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낙인찍기 2: 신천지에서 성소수자로

코로나19에 대한 사회학적 성찰 10

등록 2020.05.20 09:51수정 2020.05.21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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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발생했던 코로나19 1차 대규모 집단감염의 가장 큰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라는 질문에 사람들은 뭐라고 답할까? 중국 또는 문재인 정부라고 답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아마 '신천지'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이번 코로나사태에서 가장 유명한 국내 확진자는 아마 신천지 교인이라는 31번 확진자일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신천지에 대한 언급이 언론에서 거의 사라졌지만 말이다.
 
서울 이태원클럽이 진원지로 지목된 2차 대규모 집단감염 비상이 걸린 지금은 그 자리가 성소수자로 대체된 것 같다. 물론 신천지 사태와 이태원 사태를 완전히 동일하게 볼 수는 없지만, 신천지교도, 성소수자에 대한 집단적 비난이 강하게 일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비교선상에 올릴 수 있어 보인다.
 
아직도 미국사회에서 완전한 개인으로 인정받는 것은 백인 남성뿐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으신지. 간단하게 말하자면, 백인 남성이 어떤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을 때 백인 남성이(어서) 그 문제를 일으켰다고 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의 문제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흑인 여성이라면 경우가 다르다. 한 개인의 일이라 하더라도, 흑인이 또는 여성이, 그도 아니면 흑인 여성이(어서)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해석될 개연성이 훨씬 높을 것이다.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사람이나 집단일수록 그 경향성은 높아진다.
 
누군가가 저지른 사회적 문제는 문제로 다루면 될 일이다. 하지만 문제를 저지른 사람이 사회적 약자인 경우 집단적으로 확대 해석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것은 장애인일 수도, 노인일 수도, 외국인일 수도, 성소수자일 수도 있다.
 
특정 범주에 대한 판단의 절대화 위험성
 
나치 독일에서 유대인은 왜 집단학살 당했나. 유대인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내 이웃, 친구, 동료, 변호사, 유능하고 유쾌한 사람인 것은 어느 날 갑자기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개인의 다른 모든 특질은 무화되고, 그는 오로지 유대인이었다. 죽어 마땅한.
 
유대인 학살, 부당하다는 것에 거의 모든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코로나 사태에서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특정 나라에서 집단적인 비난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 옳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신천지교도라는 이유만으로,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집단적인 비난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은 대체 어떤 이유로 괜찮은가?
 
이단 종교를 믿는 자, 성소수자의 경우는 다르지 않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죽어도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라는 문장을 이 자리에 소환해야겠다. 원용해서 말하자면, 어떤 사람도, 설사 그 사람이 내가 동의하지 않는 어떤 가치, 주장, 입장을 갖고 있거나, 상황에 놓인 사람이라 해도, 그 때문에 '범주적 살인'을 당해도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사람이 이단 신봉자이든, 성소수자이든, 난민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집단 간의 차이가 아무리 커도 개인 간의 차이가 더 크다'
 
우리는 특정 집단, 범주에 속한 모든 이를 단 한마디로 정의하는데 익숙하다. 그것도 부정적으로. 잘못은 잘못으로 단죄하자. 모두 불편과 손해를 무릅쓰고 애를 쓰고 있는 마당에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의 문제이다. 그러니 그 행위 당사자를 비판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 사람이 속한 집단, 범주 전체에 대한 -그것이 지역이든, 종교이든, 성별이든, 성정체성이든- 낙인찍기를 주저하지 않는 것은 야만이다.
 
우리는 어디까지 한 개인을 개인으로 보기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가? 그것이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적인 가치를 어디까지 수호해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세계화 시대의 진정한 시민 자격이 있는지 여부를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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