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대가리는 잘못 된 말, 얼마나 똑똑한데요"

[인터뷰] 조류 사진에 푹 빠진 당진의 이정식씨... 전국 팔도 다녀

등록 2020.05.20 09:23수정 2020.05.20 09:23
0
원고료로 응원

조류사진에 푹 빠진 당진의 이정식 씨 ⓒ 한수미

 
50년 전 나무 타고 올라가 둥지에서 새알 꺼내 먹던 송악건설중기산업(주) 대표인 이정식씨가 이제는 새 사랑꾼이 됐다. 조류 사진을 찍기 위해 전국 팔도는 물론 하루 밤새워 꼬박 새를 기다릴 정도다.

뜻하지 않은 순간을 만나 희열을 느끼기도 하고, 때론 카메라에 담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야 하는 날들도 있었다. "새에게서 배우는 것이 많다"는 이씨는 그의 사랑하는 취미인 조류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둘러메고 길을 나선다.
 

이정식 씨 사진 ⓒ 한수미

 
등산으로 시작한 취미


이 취미의 첫 시작은 등산이었다. 2011년도 산을 오르기 시작했고, 함께 산 타는 사람들이 사진 촬영하는 것을 보며 덜컥 DSLR 카메라를 구입했다. 카메라라고는 필름카메라만 다뤘던 그는 인터넷에 검색해가며 사진을 배워 나갔고, 그러다 자연을 담은 생태 사진을 접하게 됐다.

그중에 SLR클럽(디지털 사진가를 위한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무쉬칸 도사'의 조류 사진을 보며 관심을 가지며 지난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조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정식 씨 사진 ⓒ 한수미

 
그가 좋아하는 '수리부엉이'

특히 이씨가 좋아하는 새는 '수리부엉이'다. 수리부엉이는 생태계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며 마릿수가 적은 희귀종이다. 수리부엉이는 둥지를 짓지 않는다. 그러다 알을 낳는 시기가 되면 바위 틈에다가 알을 낳고 포란(부화할 때까지 알을 보호하는 행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꼬박 35일 동안 알을 품고, 부화한 후에도 한 달 정도를 새끼를 보호하는데, 이때 숫 부엉이가 먹이를 물어다 줘 부부 사이가 좋아야만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조류이기도 하다. 때론 새끼를 위해 먹이를 차곡히 보관해 사람들에겐 부를 모으는 행위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러한 특이 습성들로 수리부엉이를 좋아한 이씨는 당진은 물론 전국을 찾아다닌다. 그러다 우연히 바위가 아닌 인삼밭 옆 나무 아래 흙을 얕게 파내고 알을 낳은 수리부엉이를 마주한 순간들도 있었단다.
 

이정식 씨 사진 ⓒ 한수미

 
순간포착 혹은 아쉬운 순간


또한 한 번은 멸종위기 1급으로 지정된 참수리를 대호만에서 우연히 만나기도 하고, 참뫼가 기러기를 사냥해 먹는 장면을 사진으로 담기도 했다. 또 쇠제비갈매기가 낳은 알의 부화 장면을 찍기 위해 서해대교 밑에서 새벽부터 저녁까지 숨죽이고 있다 포착한 사진은 그야말로 만족감을 안겨 준 순간들이었다.

하지만 조류 사진은 한 번 놓치면 다시 담을 수도 없고, 뜻대로 따라주지 않기에 늘 항상 고난의 연속이다. 새만 보고 달리다 넘어지는 일은 부지기수라고.

또 수백만 원에 달하는 카메라를 지키려다 오히려 부상을 당하는 경우까지 발생한단다. 혹여라도 눈앞에 둔 결과물을 놓칠 걱정에 계속해 고가의 카메라는 물론 텐트와 모자, 옷 등 각종 장비를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수고가 따르는 것도 어려움이다.
 

이정식 씨 사진 ⓒ 한수미

 
"새대가리요? 절대 아니에요"

"보통 똑똑하지 못한 사람들을 보고 '새대가리'라고 하잖아요. 잘못된 표현이에요. 새들이 얼마나 똑똑한데요. 사람까지 속일 정도라니깐요."

바로 옆에 있어도 찾을 수 없도록 둥지를 지어 놓은 것은 물론, 혹여 새끼나 알에 사람이 가까이라도 하면 어미새가 옆에서 경고 행동을 취하기도 한단다. 이씨는 "경계음을 내기도 하고 날개를 편 채 기우뚱거리며 사람 눈길을 돌리려고 노력한다"며 "또 둥지는 얼마나 정교한지 새마다 사용하는 재료와 짓는 방식이 모두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러한 모습에 이씨는 새로부터 매일 새로운 것들을 배운다. 특히 '적응'면에서는 고마울 정도라고.

그는 "모래 속에 알을 낳는 새들은 알을 식히기 위해 날개를 펼쳐 그늘을 만들기도 한다"며 "또 수리부엉이는 바위가 없으면 흙을 파내고 알을 낳는다"고 말했다. 덧붙여 "인간이 가장 적응을 잘하는 존재라고 생각했지만 새를 보면 인간의 이상이라고 여겨진다"며 "파괴되는 생태계의 변화 속에서도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새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정식 씨 사진 ⓒ 한수미

 
"이야기 담는 사진 찍고파"

한편 그는 누구보다 새 둥지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송악고 1회 졸업생이자 이 씨의 선배인 이종협씨처럼 수리부엉이에 대한 자료를 모으는 것이 목표다.

또한 그의 바람은 한 장의 사진으로도 순간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사진을 찍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사진을 보고 '새의 이런 면이 있구나'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식씨는
- 송악읍 중흥리 1962년 출생
- 송악초, 송악중, 송악고 졸업
- 송악건설중기산업(주), 송악건설중기 대표
- 당진시사진동우회 회원
#당진 #조류사진 #취미 #서산 #아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고 있다
  3. 3 [단독] 김건희 일가 부동산 재산만 '최소' 253억4873만 원
  4. 4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5. 5 [동작을] '이재명' 옆에 선 류삼영 - '윤석열·한동훈' 가린 나경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