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개의 장독대가 핀 종가

전남 담양 사단법인 ‘한국 전통장 보존 연구회'... 슬로우 푸드의 가치 지켜

등록 2020.05.22 16:33수정 2020.05.2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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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재 종가에 늘어선 장독대들 ⓒ CPN문화재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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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담양군에는 우리의 전통장을 지켜나가는 종가가 있다. 바로 장흥고씨 양진재파의 종부 기순도씨가 이끄는 문화재청 인가 사단법인 '한국 전통장 보존 연구회'다.

종가의 마당에는 수많은 장독대가 끝도 없이 늘어서 있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한국 전통장 보존 연구회의 고훈국 실장은 "마당에 있는 장독대의 갯수는 약 1,200개에 달하고 있다. 기간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맛 또한 다양하게 연출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전통장보존연구회 ⓒ CPN문화재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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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장 보존 연구회의 장은 국내외로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지난 2017년 트럼프 미국대통령 방한 당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가진 국빈만찬에서 연구회의 씨간장이 사용된 한우갈비가 식탁에 올랐다. 외신에서는 360년 된 전통의 씨간장을 보며, 미국의 역사보다도 더 오래된 한국만의 전통 간장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종가의 특이한 장 요리법이 눈에 띈다. 젓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간장만을 이용해 담근 간장김치, 고추와 딸기라는 색다른 조합이 인상적인 딸기고추장이다. 흔히 예전의 방식만을 고수한다는 종가의 비법적인 편견을 깨고 다양한 조합의 요리를 만들어 장문화를 새롭게 활용하고 있다.
 

?기순도 명인의 장으로 만든 음식들 ⓒ CPN문화재TV

 
​양진재 문중 10대 종부이자 한국 전통장 보존 연구회 대표인 기순도 명인은 "우리의 전통장은 고문서 '규합총서'에서도 등장할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진 문화이며, 콩·물·장독·주변 날씨 등 장을 담그는 재료뿐만 아니라 주변의 환경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수천 개의 장독대마다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있다. 단순히 장을 만드는 기술만 주목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장을 만들면서 올리는 제사나 의식, 식탁에 올라 요리의 재료로서 활용되는 과정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 현재 패스트푸드에 익숙해져서 빠르게 식문화를 즐길 수 있게 됐지만 그와 동시에 만드는 과정이나 사람들의 이야기는 사라지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하늘 아래 가족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대와 주변에서 활발하게 장을 연구하는 사람들 틈 속에서 잠시나마 '장 담그기' 문화를 지키는 명인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각박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잠시 '슬로우 푸드'에도 귀를 기울여 보는 것이 어떨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CPN문화재TV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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