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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어기지 않겠다"는 이재용, 국회가 다시 분주해졌다

[取중眞담] 21대 국회에서 재발의 추진 확실시되는 '삼성생명법'을 주목한다

등록 2020.05.21 09:09수정 2020.05.2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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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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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습니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통해 남긴 말입니다. 그가 경영권 승계, 노조 문제, 시민사회 소통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에 나서면서 준법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후 삼성 해고노동자, 시민사회단체 등은 그 진정성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습니다. 이번 대국민 사과는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을 맡고 있는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요청으로 설립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이 부회장의 자발적인 사과도 아니었으며, 현재 삼성에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도 아니었다는 것이 해고노동자 등의 지적입니다.

17조 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

이런 가운데 최근 정치권과 금융권에서 주목하는 법안이 있습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던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 이른바 '삼성생명법'입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던 이 법안은 보험회사가 가지고 있는 다른 회사의 주식을 현재가격이 아닌 취득 당시의 원가로 계산하는 현행 보험업감독규정의 문제를 개선한 것입니다. 

지금까지도 보험사는 은행, 상호저축은행 등 타 금융업권과 달리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라 회사의 총자산과 자기자본은 현재가로 계산하고, 소유 중인 다른 회사의 주식은 취득가로 계산합니다. 이로 인해 보험사가 실제 총자산에 비해 어느 정도의 주식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일자 박 의원 등이 이 같이 법을 바꾸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보험사가 다른 회사 주식을 얼만큼 가지고 있는지 아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보험업법 제106조에서는 보험사가 총자산의 3%를 초과해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대주주 및 자회사가 발행한 채권·주식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에선 삼성생명과 삼성전자가 이 같은 보험업감독규정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해왔습니다. 

올해 3월말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의 8.8%(약 5억2534만 주)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최근 삼성전자 주가(5만 원) 기준으로 대략 26조 원에 달하는 자산입니다. 이는 삼성생명 총자산(284조 원)의 약 9.1% 수준이기도 합니다.

만약 박 의원 등이 발의했던 법안이 지난 20대 국회에서 통과됐다면 삼성생명은 곧바로 17조 원 규모의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아야 했다는 얘기입니다.
  
삼성 지배구조의 마지막 연결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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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7년 10월1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자, 그랬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바로 삼성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전보다 약해졌을 것입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을 살펴보면,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주식 17.08%를 갖고 있고,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주식의 19.34%를, 그리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8.8%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 이 부회장이 가진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주식은 0.7%에 불과하지만 이 같은 지배구조를 통해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마지막 연결고리에 자리 잡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가운데 6% 가량이 삼성생명법에 의해 증발한다면 이 부회장의 지배력도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21대 국회 임기 시작을 눈앞에 둔 현재 당시 해당 법을 대표 발의했던 의원실은 분주한 모습입니다. 지난 19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박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재발의할 법안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앞서 보험업법 개정안 발의에 동참했던 강병원·이학영·조승래·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21대 국회에 함께할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인 일입니다. 또 이번 총선 결과로 여대야소 구도가 만들어진 점도 물론입니다. 

사실 관전 포인트는 또 있습니다. 지난 6일 대국민 사과 때 이 부회장은 이런 말도 남겼습니다.
  
"저보다 중요 위치서 이끌어야"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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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사과하는 이재용 부회장. ⓒ 공동취재사진

 
"삼성은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 와야 합니다. 그 인재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저에게 부여된 책임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삼성은 계속 삼성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기회에 한 말씀 더 드리겠습니다.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 부회장이 앞으로는 경영 일선에서 한 발짝 물러날 수도 있다는 점을 에둘러 말한 것입니다. 일부에선 먼 미래의 이야기를 진정성 없이 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실낱 같은 기대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약 삼성생명법이 통과한다면, 당연한 일이 되겠죠. 이건 기쁠 일도 아니고 당연한 겁니다. 어쨌든 삼성이 (보험업 감독규정 악용 등) 이렇게 하면 중소기업들은 일감몰아주기, 탈세 등을 더 심하게 할 수 있습니다. 삼성이 모범이 돼야죠. 그러려면 이 부회장과 삼성이 완전히 분리돼야 합니다." 

21대 국회에선 삼성생명법이 통과할 수 있을지, 이때 이 부회장은 "법을 어기지 않겠다"는 약속에 따라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정리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박용진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생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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