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가루 반란' 성남과 상주, 가장 큰 특징은 '활동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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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saromeo1)등록 2020.05.24 13:02
시즌 전 성남FC와 상주상무의 활약을 예상하는 이는 드물었다. 성남은 '신인 감독' 김남일 아래에서 리빌딩되고 있었고 상주는 강등이 확정된 상황이라 동기부여가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시즌이 시작한 뒤로 두 팀의 활약상이 인상적이다. 성남과 상주 각각 1승 2무와 2승 1패로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아직 성급히 시즌 전체를 두고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분명 눈에 띄는 성적이다. 특히 지난 시즌 7위(상주)와 9위(성남)에 머물렀던 팀이라기에는 꽤 완성도와 짜임새가 있어 보인다. 과연 앞으로도 호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지금까지 양 팀의 활약은 이유있는 반란이었을까.

 

김남일 감독 ⓒ 성남FC 홈페이지

 
◇ '빠따축구' 아닌 '버터축구', 성남FC '김남일의 축구' 시즌 1



포백인듯, 쓰리백인듯, 때로는 파이브백인듯이 움직인다. 유인수와 최지묵이라는 새로운 자원들이 잘 적응했고 연제운은 여전히 든든하다. 김남일 축구의 첫 선, 주전으로 분류됐던 선수들이 부상이 겹치며 우려가 많았지만 생각 외로 잘 풀리고 있다. 세 경기에서 단 1실점을 내줬으며 그 사이 3골을 넣었다. 실점도 역습 상황에서 나온 상대의 기술적인 플레이에 당했기 때문에 조직력 문제는 아니었다.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점은 속도감과 투지다. 버티면서 알짜배기 축구를 했다면 올해는 3-5-2 전술을 통해 빠른 역습과 공격 전개에 나선다. 김남일 감독이 '공격 축구'를 선언했듯, 이에 맞는 색채가 잘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공격 축구라고 해서 수비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수비에서부터 공 소유의 줄기를 가져가며 점유율도 높이고 있다. 지난 인천과의 경기에서는 무려 70%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점유율 기반의 '병수볼' 강원에게도 51%의 공을 점유했다. 중원에서 힘을 받아 올라오면서 최전방에 연결을 하고 마무리까지 해내는 모습이다. '국내파 정통 스트라이커' 양동현은 베테랑 다운 슈팅 감각으로 매 경기 골을 노리고 있다. 지난 광주와의 개막전에서는 점유율이 밀렸지만 두 번의 확실한 마무리로 승점 3점을 따냈다. 김남일 감독이 '경험'을 보고 데려온 만큼 효과를 확실하게 보고 있다. 한편 신인인 홍시후의 패기도 볼만하다. 교체 출전으로 기회를 잡았던 그는 빠른 스피드와 저돌적인 돌파, 슈팅까지 보여주면서 강원전에 선발 출전했다. 아직 감각과 힘이 떨어지는 모습이지만 패기가 가장 큰 장점이다.



성남의 축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최선을 다해 전력 질주하는 압박이다. 상대가 성남의 골대로부터 최대한 멀리서 경기하도록 최전방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해주고 있다. 수비 라인은 최대한 견고하게 서고 중원과 공격진은 가까운 곳을 압박한다. 마치 강원의 병수볼 축구를 성남의 색채로 입힌 듯한 모습이다. 중원에서는 롱볼로 사이드를 넓혀주고 측면 자원들이 활발하게 공간을 활용한다. 윙백과 미드필더를 가리지 않고 측면을 이용하며 최전방 공격수인 홍시후와 양동현도 때로는 측면으로 넓게 뛰어준다. 이어 올라오는 크로스와 돌파를 슈팅으로 마무리하거나 흘러나오는 공을 차 골대를 노린다. 성남의 선수들과 잘 맞는 전술이기도 하고 확실히 효과를 보고 있다.

어린 선수들과 베테랑이 합쳐져 시너지도 나고 있다. 유망주들의 스피드 있고 넘치는 패기로 압박하고 베테랑은 그 사이의 빈 공간을 메워주고 있는 모습이다. 강원전 권순형의 득점처럼 확실한 마무리도 팀을 돕고 있다. 이대로만 해준다면 상위권 팀들에게 아주 매운 고춧가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김남일 축구의 시즌 1, 분명 무언가 보여줄 것 같다.


◇ 김태완의 상주, 많이 뛰고 많이 시도하는 축구로 2연승 달린다



상주는 시즌 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새롭게 올해부터 U-22룰이 상주에도 적용되기 시작했고 상주에서는 시민구단을 창단하고 상무를 다른 연고지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U-22룰에 따라 세 명의 유망주가 입대를 결정했지만 시즌 직전 교통사고를 당해 출전이 어려워지기도 했다. '상주상무'로서의 마지막 시즌, 동기부여 역시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미 K리그 이사회에서는 상무팀의 강등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시즌 뚜껑을 열었더니 상주는 강력한 고춧가루 팀이었다. '전술가' 김태완은 부족한 선수 숫자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전술들을 뽑아내고 있다. 울산에는 0-4로 크게 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광주를 잡고 2연승째다.



좌측면을 이용한 돌파와 크로스 플레이, 그리고 체력적으로 어려워지는 후반에는 역습까지 해낸다. 현재 U-22 자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교체카드 2장 페널티를 받고 있지만 그만큼 다른 선수들이 더 뛰어주고 있다. 가장 빛을 보고 있는 플레이 방식은 좌측면 공격이다. 왼쪽의 강상우가 최전방의 진성욱과 공을 주고 받으면서 무언가를 만들어내왔다. 강상우가 침투를 하면 크로스가 올라오고 슈팅을 하면 골이 만들어지면서 2연승이 가능했다. 뒤에 있는 박용우와 한석종은 공이 흘러나오면 슈팅한다. 공격을 전개했으면 역습을 주지 않고 처리까지 해내는 모습이다.

상황마다의 전술적인 변모도 보여주고 있다. 포백을 기반으로 4-5-1 또는 4-4-2, 때로는 4-2-4까지 다양하게 전술을 구사한다. 여기에 지난 시즌 MVP급 활약을 펼친 문선민이 더해지면서 역습에 맛을 들이고 있다. 지난 강원전에서는 동점골을 위해 높이 라인을 올린 강원에게 카운터어택으로 쐐기를 박기도 했다. 안태현이나 강상우의 크로스 플레이나 최전방에서의 침투 플레이도 안정적이다. 여기에 무엇보다 선수들간의 패싱이 물 흐르듯이 잘 이어지면서 질 높은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지난해보다 한층 플레이가 다양해진 모습이다.



다만 시즌을 전체를 두고 고민이 있다. 곧 선수단의 일부가 뒤바뀐다는 사실 때문이다. 5월 25일자로 12명의 선수들이 새롭게 입대한다. 여기에는 박동진, 허용준, 심상민, 김용환 등이 포함되어 있다. 최전방에 박동진 카드가 추가되어 진성욱, 이근호, 박동진, 문선민, 오세훈까지 다양한 옵션을 갖게 됐다. 또 양 측면 수비에 심상민과 김용환이라는 든든한 선수들을 얻게 됐다. 그러나 8월이면 가장 높은 기수의 선수들이 전역하기도 한다. 따라서 시즌 중 선수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매년 이런 변화를 겪어왔지만 늘 대처하기 어렵다. 특히나 잘하고 있을 때 맞이하는 변화는 무언가 고민을 자아낸다. 과연 흔들림 없이 성적을 이어갈 수 있을지, 상주상무의 활약상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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