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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에 비해 깊고 넓은 분화구를 품은 '아부오름'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 자리잡고 있는 기생화산 '아부오름'을 찾아서

등록 2020.05.25 11:13수정 2020.05.2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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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오름을 소개하는 안내판 아부오름은 다른 오름들에 비하여 비고는 높지 않고, 분화의 딮이는 비고높다 깊으며 넓다. 둘레의 능선길이는 1.5km 정도가 된다. 분화구의 둘레는 500m 정도이다. ⓒ 김광철

 
코로나19로 답답한 마음을 열어보기 위해 제주 올레길과 오름 등을 올랐다. 올레 8코스도 걸었고, 5월 17일에는 구좌읍 송당리에 있는 아부오름과 표선면 성읍리에 자리 잡고 있는 백약이오름을 찾았다.

화산섬인 제주도는 네 번에 걸친 화산 폭발을 통해 현재와 같은 제주 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한라산 정상의 백록담도 화산 폭발로 이루어진 분화구이지만 제주 섬 곳곳에는 크고 작은 화산 폭발들이 이루어져 생겨난 360여 개의 기생화산들이 있다.


이 기생화산들을 제주에서는 특별히 '오름'이라 부른다. 물론 이런 오름들 중에도 '산방산', '고근산', '영주산' 등과 같이 '산'이라 불리는 곳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오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 오름들의 이름도 '거슨세미오름' '물찾오름' '민오름' '골체오름' 등 제주 토속어를 사용해 지어 불리고 있어 굉장히 친근하게 다가온다.
 

아부오름 능선길 1.5km에 달하는 능선길이 훤하게 잘 나있다. 이글 너머로 수많은 오름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 김광철

 
함께한 동료와 나는 서귀포 시내에서 5.16도로를 지나가는 182번 버스를 탔다. 제주는 근래에 버스노선들이 잘 정비가 되어 있어 웬만한 곳은 버스를 이용하고 약간 걸으면 못가는 곳이 없을 정도다.

182번을 타고 성판악을 지나 다음 정거장인 '교래리 입구' 정류장에 내려 아부오름과 백약이오름 쪽으로 가는 버스 노선을 검색을 하여 212번을 탔다. 하지만 우리가 탄 버스는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백약이오름 쪽으로 가질 않고 '송당'을 지나 '수산2리'쪽으로 빠지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부오름이나 백약이오름 쪽으로도 212번 버스가 다니는데, 하루에 몇 번 지나지 않기 때문에 그곳을 통과하는지 확인하고 타야한다고 한다. 그러지 않고 타는 바람에 엉뚱한 곳에 내려야 했다.

수산2리 삼거리에 내려 주변 식당 주인에게 물어보았더니 차라리 택시를 타고 가라고 하여 택시를 불렀다. 5분 정도 지나니 택시가 도착해 그 택시를 타고 아부오름을 찾았다. 택시비는 7800원이 나와 생각보다 저렴했다.
 

아부오름을 오르는 길 아부오름은 높이가 301m인데, 이미 250m 정도 차량을 이용하여 오른 상태에서 오르기 때문에 별로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웨딩사진을 찍는 신부들과 아이들도 많이 찾는 높지 않은 오름이다. ⓒ 김광철

 
아부오름 입구에는 많은 차들이 세워져 있고, 웨딩사진을 찍기 해여 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신랑 예복을 입은 커플도 보였다. 아부오름은 '앞오름'이라 불리던 것이 현재의 '아부오름'으로 바뀌어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앞오름'이라는 말의 주는 의미와 같이 앞동산 같은 정도의 낮은 오름이라 드레스를 입은 신부들도 올라서 웨딩사진을 찍을 정도로 오르기 쉬운 오름인 것이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눈에 띄었다.
   

귀화식물인 서양금혼초 제주 중산간 초원을 다 뒤덮고 있는 서양금혼초, 얼핏보면 민들레처럼 보이지만 민들레에 비하여 꽃대가 길고 잎모양도 길죽하고 다르다. ⓒ 김광철

   
제주도 여행을 가보면 가을이면 중산간 지역이 온통 억새꽃으로 뒤덮여 있다. 그런가 하면 요즘 제주도 중산간 초원에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온 천지를 '서양금혼초'의 노란 꽃무리가 뒤덮고 있다. 옛날부터 목장으로 유명한 제주도가 서양의 목초들을 수입하여 재배를 하는 과정에 묻어온 귀화식물인 것이다.


민들레와 같은 두상화 꽃차례에 노란색깔을 띄고 있으니 식물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 꽃이 민들레인 줄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 서양금혼초 군락에서 사진 한 컷을 찍고 아부오름을 오르기 시작했더니 우리나라의 남부와 중부 지방의 여느 산에서나 볼 수 있는 청미레덩굴, 하얀 꽃에 짙은 향기를 내뿜은 찔레가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능선에서 내려다 보이는 아부오름 분화구(굼부리) 분화구가 다른 오름들에 비하여 깊고 넓은 것이 특징이다. 잠실주경기장 보다 더 넓어 보였다. 굼부리 안에는 삼마누가 심어져 있지만 주변 능선에서는 곰솔들이 씩씩하게 자라고 있었다. ⓒ 김광철


우리나라의 해안가와 도서에는 줄기가 거무스레하고,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소나무들이 많이 자란다. 우리말로는 '곰솔'이라 불리고, 한자말로는 '해송'이라 불린다. 아부오름을 오르는 길이나 능선에 올라보았더니 대략 10~20년생 곰솔들이 봄이 되어 새로운 가지를 쭉쭉 내밀고 있어 씩씩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아부오름을 오르는 길에 만난 '등심붓꽃' 등심붓꽃은 북미에서 귀화한 식물로 꽃잎이 6장을 달고 있고, 자주색 또는 백색의 꽃잎에 자주색 줄무늬가 들어 있다. ⓒ 김광철

 
아부오름을 오르는 길 양옆을 살펴보았더니 꽃잎을 여섯 개 달고 있는 옅은 자주색 또는 하얀 색에 자주색 줄무늬를 하고 있는 가녀린 꽃들이 지나가는 나그네의 눈길을 붙들었다. 지난 4월 제주도에 갔을 때 처음 만났던 꽃이었다. 나는 제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당시에는 볼 수 없었던 꽃이다.

이 꽃 이름을 몰라 시진을 찍어서 송홍선 박사에게 보내어 동정을 해 달라고 하였더니 "등심붓꽃'이라는 것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더니 '붓꽃과'의 식물로서 북미에서 귀화한 식물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붓꽃들은 대부분 6장의 꽃잎이 뒤로 젖혀진 모습을 하고 있는데, '등심붓꽃'도 꽃잎은 6장이지만 뒤로 젖혀진 모습은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많은 붓꽃들이 주는 이미지와는 많은 차이가 있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키는 별로 크지 않아 20cm 내외이고, 잎은 보통의 붓꽃들처럼 나란히맥을 하면서 줄기를 감싸는 형태를 하고 있다. 꽃모양이 별을 연상하게 하고 색깔도 예뻐서 사람들이 화초로 들어다 가꾸기도 하는 꽃이란다. 아부오름에 올라서 능선 길을 걷다보니 이 꽃을 아주 흔하게 만날 수 있었다.

제주의 오름들은 표선, 성산, 구좌, 조천 등 주로 제주 동부와 동북지방의 중산간 지역에 많이 자리잡고 있다. 중산산 지역이라 오름의 식물들도 제주 중산간 지역의 식생과 별로 다르지 않다. 바닷가 쪽에 자리잡고 있는 오름들은 동백이나 참식, 굴거리, 조록, 구실잣밤, 후박 등 주로 상록수들이 우거져 있지만 중산간 지역에 자립잡고 있는 오름들은 사스레피나무, 보리밥나무, 소나무 등 일부 상록수들도 있지만 대부분 낙엽수들이다. 그리고 억새와 새 등 초본류가 널리 자리잡고 있다.
 

분화구 내의 삼나무 숲 개인소유라서 삼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다. 누가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한 흔적도 보인다. ⓒ 김광철

 
아부오름은 높이가 301m지만 이미 해발 250m 정도까지 차를 이용하여 오른 상태에서 올라가기 때문에 별로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었다. 정상에 올라 사방을 살펴보니 내가 올랐던 '거슨세미오름'도 주변에 있지만 나머지 오름들은 올라보지를 않아서 이름을 알 수 없는 높고 낮은 오름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오름 아래로는 목초를 가꾸는 목장, 삼나무 울타리가 둘러쳐져 있는 농사짓는 밭들, 새어버린 고사리들이 널려있는 초원 등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었다.

제주의 오름들은 다들 제각각 색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분화구가 있는 오름과 없는 오름, 분화구의 크기와 깊이, 형태도 다양하다. 아부오름은 분화구가 다른 오름들에 비하여 굉장히 넓고 깊다. 잠실 주경기장만큼이나 넓다고나 할까? 분화구의 둘레만 500m 쯤 된다고 한다. 능선을 한 바퀴 다 도는 데는 1.5km라니 다른 오름들보다 분화구의 둘레의 길이도 긴 편이다.
 

하얀 찔레꽃 아부오름을 오르는 길이나 능선, 굼주리 안 등 여러 곳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찔레꽃 붉게 피는...'으로 나가는 잘못된 흘러간 노래 구절이 생각나게 한다. ⓒ 김광철

 
 

아부오름 분화구 안에서 만난 솜양지꽃과 등심붓꽃 분화구 안에는 솜양지꽃(노란색)과 등심붓꽃(자주색), 주름잎, 떡쑥, 장딸기, 고사리, 비목나무, 이대, 삼나무, 소나무, 국수나무, 찔레 등 많은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 김광철

 
오름 능선을 따라 걷다가 보니 굼부리로 들어갈 수 있게 사람들이 내 놓은 길이 보여 그 길을 따라 굼부리(분화구)로 내려가 보았다. 봄철이 되어 고사리를 꺾는 사람들이 고사리를 꺾으러 다니면서 내 놓은 길인 것으로 보인다.

굼부리에 내려갔더니 평평하면서도 넓은 굼부리 안에 삼나무가 제법 많이 심어져 있었다. 굼부리는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땅이라서 삼나무를 심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봄에 그 굼부리 삼나무 숲에 누군가 텐트를 쳤다가 걷어 놓은 것도 보였다. 굼부리 안에는 솜양지꽃, 주름잎, 떡쑥, 점나도나물, 고사리, 장딸기, 이대, 찔레, 비목나무 등의 식물을 만날 수 있었다.
 

토끼풀과 등심붓꽃의 어우러짐 두 식물 모두 귀화식물이다. 제주 봄에는 서양금혼초와 토끼풀, 포아풀 등 많은 귀화식물들이 자리를 잡아 꽃을 피우고 있었다. ⓒ 김광철

 
다시 내려왔던 길을 되짚어 능선으로 올라가 배 선생을 만났다. 능선에는 목초로 들여온 오리새며 큰포아풀, 서양금혼초, 토기풀 등 많은 귀화식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멍석딸기, 큰뱀무며 개구리자리 등의 미나리아재비과 식물들도 꽃을 피우고 있고, 여느 산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엉겅퀴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굼부리 경사면에는 고사리꾼들에게 꺾이지 않고 살아남은 고사리들이 '나 살아있어'라고 외치고 있었다.

솜양지꽃, 국수나무의 작은 꽃들을 살피면서 산길을 내려왔다. 백약이오름으로 향하기 위해서다. 백약이오름은 1.5km 정도 떨어져 있다고 하니 걷기에는 무리가 없는 거리라서 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아부오름 입구 길가에는 때늦은 돈나무 꽃들이 짙은 향을 내뱉고 있고, 나무 숲에서는 '벌깨덩굴' 꽃이 화사하게 웃고 있었다.
 

개구리자리 미나리아재비과 식물로서 약간 습한 곳에 많이 자란다. 아부오름 입구와 능선, 분화구 등에서 심심지 않게 볼 수 있었다. ⓒ 김광철

   

벌깨덩굴 아부오름 입구 길가의 작은 숲에서 화사하게 피어있었다. 꿀풀과 식물로 전국 어디에서나 숲속 나무 밑에서 쉽게 볼 수 있다. ⓒ 김광철

 
아부오름은 낮아서 누구나 오르기 쉽다. 그리고 넓고 깊지만 평평한 분화구 바닥이 다른 오름들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산굼부리를 연상케 하지만 산굼부리 분화구 보다 깊고, 넓다. 산굼부리에는 굼부리 안으로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차단하고 있고 상록수가 어거진 것이 아부오름과 다르다. 아부오름은 높이도 산굼부리 보다는 조금 높다. 이러저러한 나름대로의 특징을 갖고 있어 제주를 찾았을 때 아부오름을 한 번 찾아보면 또 다른 제주 오름의 또 다른 면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부오름 #깊고 넓은 분화구 #다양한 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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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초등위원장,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을 거쳐 현재 초록교육연대 공돋대표를 9년째 해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의 혁신학교인 서울신은초등학교에서 교사, 어린이, 학부모 초록동아리를 조직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미래, 초록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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