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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섬봉이 와룡산 주봉으로 바뀐 사연은?

경남 사천시 와룡산으로 산행을 떠나다

등록 2020.05.22 12:22수정 2020.05.22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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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와룡산 주봉인 새섬봉 정상으로 가는 길에서. ⓒ 김연옥

 
무엇에 쫓기는 듯한 일상 속에서도 늘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비껴들고 바람도 노닥거리다 가는 푸르고 싱그러운 숲이다. 그러던 차에 하늘에서 보면 거대한 용 한 마리가 누워 있는 모습과 흡사하다는 사천 와룡산(801.4m) 산행을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지난 14일, 오전 9시 남짓 되어 산행 기점인 용두공원(경남 사천시 용강동)에 도착해 한참이나 이어지는 지루한 임도를 걸어 올라갔다. 그나마 노란 꽃들이 환하게 피어 있어 지루함을 덜 수 있었다. 꽃들이 없었다면 걷기에는 참 삭막한 길이다.

어디선가 뻐꾸기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귀가 즐거울 정도로 꽤 오랫동안 울어 주었다. 와룡마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나 있는 산길로 접어들어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간간이 걸음을 멈추고 가쁜 숨을 내쉬며 초록 숲길이 주는 아름다움을 눈에, 또 가슴속에 담았다.
 

한참이나 이어지는 임도, 노란 꽃들이 환하게 피어 있어 지루함을 덜 수 있었다. ⓒ 김연옥

 
 

왕관바위 틈새에서 피어난 연홍빛 산철쭉꽃이 이쁘디이뻤다. ⓒ 김연옥

 
그렇게 50분 정도 걸어갔을까, 도암재에 이르렀다. 상사바위와 새섬바위 갈림길이기도 하다. 새섬바위로 곧장 가려다 상사바위라 불리는 천왕봉 정상(625m)까지 거리가 0.5km라서 갔다 오기로 했다. 편한 길은 아니었으나 안 갔더라면 후회할 만큼 멋스런 바위에 조망도 좋았다. 더욱이 상사바위서 내려다본 와룡저수지 풍경이 그윽해서 기억에 오래 남는다.

도암재로 다시 내려와 새섬바위 방향으로 올라갔다.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면서 몸이 지쳐 쉬엄쉬엄 걸었다. 도암재서 0.5km 정도 오르자 새섬봉과 왕관바위 갈림길이 나왔다. 다행스레 바로 지척에 왕관바위가 있어 잠시 들렀다.

왕관바위 틈새에서 피어난 연홍빛 산철쭉꽃이 이쁘디이뻤다. 한 줌 흙만 있으면 바위와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꽃들이 피는 것을 보면 감탄스럽다. 그런데 멀리서 이 바위 모습을 바라보면 왕관 같은 형상일까, 이미 발을 디딘 상태에서 요리조리 보아도 왕관을 닮은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정상 한곳에서 저수지 세 군데가 내려다보이다니
 

사천 와룡산 민재봉 정상서 백천재로 내려가는 길에. 햇빛 부스러기 내려앉아 눈부신 연분홍 철쭉이 피어 있었다. ⓒ 김연옥

 
갈림길로 되돌아와서 새섬봉(801.4m)을 향했다. 여기서 새섬봉 정상까지는 0.4km 거리다. 우람한 바위를 끼고 설치되어 있는 기다란 나무 계단이 나왔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바다를 바라다보며 잠시나마 서 있었더니 피로가 다소 가시는 듯했다.

나무 계단을 오르자 생각지 못한 너덜겅이 보였다. 예상과 달리 오르기가 까다롭지 않았다. 새섬봉 정상에 점점 가까워지자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까마귀들은 비상을 즐기듯 산봉우리 주위를 선회하고 있었다. 새섬봉 정상에 오른 시간은 오후 12시 20분께. 아주 먼 옛날 와룡산일대가 바닷물에 다 잠겼을 때 새 한 마리 앉을 자리만 이 봉우리에 남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와룡산 주봉, 새섬봉 정상에서. ⓒ 김연옥

 
 

새섬봉 정상에서 내려다본 와룡저수지 풍경이 그윽하다. ⓒ 김연옥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와룡산 주봉이 바뀌는 재미있는 사건이 있었다. 지난 2009년에 실시된 해발 고도 확인작업 이전만 해도 와룡산의 주봉은 민재봉(799m)이었다. 한동안 제2봉으로 여겨 왔던 새섬봉이 민재봉보다 2.4m 더 높다는 사실이 확인되어 제자리를 찾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주봉이다 제2봉이다 하는 것은 어쩌면 사람의 논리이지 산은 말이 없을 테지만 제자리를 찾아 주는 일은 맞는 것 같다.

새섬봉 정상은 사방이 탁 트여 가슴속까지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와룡저수지, 남양저수지, 백천저수지 등 세 군데 저수지 풍경을 한곳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여기서 점심을 한 후 민재봉을 향해 걸어갔다.

새섬바위서 민재봉 정상까지 거리는 1.6km. 비교적 편안한 길이 이어졌다. 군락을 이루고 있는 산철쭉꽃들은 거의 져서 못내 아쉬웠지만 앙증맞은 야생화들이 눈에 들어왔다. 1시 30분께 민재봉 정상에 이르렀다. 이곳은 주변 경치를 조망하기도 좋고 정상부가 상당히 넓어 쉬어 가기도 좋다. 아스라이 지리산 천왕봉, 남덕유산, 웅석봉이 보이고 사량도, 욕지도, 수우도 등 남해의 크고 작은 섬들이 바라다보였다.

민재봉 정상에서 1.3km 떨어져 있는 백천재로 하산을 하기 시작했다. 햇빛 부스러기 곱게 내려앉아 눈부신 연분홍 철쭉꽃들이 아직도 피어 있었다. 숲길 어디에 있든 환하게 눈에 띄는 철쭉꽃들은 언제나 내 마음을 사로잡는 것 같다.

백천재에서 백천사 방향으로 걸어 내려갔다. 10분이 채 안 되어 너덜겅이 나왔다. 감사한 것은 힘들지 않게 돌들을 건너갈 수 있도록 누군가가 일일이 표시를 해 놓았다. 그런데도 워낙 거칠게 생긴 큰 돌들이라 조심스러웠다.

너덜겅을 지나 한참 동안 걸어가야 했다. 계곡을 타고 시원하게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왔을 때는 지루함을 견딜 수 있었는데 숲길을 벗어나서는 피로가 몰려왔다. 그래도 싱그러운 초록빛 나무, 연분홍 철쭉꽃, 멋스런 바위, 파란 바다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내는 오월 와룡산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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