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코로나19 시대의 여성 초단시간노동자... 여기가 '사각지대'

[해고·돌봄 0순위, 재난 속 여성노동자 ④] 법적보호 받지 못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을 보라

등록 2020.05.20 18:02수정 2020.05.26 18:13
5
원고료로 응원
올해 초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사회는 유례없는 재난을 마주했다. 일상의 회복을 향한 갖가지 노력과 정부대책이 세워졌으나, 여성노동이 저평가 되고 있던 사회에서 재난을 마주한 여성노동자는 해고 1순위에 처하고, 정당한 가치 인정 없이 가정과 사회에서 요구되는 돌봄노동을 모두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 제4회 '임금차별타파의 날'을 맞아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여성노동자들의 현실과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채 재난위기 대책이 논의 되고 있는 것에 문제제기 한다. 코로나19를 마주한 여성노동자들이 일터와 삶터에서 어떻게 살아나가고 있는지 <해고·돌봄 0순위, 재난 속 여성노동자>기획을 세워 총 13개의 글을 오마이뉴스에 기고해 여성의 현장 상황을 알리고자 한다[편집자말]
[이전 기사: 재택근무 하자마자 월급 줄어... 콜센터상담원이 겪는 이중고]

2020년 2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을 덮쳐버렸다. 코로나19로 인해 노동자들이 해고를 당하거나, 무급휴가나 임금 삭감을 강요당하고, 재계약을 못하는 등 많은 사례가 언론보도를 통해 터져 나왔다.

정부에서 다양한 고용안정 특별대책을 마련했지만 그마저도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2019년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는 93.2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중 고용보험 가입율은 2.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해 무급휴직한 근로자 지원은 고용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여, 초단시간 노동자는 무급휴직 하더라도 지원금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그동안 법적 보호를 받지 못했던 프리랜서 노동자를 지원하는 내용이 일부 포함되었지만 현실은 프리랜서 노동자의 규모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프리랜서의 경우 서면계약 없이 구두계약으로만 일하거나, 스스로가 일을 하고 있다는 것과 일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지원금의 대상에서 제외 될 수 있으며, 해고나 권고사직을 당해도 법으로 보호 받지 못하고 있다.

쉽게 쓰이고, 해고 당하는 초단시간노동자

커피숍에서 일하는 20대 A씨는 초단시간 노동자로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학교 수업과 일을 병행하기 위해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 하고 있으며, 급여는 최저시급으로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근무시간이 1~2시간 단축 되었어요.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한참 심각 했을 때에는 당일 날 나오지 말라고 통보 받기도 했어요. 손님들과 대면하는 업무를 하다 보니 마스크를 써야 하는데 마스크는 개인이 구입해야 해요. 매장에서 손님과 대면하거나 손님이 사용한 컵을 씻을 때는 바이러스에 옮을까봐 걱정 됐어요."

근무시간이 줄어드니 당연히 급여도 줄어들었고 매월 40만원~50만원을 받았던 급여가 지금은 30만원~40만원이 되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A씨는 커피숍 매출이 줄어 해고당하거나 무급으로 쉬라고 할까봐 불안해했다.

그럼에도 A씨는 다른 친구들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했다. 카페, 식당, 과외,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는 친구들 중에는 무기한 휴직을 권고 받아 당장 월세나 교통비 식비 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무기한 휴직을 권고 받은 경우는 언제 다시 복직 할지 몰라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해 지금은 일자리 자체가 없어 다른 일을 구할 수도 없는 형편이기도 했다. 남성 친구는 건설현장 일용직 등 아르바이트를 구해 생계를 유지하기도 했지만, 여성 친구들은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는 것조차도 어렵다고 했다.

2019년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시간제 일자리 중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일자리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특히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일자리에 종사하는 취업자 중 여성 비중은 2004년 8월 58.6%에서 2019년 8월 64.9%로 증가 했다.
 

초단시간 취업자 수 중 20대의 경우, 전년 동월과 비교했을 때 2020년 3월 여성 취업자수가 남성취업자에 비해 감소했고, 그 중 20대 초반 여성들이 큰폭으로 감소되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통계청) ⓒ 한국여성노동자회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일자리 종사자 수는 2020년 3월에 전년 동월보다 23만 4천명 감소한(증감율 -234.3%) 1백 8만7천명인데 여성 임시일용직 중에서 27만 8천명, 남성 임시일용직 중에서 9만 9천명 감소했다. 초단시간 일자리의 증가를 주도 했던 임시 일용직 일자리가 코로나19로 인해 일시 휴직과 해고로 빠르게 전환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참고: 한국고용정보원 이정아, '여성 노동시장과 코로나19 영향의 젠더성(2020)'발표자료 )

초단시간 취업자 수 중 특히 20대의 경우, 전년 동월과 비교하여 2020년 3월에 20대 초반 여성은 10만 1천 명(20대 초반 남성은 4만 1천명) 감소, 20대 후반 여성은 2만명(20대 후반 남성은 만 4천명) 취업이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초단시간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으며, 그 중 20대 초반 여성들에게 더 큰 어려움이 가해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주15시간 미만, 월 60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보호를 받지 못하며, 휴업수당도 받지 못하고, 부당해고를 당하더라도 구제신청을 할 수 없다. 또 실업급여도 받지 못하는 등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렇게 원래부터 불안정했던 일자리가 코로나19로 인해 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수고용이라는 이름으로 가둬진 노동자

오랜 경력단절 이후 직업훈련을 통해 10년째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B씨는 공공기관 소속 미디어 강사이다. 프리랜서 강사의 특성상 강의별로 계약을 하고, 강의 시간에 따라 급여가 책정된다. 10년을 일하고 있지만 B씨가 받는 급여는 연 2,000만원으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재투자가 필요한 직종이지만 강사비 외에 4대보험, 기타수당 등 복리후생은 전혀 없다.

평소라면 매년 3월경 강좌가 시작되어 공공시설, 평생학습기관, 학교 등으로 강의를 나가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사회가 멈추며 강의 요청 또한 전혀 없는 상황이다. 그로 인해 몇 달째 무급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B씨는 남편과 함께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으며 대학생자녀 3명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터라 자녀 한 명당 월세가 40~50만원 나가는데 2월부터는 전혀 B씨의 수입이 없어 경제적인 어려움을 크게 겪고 있다고 했다.

프리랜서는 근로기준법 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휴업수당을 받을 수 없으며, 최근 부산시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수입이 감소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및 프리랜서를 대상으로 생계비를 지원하는 '지역고용대응 특별지원'으로 1인당 최대5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했지만 B씨는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되어 본인 소득과 관계없이 건강보험료 납부액이 기준을 초과하게 되어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 되었으며, 이후 소득요건이 완화 되었지만 변경사실을 알지 못해 지원금 신청을 하지 못했다.

다행히 B씨는 정부가 마련한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 지원금 대상에는 해당되어 지원금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B씨의 월수입인 180만원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금액이라 여전히 생계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B씨와 같은 프리랜서노동자에 대한 공식통계나 가이드라인이 없기에 그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조차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는 것이 현재의 상황인 것이다.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을! 고용보험 적용을!

A씨나 B씨 같은 노동자들은 애초부터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이었다. 쉽게 쓰이고 해고당해도 말 못하는, 노동자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었던 것이다.
 

초단시간동안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권은 사각지대에 놓여,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권리도 받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지켜질 수 있도록 기본적이고도 당연한 체계가 필요하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만약에 이들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였다면, 이들이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최소한의 보장이라도 받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정규직이 했던 일을 쪼개어 초단시간 일자리로 만들어 법을 피해가며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하는 기업들을 규제하였더라면, 프리랜서 노동자에 대한 제대로 된 실태조사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얼마나 많은 규모의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어떤 노동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고용안정망을 체계적으로 만들었다면? 지금 현재 노동자로서 그들의 삶은 조금이라도 달라졌을 것이다.

코로나19로 멈추어 버린 사회에 의문을 던져 본다. 그리고 새로운 상상력을 요구해본다.

재난상황에만 내어놓는 일시적인 대책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을 하고, 고용보험을 적용해 고용에서 일상적인 안정망을 갖추고, 모든 노동에 최소한의 보호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기를...


* [상담] 코로나19 관련 여성 노동상담 : 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tel.1670-1611(전국공통) / 전국여성노동조합 상담전화 tel. 1644-1884(전국공통)
* [참여] '코로나19가 여성의 임금노동과 가족 내 돌봄노동에 미친 영향' 설문조사 : https://bit.ly/2020womenworker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을 통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운동을 하는 여성노동운동 단체입니다.

AD

AD

인기기사

  1. 1 대권선호도 1위 이낙연 대항마, 도대체 누구냐
  2. 2 [단독] 이용수 할머니 수양딸 "기자회견문, 내가 대신 정리해 썼다"
  3. 3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요
  4. 4 "윤미향 사퇴" 70.4%... 여권 지지층의 복잡한 속내
  5. 5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으로 한가지는 확실해졌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