를 옹호했다. 당시 야당에 대한 비판도 담았다. 칼럼 내용 일부를 전하자면 이렇다. 
 
"멋모르고 조종당하는 종북 세력들을 구분해서 재교육시켜야 한다
김정일 정권을 규탄하지는 못할망정 어떻게 우리 정부(이명박 정권)의 세심하고 꼼꼼한 과학적 합동 수사를 비난하고, 46명의 전사자를 부끄럽게 만드는지 어처구니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야당 대표는 거짓말쟁이니 안보장사를 한다느니 망발을 하고, 야당은 사사건건 여당의 일에 대해 국가 문제든 당파적 문제든 정책적 대안이든 모두 다 반대하고 있다 ."



ⓒ 충북일보 기사 화면 갈무리 ⓒ 충북인뉴스



"국정원과 관계없다" 

안 교수는 자신의 칼럼은 국정원과 전혀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 18일 <충북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북한에 대비하려는 신념을 가지고 한 일"이라며 "다른 뜻은 없다"고 강조했다. 칼럼 게재가 자신의 소신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다. 

국정원-국발협 사이의 연관성이나 자신의 이름이 내부 문건에 등장한 점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답했다. 안 교수는 "나는 항상 객관적인 자료를 가지고 쓴다"며 "근거 자료가 필요할 때 국정원이나 보훈처에 요청해서 받아 쓴 게 전부"라고 반박했다. 


"전두환 독재 정권을 비호하면 안 되듯이 북한주민을 광주시민이라 생각하면 얼마나 고통스럽겠습니까? 북한에 대비하려면 북한에 민주화가 와야 한다, 북한에 민주화가 오려면 북한 독재정권이 무너져야 하는데 그 방법은 두 가지가 있죠.

북한 내부에서 하는 방법이랑 외부에서 하는 방법인데…. 외부 중심이 유엔이나 미국이기 때문에 그 자료에 의존해서 쓸 수밖에 없는 거죠."
- 안성호 교수와의 전화 인터뷰 내용 일부 (2020년 5월 18일) 



안 교수는 이전에도 우파 단체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지역 모임 청풍비전21 소속이었다. 또한 중도보수 성향의 교수들이 모인 지식인자유포럼 대표를 맡아 한나라당 충북도당과 함께 정책 포럼을 열기도 했다. 


민병환 당시 국정원 2차장의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 내용 ⓒ 충북인뉴스

그가 충북 지역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이번 4·15 총선에서는 청주 상당구에 출마한 윤갑근 미래통합당 후보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미래통합당 충북도당 충북도의원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했다. 

지난해 정년퇴임을 했지만, 지금도 강연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2018년에는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분권제도분과위원장까지 맡았다. 그는 지역 언론에도 자주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다. 그가 방송사 패널이나 신문사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모습은 쉽게 포착된다. 

이명박의 '안보'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국정원-국발협의 관계는 '돈' 앞에서 명확해진다. 국발협이 설립된 시점부터 청산된 2014년까지 국정원 예산 63억 원이 지원됐다. △사무실 임대료 △상근직원 인건비 △강사료까지 포함된 금액이다. 국정원은 보안 차원에서 무통장 입금 또는 현금으로 직접 국발협에 지원금을 전달해왔다. 

국정원은 '보수단체-기업 간 금전 지원 주선사업'을 마련하기도 했다. 기업과 보수단체를 일대일로 매칭해주고, 보수단체에 안정적인 자금 지원이 이뤄지도록 만든 것이다. 말 그대로 국정원의 '전폭적인 지지'가 국발협에 뒷받침이 됐다. 

내부 문건에 따르면 이 시기 동안 국정원은 국정 기여도와 활동력, 종북세력 대응 실적, 영향력 등을 기준으로 21개 보수단체를 관리·지원했다. 대상 단체들은 A~D등급으로 나눠 기업으로부터 받은 연간 후원액을 차등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국발협은 B등급을 받아 매년 8천만 원을 챙겼다. 

이명박 정권이 말하던 '안보'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당시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안보교육 실시 협조 요청 및 교육계획 제출 요청' 공문에 첨부한 안보전문 강사는 모두 44명이다. 여기서 70%(31명)가 국발협 소속으로 알려졌다. 

국발협은 이명박 정권의 정치 개입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단서가 되어 법정에 섰다. 지난 2월 7일 원 전 원장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로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았다. 국정원 직원 상당수를 동원해 대통령을 홍보하고, 노골적으로 여론 형성을 지시한 점이 판결 이유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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