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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전태일이 이 시대의 노동자들을 초대합니다

전태일 열사 50주기 맞아 열리는 '2020 연극 전태일' ... 구로아트밸리에서 6월 18일부터 개최

등록 2020.05.22 12:38수정 2020.05.22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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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에서 평화시장 실태조사가 나온 신문을 들고 기뻐하는 장면 ⓒ 임은혜

 
코로나19로 인해 공연 여부가 불확실했던 '2020 연극 전태일- 네 이름은 무엇이냐'(이하 연극 전태일)가 6월 18일부터 20일까지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2020 연극 전태일 추진위원회'와 구로문화재단이 공동주최하는 이번 공연은 관람객들의 좌석 띄어 앉기, 관람 전 체온 재기, 공연 전후에 극장 소독을 철저히 하는 등, 코로나19 감염 예방 대책을 세워놓고 관람권 예매를 시작했다.


'연극 전태일'은 정부 보조금을 일체 받지 않고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노동, 인권, 문화예술, 생태, 평화, 교육운동 등 다양한 활동가들이 2020 연극 전태일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발족하여 제작비를 마련해왔다. 열사를 기억하고자 하는 이들의  자발적이고도 독립적인 공동제작 방식과 더불어 첫 무대가 구로 지역이라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1980년대 구로공단 내 섬유회사와 전자회사의 노동자들은 인간을 노예처럼 대하고, 기계 취급하는 산업사회의 폭주를 멈추고자 온몸으로 저항했다. 특히 전태일 열사의 뜻을 이어오던 여성 노동자들의 구로동맹파업과 노동자 연대투쟁은 한국 노동운동사에서 중요한 자리에 놓여있다. 이렇게 민주노동운동의 비옥한 토양이었던 구로에서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이하는 연극이 올려지고, 이 지역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남다른 기대감으로 '연극 전태일'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구로 지역 청소년들도 배우로 참여
 

'2020 연극 전태일' 시연회 장면 ⓒ 임은혜

 
'연극 전태일'은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세상을 바꾸어온 노동자들과 그들의 아들딸들이 손을 잡고 볼 수 있는 연극이자,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 같은 연극'이라고 기획의도를 밝히고 있다. 작품에 나오는 14세 어린 시다 역을 구로지역의 청소년들이 맡는다. 단순히 중앙에서 제작한 공연이 지역을 순회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있는 추진위원들과 지역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공연을 만듦으로써 침체된 민중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고자 함이다.
      
본 공연에 앞서 연습과정을 발표하는 시연회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태일 열사를 기억하는 이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연인 만큼, 제작진은 추진위원들을 초청하여 제작과정에 관한 의견을 구하고 관극 평을 듣는다.
     
경북 안동에 귀농하여 농사도 짓고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권상열씨는 시연회 때마다 직접 지은 쌀과 생강청, 돼지 감자차를 가져와 "아이들이 학교는 뒷전이지만 이렇게 좋은 작품으로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며 계속해서 응원하겠다"라고 했다.

경북 예천에 살고 있는 이용우님은 "노래가 많이 나와서 좋다. 한국형 '레미제라블'을 보는 기분이다. 반드시 OST 음반을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작품으로 기억되고, 노래도 많이 불리어지면 좋겠다"며 기획과 홍보에 관한 조언도 해주었다.
  

어린 여공 역할을 맡은 순회 지역의 어린이들과 연습하는 배우들 ⓒ 임은혜

 

극중 어린 시다들이 전태일에게 재봉하는 법을 배우는 장면 ⓒ 임은혜

  

2020 연극 전태일 연습 발표를 보고 있는 추진위원과 관객들 ⓒ 임은혜

 
지난 15일 저녁에 진행되었던 3차 시연회는 그동안 제작되었던 의상을 갖춰 입고 소도구까지 활용하여 실제 공연에 가까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이날은 추진위 공동대표들과 송경동 시인, 서울·인천·대구 지역의 추진위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전태일 50주기 행사위원회 박선봉 문화위원장은 "서울에서 내려오는 내내 이 첩첩 산골에서 어떻게 연습을 하고 있나 걱정도 되었는데 보는 내내 감동적이었고 전태일 평전과 일기를 깊이 해석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공연이 전국에 두루두루 알려질 수 있도록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시연회 뒤풀이는 매 회마다 관객들이 가져온 풍성한 먹거리와 밤이 깊도록 이어지는 담소로 잔치 같은 분위기다. 어린 시다 역할을 맡은 아이들과 그들의 엄마, 아빠, 할머니,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파업을 이끌었고 이제는 청송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노동자 할아버지, 전태일을 아는 이들, 처음 알게 된 젊은이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한자리에 앉아 전태일 50주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 전태일, 구두닦이 신문팔이 껌팔이 전태일, 문학청년 전태일, 소년 가장 전태일... 전태일이 만난 다양한 사람들이 증명하듯, '연극 전태일' 또한 연령과 성별, 지위를 넘어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우리 모두의 선물이며, 할아버지 할머니, 아이들이 가족과 손잡고 볼 수 있는 작품이다.  

50년 전 전태일이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연극이 끝나자마자 배우들은 관객들을 무대로 데려와 함께 춤을 춘다. 배우와 관객의 경계를 허물고 함께 춤추고 어우러지는 코뮤니타스(Communitas)라고 한다. ⓒ 임은혜

         
황선미 추진위 기획홍보팀장은 "'연극 전태일'은 현란한 소비사회에서 일회적으로 소모되는 상품이 아닌, 전태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우정과 연대, 청년 배우들의 진정어린 열정으로 미래 세대에게 희망의 물꼬를 터주는 연극,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연극이 되고자 한다"라며 "코로나 19와 기후변화, 노동 차별, 양극화 문제 등 재난과 불안의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공동체에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6월18일부터 20일까지,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는 50년 전 평화시장에서 바보회를 조직했던 전태일의 친구들과 미싱사들, 35년 전 구로공단에서 동맹파업을 이끌었던 노동자들이 희끗희끗한 머리와 주름살 자글자글한 얼굴로 '연극 전태일'을 보러 올 것이다.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구로의 노동자들, 시민들을 만날 것이다. 구로지역에 살고 있는 12살 어린이들은 어린 여공 역으로 출연하여 옛 노동자들의 어린 시절을 보여줄 것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이 시대의 어린이들이 하루에 14시간 넘는 고역을 감내해야했던 어린 노동자들을 상상할 수 있을까? '연극 전태일'은 어린 친구들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을 50년 전 세상 속으로 데려가 열악한 봉제공장에서 각혈하는 여공들을 만나게 하고, 지금은 노인이 된 그때 그 시절의 청년 노동자들과 울고 웃고 노래하고 춤추게 할 것이다. 그리고, 질문을 던질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느냐고.   
 

'2020 연극 전태일' 공연 포스터, 주제 그림은 박은태 작가의 '염원'이다 ⓒ 임은혜

#전태일 #전태일50주기 #2020연극전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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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연극 제작자로 몸, 마음, 소리, 사회의 제반 움직임과 탈, 꼭두, 신화 등에 깃들어있는 제의성에 기반한 연극을 창작하고 발표합니다. 2020년 전태일 열사 50주기 맞이 <연극 전태일_네 이름이 무엇이냐>를 제작하였고, '함께하는 연극전태일'의 상임대표를 맡아, 해마다 전태일 정신을 알리는 순회 공연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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