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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조선일보 기자부터 탈북민까지... 북한 가짜뉴스의 진원지

[북한 가짜뉴스 현황 ①] 김정은 얼굴 드러내자 '짝퉁 김정은' 주장도 제기

등록 2020.05.21 15:01수정 2020.05.2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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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은 김 위원장의 등장으로 가짜뉴스로 판명 났습니다. 이후 북한과 관련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는 줄어들었을까요? <오마이뉴스>가 2회에 걸쳐 북한 왜곡 보도를 생성하는 대표적 유튜브 채널을 짚고, 대응방안을 모색해 봤습니다. [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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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웃는 김정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검은 인민복 차림의 김 위원장이 공장을 둘러보며 활짝 웃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4월부터 5월 2일 북한 매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등장하기 전까지, 한국을 비롯해 해외언론은 '김정은 사망설'로 들끓었다. 이후 북한 왜곡 보도나 가짜뉴스를 향한 비판과 자성이 필요하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메아리>조차 지난 5일 '남한에 가짜뉴스가 성행'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북한과 관련한 확인되지 않은 소문은 여전히 떠돌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서다. 북한 이탈주민부터 <조선일보> 전직 기자까지. 이들은 자신의 '소식통'을 빌어 여전히 북한정보를 전하고 있다. 짝퉁 김 위원장이 진짜 김 위원장을 대신해 활동한다는 주장, 현송월 노동당 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아이를 낳았다는 말도 나왔다.

<오마이뉴스>는 최소 8만, 최대 37만의 구독자를 보유한 세 명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들이 어떻게 북한 뉴스를 다루고 있는지 정리했다.

[문갑식의 진짜TV] 짝퉁 김정은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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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갑식의 진짜TV 문갑식의 진짜TV 갈무리 ⓒ 문갑식


'북한-중국 압록강 인근에서 교전, 중국군 800명 사망설!'
'김정은 '가게무샤' 평양으로 갔다?'


'문갑식의 진짜TV' 채널에 나온 북한 관련 소식이다. 문갑식 전 <조선일보> 기자는 <월간조선> 편집장을 지낸 인물로, 현재 보수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다. 구독자는 19일 기준으로 20만 5000명에 달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그는 김 위원장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김 위원장의 '가게무샤(대역)'가 등장했다는 것.

문 전 기자는 "북한에서 최신정보를 입수했다"라면서 "중국에서 김정은과 비슷하게 생긴 가게무샤, 짝퉁 김정은이 평양으로 갔다"라고 주장했다.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날 경우를 대비해 중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문 전 기자는 다시 '최신 소식통'을 언급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유고가 중국 대외연락부를 통해 나오고 중국은 북한을 어떻게 점령할지를 논의하러 (북한에) 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중국이 "북한의 나진-선봉 지구를 (중국의) 영토로 만들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만 8000명이 본 이 영상에 문 전 기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최신 소식통'의 말 뿐이다. 20여 분의 영상은 문 전 기자의 주장으로만 가득차 있다. 지난 2일 김 위원장이 활동을 시작했지만, 이 영상은 버젓이 유튜브에 남아있다.

'북한-중국 압록강 인근에서 교전, 중국군 800명 사망설!'은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낸 이후 나왔다. 대만의 <자유시보>를 인용한 문 전 기자는 북한과 중국이 압록강에서 총격전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짜인지 거짓인지 모르지만"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중국 시진핑 주석이 화를 내 중국 동북지역의 30만 병력에 동원령을 내렸다"라고 했다. 이 역시 동북지방 주민에게 받은 정보였다.

중국은 북한에 의료진을 파견했다는 데에 인정한 적이 없지만, 문 전 기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유시보>를 인용해 '북한 파견설'에 기반한 주장을 폈다. 그는 매체의 주장을 반박하지도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해외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 영상은 13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강명도TV] 현송월이 김정은의 아이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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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도TV-자유조선 강명도TV-자유조선 갈무리 ⓒ 강명도


'단독보도/현송월이 낳은 김정은의 아들, 누가 키울까?'
'김정은 4월 잠적과 5월 잠적이 다른 이유'


37만의 구독자를 보유한 '강명도TV-자유조선'은 김 위원장과 둘러싼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북한 이탈주민인 그는 북한 강성산 총리의 사위라고 주장하는 인사다. 1994년 5월 탈북해 경민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북한 인민무력부 보위대학 보위전문 연구실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진 그는 유튜브를 통해 북한, 특히 김정은 위원장과 관련한 일방적인 주장을 펴고 있다.

그가 2개월 전 올린 '단독보도/현송월이 낳은 김정은의 아들, 누가 키울까?' 영상은 북한 현송월 노동당 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아이를 낳았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강 교수는 "김정은의 사생활을 잘 알만한 사람에게 받은 정보"라면서 "김정은과 현송월 사이에 낳은 아들을 김여정이 돌보고 있다"라고 했다. 북한에서도 최고 권력자의 사생활을 세밀하게 알 수 있는 이는 거의 없지만, 김 교수는 자신의 주장을 확신에 차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도 김여정의 집에 가정교사, 집사, 유모가 있어 이들이 아이를 돌보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이 영상의 조회수는 208만 회에 달한다.

이후 김정은 위원장 '건강 이상설'에 동조했던 김 교수는 김 위원장이 등장하자 '가짜 김정은'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18일 업데이트한 '김정은 4월 잠적과 5월 잠적이 다른 이유'의 영상을 통해서다. 김 교수는 지난 5월에 모습을 드러낸 김 위원장의 몸이 '더 뚱뚱해지고 이빨이 삭아서 까매졌다'라는 걸 근거로 삼았다.

그는 재차 "김정은이 (지난 2일) 참석한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은 가짜"라면서 "김정은 역시 가짜일 수 있다"라고 했다. 이후 김 위원장이 20여일 넘게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 역시 '가짜 김정은'을 통해 북한이 이른바 '새판짜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상이 공개된 지 14시간 만에 11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안찬일TV] 직접 본 듯 확신에 찬 모습으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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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찬일TV 안찬일TV 갈무리 ⓒ 안찬일


'특집방송/북한 2인자 최룡해, 잠적인가? 숙청인가?'
'탑시크릿/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리대사 조성길 행적'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WINK) 소장은 탈북 1호 박사로 알려진 인사다. 그는 1979년 탈북해 1981년 현대건설에 입사했다. 당시 현대건설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 이후 그는 "이명박 사장의 조언으로 1984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라고 밝혔고, 1991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 특채로 들어갔다.

여러 경력을 바탕으로 2010년 세계북한연구센터를 설립한 이후 최근 유튜브에서 '안찬일TV' 채널을 운영하며 북한과 관련한 소식을 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의 채널은 19일 기준으로 8만 7600명의 구독자가 시청하고 있다.

안 소장은 3일 전 '조성길 전 주 이탈리아 북한 대사 대리'와 관련한 영상을 올렸다. 2018년 11월 조성길 대사대리 부부가 잠적한 이후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다"라는 게 영상의 주된 내용이다. 그의 주장은 대부분 인적 정보를 통해 수집한 휴민트(HUMINT)에 기대있다.

안 소장은 "조성길은 이탈리아에서 김정은의 개인용품 사치품 수입하는 일을 도맡았다"라면서 "조성길이 북한의 이런 일을 하면서 북한의 흥망을 읽고 탈북했다"라고 강조했다. 눈앞에서 본 것처럼 "조성길 대사대리가 탈북한 날, 부부싸움을 했다"라고도 했다. 조성길 대사대리는 현재까지 행적이 묘연한 인물로 그의 탈북이유 역시 확인된 바 없다. 하지만 안 소장은 자신의 '휴민트'가 전해준 소식을 확신했다. 이 영상은 조회 수 17만을 달성했다.

또, 안 소장은 5일 전 특집방송으로 '북한 2인자 최룡해, 잠적인가? 숙청인가?'라는 주제의 영상을 올렸다. 안 소장은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김 위원장이 건재함을 과시한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며 '잠적' 혹은 '숙청'의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최룡해와 김여정 사이에 심각한 권력투쟁의 의혹이 있다"라면서 "최룡해의 권력은 김여정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라고 근거를 대지 않은 채 일방적인 주장을 폈다.

언론 통해 인지도 쌓고 → 유튜브 활동 → 다시 언론이 인용하고 

북한 관련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을 편 이들은 공통점은 자신의 '소식통' 을 확신한다는 것이다. 가짜뉴스로 판명된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결국 '소식통'을 근거로 삼고 이것이 북한 왜곡보도의 이유라고 지적받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소식통'을 강조했다.

앞서 이들은 언론에 '북한 전문가'로 등장해 북한을 분석해왔다. 이후 인지도를 쌓아 유튜브에 진출해 확인되지 않는 북한 소식을 확신에 차서 전했다. 언론은 다시 이들이 유튜브에서 한 주장을 보도한다. 북한 가짜뉴스의 생성·전파 방식이다. 

안찬일 소장은 현재 미국의회의 출자, 투자로 만들어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코너를 맡아 매주 북한과 관련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지난해(2019년)는 보수 종편인 채널A의 <뉴스TOP10>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다.  2019년 5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종편 패널 분석 보고서'를 통해 안찬일 소장이 총 29회 채널A에 출연했다고 밝혔다. 최다 출연자 4위다.

강명도 교수의 발언 역시 종종 <뉴데일리> 등 보수 매체의 보도에 실린다. 지난 4월 1일 매체는 강 교수의 말을 빌려 "북한이 4.15 김일성 생일 때 중성자탄 실험을 했다"라고 전했다. 4월 21일 <매일경제>는 "김정은, 심장·발목수술 함께 받았다"라는 강 교수의 발언을 보도했다. 소식통이라는 '입'에 기댄 일방적인 주장을 언론이 사실확인을 하지 않은 채 실어주고 있는 셈이다.

자신의 주장이 가짜뉴스로 판명받았는데도 반성·사과 없이 활동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문갑식 전 <조선일보> 기자는 지난 4월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제공할 마스크를 하루 100만 장씩 만들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통일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아래 방통심의위) 문 전 기자가 '사실과 다른 영상을 배포해 국민 불안감을 증폭했다'라고 심의 민원을 요청했다.

방통심의위는 문 전 기자의 유튜브에 '시정요구'(접속차단)를 결정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문 전 기자는 지난 8일 방통심의위에 '영상을 자진 삭제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19일 현재 이 영상은 그의 유튜브에 남아있다. 문 전 기자의 해명이나 사과도 없다.
#북한 #가짜뉴스 #유튜브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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