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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지구 잠시멈춤, 기후변화는 더 심각한 문제"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서울 ③] 서왕진 서울연구원장 인터뷰

등록 2020.05.22 18:27수정 2020.05.2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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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왕진 서울연구원장 ⓒ 이희훈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방역에서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업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지방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바로 수용해서 전국화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서울시의 '잠시 멈춤'이 정부 차원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리잡기까지 3주밖에 걸리지 않았고, 이태원클럽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한 서울시의 익명 검사도 전국화까지는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화두를 던진 '전국민 고용보험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곧바로 받아서 재원 확보 방안까지 내놓은 상태다.

문 대통령이 20일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인 '한국판 뉴딜'에 '그린 뉴딜' 사업을 포함시키라고 지시했다는 뉴스도 서울시를 술렁이게 했다.

'그린 뉴딜'은 탄소 배출이 심한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신재생에너지로 바꾸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와 성장 동력을 창출하자는 일련의 정책들을 의미한다.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제품에 탄소세를 부과하려는 다른 나라들의 흐름에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통령이 "그린 뉴딜은 우리가 가야 할 길임이 분명하다"고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서왕진 서울연구원장은 이런 발언을 누구보다 반기는 사람이다. '박원순 사단'의 일원으로 시청에 오기 전까지 그는 환경정의연대 사무처장을 지내고 에너지 환경정책으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환경운동가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2년부터 '원전 하나 줄이기'의 대안으로 수십만 원의 보조금까지 줘가면서 서울시 곳곳에 설치하고 있는 태양광 설치 캠페인도 그의 손끝을 거쳤다.

지난해 서 원장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인 분야도 '미세먼지 시즌제'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대책을 내놓아도 시민들에게 성과를 보여주기 힘든 정책이다.

2018년 미세먼지가 심한 날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하게 해주려던 방안은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받으며 좌초됐다. 이때의 실패를 딛고 겨울철에 유독 심한 미세먼지를 예방적 차원에서 접근하자고 마련한 정책이 '미세먼지 시즌제'였다.

코로나19의 갑작스러운 발병으로 시즌제의 성과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 됐지만 그는 낙심하지 않는다.

서 원장은 지구 환경과 경제 성장을 함께 잡는 방안으로 논의되는 '그린 뉴딜'에서 다시 길을 찾으려고 한다. 20일 오전 <오마이뉴스> 기자와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서울'을 얘기할 때도 그가 가장 강조한 것이 '그린 뉴딜'의 가능성이었다. 안 그래도 시 차원의 '그린 뉴딜' 청사진을 준비해온 그에게 대통령의 발언은 천군만마로 다가왔다.

"감염병 하나로 지구가 멈출 수 있다는 걸 전 인류가 이번에 경험하게 됐는데 기후변화는 사실 더 심각한 문제다. 오랜 세월 누적된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는데 차일피일 숙제를 미뤄왔을 뿐이다.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 일자리 문제나 산업체계 개편 등에도 유리한 기회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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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왕진 서울연구원장 ⓒ 이희훈

 
서울연구원은 서울시 온실가스의 67%를 차지하는 건물들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법안을 제안하려고 한다. 적정 에너지 사용량을 초과하는 건물에 부담금 등을 물려 저감을 유도하는 '건물에너지총량제'와 건물의 매매나 임대시 건물주가 에너지 시설 노후와 소비 효율성을 증명하도록 하는 '건물에너지효율증명제'를 뒷받침하는 법들이다. 서 원장은 "공공건물은 관에서 통제할 수 있지만, 개인건물은 사정이 다르다. 이런 건물들까지 따라오게 할 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 서울연구원 내부에 '그린뉴딜 연구센터'를 빠른 시일 내에 발족시켜 에너지 효율화, 신재생에너지 등에 관한 정책 연구에 박차를 가하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 교통체계 개편도 서울시가 당면한 숙제다. 안 그래도 출퇴근 혼잡도를 줄여달라는 시민들의 요구가 많았는데, 코로나19의 위험성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서 원장은 "도시철도를 늘려야 하는데 그동안 재원 마련 문제, 토목공사에 대한 비판 여론, 경제성 평가 등등으로 인해 계속 밀려왔다. 서울지하철 2호선 지하복선화나 신분당선 연장 등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2~3월에 출퇴근시간대 버스와 지하철 이용률이 20% 이상 줄어든 반면, 공공자전거 따릉이의 이용률이 껑충 뛴 것도 주목할 현상이다(전년 동기 대비 출근시간 20.46%, 퇴근시간 93.33% 증가). 자전거와 함께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부상하는 전동킥보드 등 개인 모빌리티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제 시작했다.

서 원장은 비대면 문화의 확산으로 원격 진료를 다시 논의 하는 것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비대면 문화의 강화는 큰 흐름이다. 코로나19 시대에는 원격 진료의 편리성 때문에라도 하나의 방법론으로 적극 검토, 활용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영리에 대한 의료계의 기대가 있지만 공공성에 대한 고민도 함께 가야 한다. 기술적 필요와 공공성 사이의 접점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러면서 서 원장은 서울시립병원의 동남권 추가설립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걸리더라도 사망까지 이르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강북권과 서남권에는 괜찮은 시립병원들이 있어서 코로나19 방역에서 많은 역할을 했다. 동남권에 우수한 민간종합병원들이 많지만, 이 지역에도 이런 병원들을 이용하기 힘든 취약계층들이 꽤 많다. 그래서 이 지역에 확진자가 생기면 강북권과 서남권 시립병원으로 보내곤 했는데, 코로나19가 아니라도 지역주민들을 돌볼 공공의료시스템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린 정책도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때부터 관심을 모았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다. 그러나 서울시 내부에서는 "코로나19라는 비상 상황을 맞았으니 차기 서울시장에게 과제를 넘기자"는 얘기가 나온다.

"처음 시작할 때보다 장애물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당장의 교통 불편이나 주민 불편을 자초하면서까지 굳이 만들고 싶지 않다는 정치권의 인식이 속도를 내지 못하게 하는 주원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시장이 '광화문 시대'를 만들겠다고 한 약속이 복원돼야 동력이 생길 것이다. 상당수가 만족할 결과물이 나오려면 차기 정부와 차기 시장이 상호 협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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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왕진 서울연구원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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