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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경쟁심, 네안데르탈인과 생존경쟁에서 다져졌을까?

[김창엽의 아하! 과학 60] 기초과학연구원, 후발 주자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은 요인 새롭게 분석해내

등록 2020.05.21 11:56수정 2020.05.2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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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또 어디서 왔을까. 이 같은 유형의 질문을 고고학적 관점에서 던지면 빠질 수 없는 또다른 존재가 있다. 바로 네안데르탈인이다.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와 가장 가까운 구인류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3만 수천년 전 갑자기 지구에서 자취를 감췄다. 

호모 사피엔스가 유라시아에 본격적으로 출현한 시기는 4만 수천년 전이니, 네안데르탈스는 적잖은 기간 호모 사피엔스와 '동시대인'이었다.
 

네안데르탈인(왼쪽)과 호모 사피엔스의 유라시아 지역에서 인구분포 변화. 색이 짙을수록 인구밀도가 높은데, 평방 킬로미터 당 호모사피엔스의 인구밀도가 높았다는 점도 알 수 있다. ⓒ 기초과학연구원

 
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 연구단이 네안데르탈스와 호모 사피엔스의 '운명'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의 실험결과를 내놓았다. 기후물리 연구단 악셀 팀머만 단장(부산대 교수)은 연구원의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스의 유라시아에서 인구 변화상을 추적하고 절멸의 원인을 모색하는 논문을 최근 발표했다.

팀머만 단장이 제시한 논문의 결론은 기존의 가설들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기존의 연구들은 네안데르탈스가 갑작스런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거나, 지금의 코로나19와 같은 당시의 어떤 병원균 등이 절멸을 불러왔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복원한 네안데르탈인 여인. 호모 사피엔스에게는 평균적으로 1~2%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하지만 팀머만 단장은 수학적 컴퓨터 모델을 통해 네안데르탈스가 먹을 거리 확보 등 생존 경쟁에서 호모 사피엔스에게 밀린게 절멸의 주된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네안데르탈스의 절멸을 불러올 수 있는 이런저런 변수를 다양하게 조합해봤지만, 기후변화도 병원균도 주된 원인으로 보기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팀머만 단장은 예를 들면,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스보다 사냥 기술이 좋았다든지, 병원균에 저항성이 강했다든지, 혹은 생식력이 우세했을 것으로 짐작했다. 그는 "네안데르탈인의 절멸을 불러온 요인들을 계량화해볼 수 있었다"며 "기후변화나 호모 사피엔스와 혼종, 경쟁 등 다양한 요소들을 컴퓨터 모델에 넣고, 빼고, 변화를 주는 등의 방식으로 실험한 결과 경쟁에서 밀린 게 주된 이유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호모 사피엔스(왼쪽)와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 비교.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에 비해 이마 높이가 낮은 편이지만 두개골이 앞뒤로 긴 특징이 있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네안데르탈인에 대해 학계에서는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호모 사피엔스와는 피를 섞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십수년 사이에 제기된 다양한 연구결과를 보면, 유럽인과 아시아인의 피에는 평균적으로 1~2% 정도 네안데르탈스의 유전자가 남아 있다는 주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1~2%가 갖는 의미는 그 수치보다는 훨씬 클 수 있다. 예컨대 영장류 가운데 사람과 가장 가깝다는 침팬지의 경우 인간과 유전자 차이가 비교 기준에 따라 적게는 1% 남짓, 많아봐야 5%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다. 또  아시아인과 아프리카인 유럽인의 유전자 차이가 보통은 0.1%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유전자 1~2% 상이가 얼마나 큰 차이로 이어질 수 있는지 상상해볼 수 있다. 

팀머만 단장은 이번 연구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유라시아에서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던 4만3천년 전과 네안데르탈스가 유럽 일부에서만 명맥을 유지하던 3만8천년 전의 분포상을 추정해냈다. 팀머만 단장이 제시한 관련 그래픽은 이 기간 네안데르탈스의 인구밀도가 '본거지'격인 오늘날의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지역에서도 큰 수준으로 떨어졌음을 보여준다. 반면 오늘날 코카서스 지역에서 높은 밀도를 보이던 호모 사피엔스는 서유럽까지 퍼져나가 숫적으로 네안데르탈스를 압도하는 양상을 나타낸다.

이번 연구 결과는 같은 먹을 거리, 같은 생활 방식을 추구하는 두 종류의 개체 가운데는 경쟁력이 뛰어난 한 종류만 종국에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오늘날 인류의 경쟁심은 네안데르탈인을 누르고 살아남는 과정에서 더욱 다져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수많은 빙하기 등을 거쳐오면서도 30만년 동안이나 생명을 이어온 네안데르탈스는 '소량'의 피만을 현생인류에게 남기고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그 피가 호모 사피엔스보다 경쟁력은 뒤쳐졌을지도 몰라도, '착한' 피였으면 하는 바람은 너무 나간 상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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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이 코앞. 그러나 정신 연령은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승차 유랑인으로서 시한부 일상 탈출.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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