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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하고 싶으면 절대로 많이 읽지 말라? 그 이유

[리뷰]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 '공부하는 삶'

등록 2020.05.22 16:49수정 2020.05.2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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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삶 표지, 출판사 유유 ⓒ 유유

 
누구나 삶에서 공부가 중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방법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미로를 거닐 듯 헤매며 길을 찾을 뿐이다.

공부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있다. 그의 이름은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이다. 그는 프랑스의 카톨릭 신학자이다. 그가 평생 공부하는 업을 수행하면서 깔끔하게 집필한 책이 한 권 있다. 바로 <공부하는 삶>이다.

'공부'라는 키워드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마땅히 해야 하는 것임을 알지만, 머릿속에는 어지러운 관념들이 머릿속을 채울 것이다. 암기해야 하는 것, 취업을 위해 혹은 승진을 위해, 자격증을 따야 하는 것 등등.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는 공부라는 것은 과거 선조들이 행했던 인격 수양과는 거리가 멀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학문의 풍토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러한 환경에서 우리는 비판적 사고를 상실했다는 데 더 큰 문제점이 있다.

대체 공부란 무엇일까. 그리고 공부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크게 정리할 수 있다.

- 공부란 진리를 찾는 과정이다.
- 공부하는 삶이란 선택이다.
- 진정한 공부는 신에게 순종하는 삶으로써 앎을 실천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저자는 가톨릭 신학자이다. 평생 자신을 수양하며 신의 뜻을 쫓아 살아가는 삶을 택한 저자의 말이기에, 속세의 풍파에 휩쓸려 사는 범인(凡人)이 그 큰 뜻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욱이 그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를 연구한 그 분야의 권위자이기도 하다.

하나를 공부하는 것, 그것이 무엇이 됐던 진리를 탐구하려는 자세, 하지만 범인에게 진리란 닿을 수 없는 하늘의 별이고, 달이지 않겠는가. 어느 철학자가 한 말처럼 진리는 진리라 말하는 순간 더 이상 진리일 수 없다고 했으니, 더욱더 그 진리라는 단어는 요원할 뿐이다.

저자는 진리란 자신의 존재를 활짝 여는 것이며,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입장권을 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한길을 쫓아가는 것에 자신의 생을 거는 것, 그것이 사리사욕을 채우는 것이 아닌, 공동체의 정신으로 남을 수 있도록 스스로를 절제하는 것, 그것이 공부하는 삶이자 지성인의 소명이라고 했다.

출세하여 이름을 날리는 것이 삶의 목표가 아닌, 오직 땅을 개간하고 씨앗을 뿌리는 일에 싫증 내지 않고 일하는 농부처럼 꾸준히 사유를 키워나가는 삶이 공부라고 정의했다. 그런 삶이란 무엇일까. 그런 삶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 공부라면, 우리는 제대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일까.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으며, 딴 생각을 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낭떠러지 쪽으로 우리 몸은 밀리고 밀린다. 절대 져서는 안 된다. 만능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철인이 될 수 없음을 통탄하는 우리는, 행복지수가 낮을 수밖에 없다. 어느 유튜버는 "행복은 엄청 비싼 것이라 쉽게 가질 수 없고, 평범한 사람은 기쁨만 살 수 있다, 그래서 제품을 싸게 파는 매장에서 소소한 기쁨을 누리는 것이 소확행이라고 우스갯 소리를 했다. 이 말이 마냥 재밌게 들리지는 않았다. 어쩌다, 웃기면서 슬픈 우리의 현실이 유머의 소재가 됐을까.

공부하는 삶이란 '선택'이라고 했다.
 
나는 하나의 길을 선택하면서 천 개의 다른 길에 등을 돌리는 것이다.(176쪽)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방식으로 인생의 시간을 할애할 것인가. 영원히 살 것 같지만, 결코 영원할 수 없는 우리의 인생에 가치를 확장하기 위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저자는 공부하는 방법에 있어 획기적인 반전의 말을 한다. 절대로 많이 읽지 마라고 한다. 하루 두 시간, 최대한 집중하고, 사유하라고 말을 한다. 너무 많이 읽어, 사고가 마비될 정도의 편집증적인 공부는 오히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며, 그것은 공부라 말하기 힘이 든다고 까지 말했다.

공부하는 삶은 탐구하는 삶이며 그것은 신 안에서 단결한 인간들의 공동작업이란다. 어느 날 뚝 떨어진 공부는 없으며, 과거의 유산을 잇는 것, 천재 작가의 작품들을 밀도 있게 파고 들며 사유하는 것, 그것이 참다운 공부라는 것이다.

무엇으로 시작을 하든, 그것이 문학일수 있고 철학, 역사, 미술, 음악 등 각자의 전공마다 다르겠지만 목표는 같다. 신에게 순종하는 것이며, 그 자세로 앎을 실천하자라는 것이다. 저자가 신학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들을만한 말이다. 순종이라는 자세가 결국에는 겸손을 말하는 것 아니겠는가.

교만하지 않는 삶, 오만하여 독단하지 않는 삶 속에서 사회 공동체에 그 깨달음을 환원할 수 있는 삶. 부대끼며 어깨동무를 하고 두레를 하던 옛 선조들의 삶이 어쩌면 공부하는 삶이지 않았을까.

허겁지겁 책을 읽지 않고, 행간을 살피고, 더 나아가 우주의 피부를 만지려고 공부하는 손을 허공에 쭉 뻗어보는 것, 기억하고, 사유하고, 그것을 글로써 정리하는 일련의 행동을 해야 한다. 책은 그것이 공부하는 삶라고 말했다.

공부는 치료제이자 위안이며, 공부의 동반자는 침묵과 고독이라 말하는 저자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할 수 있을까. 그 말에 동의하던 그렇지 않던, 저자의 메시지에는 살아 있는 문장의 결이 있었다.
 
"공부는 자유로운 활동이다. (...)공부라는 소명에 자신을 바치려는 당신은 공부를 위해 삶의 나머지 영역에 등을 돌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인간에 속한 것은 무엇이든 포기하지 마라. 가장 무거운 것 쪽으로 나머지 모두가 쏠리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라 논제를 변호하는 법과 해돋이를 보는 법, 심오한 추상적 사유에 몰두하는 법과 예수처럼 아이들과 놀아주는 법을 배워라." (339~340쪽)

무게추가 쏠리지 않는 균형 잡힌 삶, 그러면서 예수처럼 아이들과 놀아줄 수 있는 천진함과 순수함을 겸비한 것이 공부하는 삶에서의 즐거움이라 말했다. 그것이 공부하는 삶을 택한 지성인의 소명이자 태도라는 그 말의 문맥을 한참 들여다 봤다. 마음에 손톱 만한 균열이 여기저기에서 일어났다.

그 틈으로 고개를 내미는 해바라기 떡잎을 상상했다. 완전하게 뿌리 내리지 못한 떡잎이었다. 떡잎의 가장자리에는 흙이 말라붙어 있었다. 해를 보기 위해 밀어내고 또, 밀어냈을 그 힘이 바로 생명이지 않을까. 공부는 생명을 영위하며, 다른 생명을 돌아보는 것이지 않을까. 그 생명에 아픔을 느끼며 공감하는 것, 연민을 알게 하는 것이 공부이지 않을까.

응답을 뜻하는 response에 ibility를 붙이면 책임을 뜻하는 responsibility 낱말이 된다. 무엇으로부터의 응답일까. 그리고 어째서 응답이라는 단어에서 책임이 파생된 것일가.

언어의 어원을 연구하는 일부 신학자들에 따르면,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파생된 라틴어, 히브리어가 모태인 영어에서 응답은 신에 대한 응답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그 응답을 쫓아 삶을 살아가는 것이 책임이지 않을까. 이 의견에 동의를 하든 그렇지 않든,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공부하는 삶이란 결국 '대상에 대한 연민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삶을 끝까지 버티며, 모든 상한 것들에 손 내밀 줄 아는 용기를 실천하는 것이다' 정도로 말이다.

역자 서문의 말처럼, 저자의 공부 방법과 태도는 예스럽다. 어떤 사람의 눈에는 촌스럽게 보일 것이다. 때문에 너무 뻔한 소리처럼 읽힐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뻔한 것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상식이 뒤섞인 삶을 살고 있지 않는가. 노트를 분철하고, 같은 크기의 노트를 사용하고, 정신을 어지럽게하는 지인이 오거든 방문을 걸어 잠가라는 그의 조언이 피부로 와닿지 않더라도, 공부의 방법론을 찾는 독자가 있다면, 아주 천천히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우리는 살아갈 의무가 있으므로 삶을 지혜롭게 활용할 의무도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진리가 아니라 진리를 추구하면서 얻는 기쁨이다." (343쪽)

공부하는 삶 - 배우고 익히는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지식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 (지은이), 이재만 (옮긴이),
유유,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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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생. 명지대 문예창작학과졸업. 목포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전공 석사과정. 전남지역에서 글쓰기 및 문화예술교육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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