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귀촌, 이렇게 자리잡았습니다

[귀촌 이야기 1] 텃밭과 화단 가꾸기

등록 2020.05.23 12:51수정 2020.05.2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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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정금

 

ⓒ 염정금


남편이 목 디스크 수술을 한 후 명예퇴직을 통보해왔다. 더구나 캠핑카를 산다며 주차할 공간을 위해 시골집을 알아보라고 했다. 갑작스런 통보에 놀라긴 했지만 나름대로 고심 끝에 결정한 일이라는 생각에 찾은 집은 땅끝마을 해남에 자리한 아담한 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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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과 대밭이 있어 맘에 들긴 해도 손봐야 할 것들이 한 두군데가 아니었다 본체, 창고 지붕 개량과 황토방, 아궁이가 있는 부엌을 메워 드레스룸으로 바꾸고 방에 맞는 크기의 가구를 들여 놓으니 둘이 살기엔 적당하지만 큰집으로서 손님 맞이하기엔 좁은 집이었다. 그나마 남편 바람대로 마당이 넓어 다행이고 내 희망인 텃밭까지 있어 흡족했다.
 

ⓒ 염정금


옛집이라 방들이 고만고만해 장롱, 소파, 돌침대는 남편에게 주고 방 사이즈에 맞춘 장롱과 식탁을 다시 들여놓고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은 창고 수납장에 넣어두니 그런대로 정리는 되었다. 그러나 실내에서 자란 식물들이 밖에 두니 하나하나 마르거나 죽어갔다.
 

ⓒ 염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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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 정 붙이면 고향인 게지.'

이런 생각을 하며 잡초와 조선갓으로 우거진 텃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잡초를 빼고 곡괭이로 땅을 파니 긴 직사각형 텃밭과 우물 옆 정사각형 꽃밭이 얼굴을 내밀었다.
텃밭에는 상추, 쑥갓, 아욱, 들깨, 고추 등 여러 채소를 심고 꽃밭에 가져온 화분 중 얼지 않고 살아난 장미, 천리향, 탱자, 게발선인장 등을 심고 자잘한 꽃들을 심으니 아담하지만 제법 화단의 형태가 잡혀갔다.
 

ⓒ 염정금


5월에 들어서니 잦은 비가 내려서인지 텃밭과 꽃밭이 점차 모습을 갖춰 갔다. 이장 댁이 준 고구마도 무성하게 자란 잡초 제거하니 그 아래 숨죽인 듯 어린 싹이 눈을 뜨고 상추, 아욱, 쑥갓, 시금치, 들깨, 케일, 토마토, 가지, 딸기, 갓, 감자, 고추, 머위, 방아, 옥수수 등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
 

ⓒ 염정금


옛 주인이 남기고 간 갓은 7차례나 김치와 물김치로 우리의 미각을 책임지고도 두덕 외에도 고랑마다 새로이 돋아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며칠 전엔 비 온다는 소식에 하루 종일 잡초를 맸더니 온 몸이 쑤셨다.

오후부터 내린 빗줄기 밤새 텃밭을 토닥였는지 다음 날 아침엔 식물들 쑤욱 자란 자태로 서 있어 기쁘기도 했다.

하지만 심술꾸러기 바람에 넘어진 고추와 땅에 온몸을 뉘어버린 장미의 울음도 함께해 맘이 아프기도 했다.
 

ⓒ 염정금


다시 힘을 내어 텃밭 정비에 나선다. 분산된 옥수수를 함께 모으고 빽빽한 파 넓은 빈 두덕으로 옮겨 이항하고 지지대들도 단단하게 매어주니 다시금 꽉 찬 텃밭이 됐다. 꽃밭에 새 친구들도 이앙했다.

잡초 뽑다 만난 민들레 달개비 제비꽃과 작은 고모가 사온 카네이션을 들여놓으니 다시 봄을 맞은 듯 꽃밭이 환하다.

농협에서 사온 표고도 우물 옆 그늘에 두고 저주 물을 끼얹어 적셔 주니 토실한 버섯을 내고 뒤안에선 우후죽순이란 말이 실감나게 비 개인 뒤 둘러보면 쑤욱 올라온 죽순이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다.

어눌하지만 5개월 남짓의 귀촌 생활! 점차 자리잡혀 간다.
 

ⓒ 염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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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두 자녀를 둔 주부로 지방 신문 객원기자로 활동하다 남편 퇴임으로 땅끝 해남으로 귀촌해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로 교육, 의료, 맛집 탐방 기사를 쓰고 있었는데월간 '시' 로 등단이후 첫 시집을 내고 대밭 바람 소리와 그 속에 둥지를 둔 새 소리를 들으며 텃밭을 일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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