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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 자살로 몰고 간 그 사람, 변호사가 됐다

[그 날] 김홍영 검사 사건 4년 후 ① 다시 수사 시작한 검찰... 어떤 답 내놓을까

등록 2020.05.22 14:30수정 2020.05.2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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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쏟아지는 뉴스 속에 잊혀지는 그 날의 사건을 되짚어 봅니다.[편집자말]
"당신 똑똑한 머리가 이기는지, 내 진심이 통하는지 한번 두고 봅시다."

아들을 떠나보낸 지 한 달여,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김대현 남부지검 부장검사에게 이 말을 전했다고 했다. 아들의 친구들로부터 김 부장검사가 아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는 말을 전해 듣고 전화를 걸었던 참이었다고 한다.

"제가 울면서 전화를 했어요. 그런데도 (김 부장검사가) 딱 잡아떼더라고요. 일도 많이 준 적 없고, 둘이 술을 마신 적도 없다고 그랬어요… 그래서 제가 '당신은 정말 인간이 아니군요'라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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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자살 사건' 어머니, 아들 사진 공개 부장검사의 폭행·폭언과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김홍영 검사의 어머니 이기남씨가 2016년 7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취재기자들에게 당부하며 생전 아들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 유성호


지난 2016년 7월 5일, '김홍영 검사의 죽음에 관한 진상규명·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어머니 이기남씨는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말했다.

"전국이 우리 아들의 죽음으로 떠들썩한데도, 여전히 검찰은 사과 한마디 없습니다. 김 부장검사 밑에서 4개월 동안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보냈을 아들을 생각하면, 엄마로서 억장이 무너집니다."

그 후로 꼬박 4년, 한 때 떠들썩했던 그의 죽음이 잊히고 있다.

"맨날 욕 쳐들으니 자살충동 듦"... 아들의 호소는 '증거'가 됐다

아들의 이름은 김홍영. 집안의 자랑이었다고 한다.

2016년 5월 19일, 그는 자신의 자취방에서 자살을 택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남부지검에 부임한 2년 차 검사. 고작 33살이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편한 마음으로 잠들고 싶다"는 바람이 적혀 있었다.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어... 다들 미안해... 엄마 아빠 누나 친구들 다 미안해... 나 좀 자고 싶어... 남들보다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되었지... 능력에 비해 너무 욕심을 부렸나봐... 한 번이라도 편한 마음으로 잠들고 싶어..."
 

김 검사의 자취방 벽에는 'NOT MY FAULT'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그는 왜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곱씹어야 했을까. 당초 김 검사의 죽음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동안 김 검사는 자신의 지인과 동료들에게 그가 처한 상황을 전해왔다. 그것이 그의 죽음 이후 증거로 남았다.
 
"술자리 끝났는데 부장이 부른다. 여의도에 있는데 15분 안에 오라고 한다. 택시 타고 가는 길. 와...15분 지나니 딱 전화 온다. 도착하니 부장은 취해서 강남 ○○○동까지 모셔다드리고 있다"
"술 취해서 (나보고) 잘하라고 때린다… 슬프다 사는 게"
"욕을 먹어도 웃으면서 버텼더니, (오히려) 술 마시면서 나한테 당당하다고 욕을 했다"
"어제도 결혼식 끝나고 식사하는데 방 구해오라고 XX하길래 알아보고 혼주들 쓰는 방이라 안 된다고 했다가 XX술 먹는 내내 닦이고"
"아 죽고 싶다. 자괴감 든다. 부장한테 매일 혼나고"
"맨날 욕 쳐들으니 한 번씩 자살충동 듦"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지 오늘은 자고 일어났는데 귀에서 피가 엄청 많이 났다. 이불에 다 묻었다"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부모는 검찰에 진상 조사를 요청했다. 2주가 지났다. 검찰은 연락이 없었다. 2016년 6월 10일, 김 부장검사가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전보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법무부는 "문책성이 아니라 희망에 따른 인사"라고 밝혔다.

이처럼 꼼짝 않던 검찰을 움직인 건 연수원 동기들이었다. 김 검사 연수원 동기 41기 990여 명을 대상으로 서명을 받았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사흘 만에 712명이 서명했다. 450명이 실명을 밝혔고,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한 판·검사 등 262명은 익명으로 함께했다.

연수원 동기들은 그 해 7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가 아는 김홍영 검사는 명랑하고 유쾌한 성격에 축구 등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그에게는 무엇보다도 소중한 부모님과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이 있었기에, 업무 스트레스만으로 자신의 목숨을 버릴 사람은 결코 아니었다. 대검 감찰본부는 김 검사가 사망 전 친구, 동료들과 주고받은 메시지와 유족의 탄원서 등을 기초로 김 검사에 대한 폭언, 폭행과 업무 외적인 부당한 지시가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하라."

'4년 전 죽음' 수사 시작한 검찰...어떤 답을 내놓을까

대검 감찰본부가 조사를 시작했다. 한 달 여 조사를 통해 밝혀진 김 부장검사의 비위 행위는 모두 17건이었다. "결혼식에 식사할 방을 구해오라"고 했던 지시도, "자살충동이 든다"고 친구에게 보냈던 메시지도 모두 실제 있었던 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2016년 8월 29일 김 전 부장검사를 해임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6년 11월 자신의 해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김 전 부장검사의 입장은 일관됐다. "후배의 잘못을 가르치고 훈계하는 과정에서 다소 거친 표현이나 행동을 일부 한 적 있을 뿐 욕설·폭언·폭행·강요는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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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홍영 서울남부지검 검사의 49재가 고향 부산의 한 사찰에서 진행됐다. ⓒ 정민규

 
그러나 다른 검사들의 증언은 정반대였다. <오마이뉴스>는 대법원 판결문 인터넷 열람 시스템을 이용해 당시 판결문을 확인했다.
 
- A 검사 "(김 부장검사가) 망인의 등짝을 하프스윙하는 것처럼 내리쳤습니다. 맞은편에서 그 장면을 목격했는데 너무 세게 때려서 망인이 아파서 어깨를 붙잡고 흠칫 했습니다. 격려나 장난이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힘 실어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 B 검사 "회의 시간에 유독 망인에게만 많은 질책을 했고, 그런 상황에서 망인은 테이블에 거의 닿을 정도로 고개를 완전히 푹 숙이고, 회의가 끝날 때까지 한 번도 고개를 들지 못하였습니다. 후배 검사인 저는 제 앞에서 저렇게까지 질책 받는 망인의 마음이 어떨까, 모욕감이 어느 정도일까 생각하면서 차라리 제가 그 자리에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 C 검사 "(망인에게) 혼내는 수준이 아니라 화풀이를 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재판부는 "망인에 대하여 인격적인 모멸감을 느끼게 할 정도의 심한 폭언과 모욕적인 언사, 업무와 관련 없는 부당한 지시와 강요를 반복하고 때로는 신체적인 폭행까지 하였고, 이로 인해 망인은 심각한 수준의 인격적 모멸감을 느끼게 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김 부장검사에 대한) 해임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된다"고 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1심에서 패하자 항소했고, 지난 해 3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2019년 8월, 김 전 부장검사는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변호사 등록을 신청했다. 해임되고 3년이 지난 직후였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징계처분으로 해임된 후 3년이 지나면 변호사가 될 수 있다. 현행법으로는 김 전 부장검사의 변호사 등록을 막을 수 없다.

그렇게, 김 전 부장검사는 변호사가 됐다. 지난 해 12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사무실을 차렸다.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는 지난 해 11월 김 전 부장검사를 '고 김홍영 검사 폭행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검사직에서 해임됐을 뿐 이 사건에 대한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기에, 변협 측에서 고발 조치를 취한 것이다. 김 전 부장검사가 재판에 넘겨지게 되면 변협은 김 전 부장검사의 변호사 활동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대한변협 허윤 수석대변인은 2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김대현 전 검사 고발 건은 현재 수사 중에 있다"라며 "현행법에 따라 김 전 검사가 기소되면 (변협에서)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있고, 유죄 확정 판결이 나게 되면 변호사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변협이 고발한 지 4개월 만인 지난 3월,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신의 똑똑한 머리가 이기는지, 내 진심이 통하는지 두고 보자"던 김 검사 어머니의 말에 검찰이 답을 내놓을 차례다.
 

2018년 11월 1일 방영된 KBS <시사직격> '검사 김홍영의 증언' 편의 한 장면. 범어사에 있는 아들의 위패를 살피고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어머니 이기남씨(61세)는 "너무 보고 싶다. 우리 홍영이 너무 보고 싶다"며 오열했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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