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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탱탱볼 논란, 반발력이 전부 아니다?

[주장] 공에 작용하는 항력도 살펴보면 어떨까

20.05.26 15:41최종업데이트20.05.2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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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개막한 2020 KBO리그가 시즌 초반 '타고투저'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19시즌 공인구를 교체하며 타고 현상을 완화한 지 불과 1년 만에 또 한 번의 변화다. 이에 팬들 사이에서는 공인구를 다시 교체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거세다. 그러나 지난 7일 KBO가 발표한 반발계수 검사 결과는 평균 0.4141로 작년보다 높았지만, 정상 범위 안이었다. 반발계수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셈이다.

그런데도 세간의 의심은 여전하다. 홈런 개수가 작년 보다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타자들이 공인구에 적응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공인구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공인구의 반발력 외에 홈런 증가에 영향을 미칠만한 다른 요인은 없을까?

메이저리그의 현상을 참고해 볼 만하다. 메이저리그는 최근 몇 년 사이 홈런 개수가 급증하는 현상을 겪었다. 2014시즌에는 4186개였던 리그 홈런 개수는 지난해인 2019시즌에 6776개로 급증했다. 이에 대해 타자들이 홈런을 치기 위해 타구의 발사각을 올렸다는, '플라이볼 레볼루션'이 한몫을 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타자의 기술적 변화만으로 설명하기엔 극적인 홈런 증가였다.

이런 폭발적인 홈런 증가로 공인구 논란이 일었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공인구에 변화가 없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나 전례 없는 '홈런 홍수'는 계속됐다. 급기야 2019시즌에는 2017시즌 이후, 리그 홈런 기록을 또 한 번 갱신했다. 여기에 저스틴 벌랜더를 포함한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들은 직접 '탱탱볼(Juiced ball)'을 언급하며, 논란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결국, MLB 사무국은 2017년 8월 야구 물리학의 대부인 앨런 네이선 교수를 포함한 조사 위원회를 구성해 직접 공인구 조사에 착수한다. 수개월에 걸친 조사 결과, 공의 반발력보다는 공기역학적 특징에서 변화가 확인됐다. 구체적으로는 공에 대한 공기저항이 줄었다는 결론이었다. 어떤 이유로 메이저리그 공인구에 작용하는 항력이 줄어 홈런이 늘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회전하는 야구공에는 항력이 작용한다. 항력은 물체의 운동 방향의 반대로 작용해 운동을 방해하는 힘이다. 셔틀콕과 테니스공을 생각하면 쉽다. 셔틀콕은 라켓으로 타격한 직후에는 테니스공보다 훨씬 빠르지만 멀리 치는 것은 더 어렵다. 셔틀콕에 작용하는 항력이 테니스공에 작용하는 항력보다 크기 때문이다. 야구공도 마찬가지다. 조사 결과처럼 야구공에 작용하는 항력이 과거보다 작다면 공이 더 멀리 뻗어 나가는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조사 위원회는 이유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공에 작용하는 항력은 줄었으나, 정확한 이유는 특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조사단은 직접 공인구 제조 공장까지 찾았지만, 공정과정에서도 특별한 문제를 찾지 못했다. 다만 공인구에 대한 다수의 연구에서 지목되는 몇몇 가능성은 있다. 

대표적으로 공인구의 표면이 미끄러워지면서 항력이 줄었다는 주장, 공인구의 무게중심이 더 이상적으로 변하면서 타구가 받는 항력이 줄었다는 주장 등이 있다. 이 밖에도, 공의 실밥 높이가 낮아졌다는 등 다양한 원인이 지목되고 있다. 이유야 어떻든 주목해야 할 것은 항력이 낮은 공이 대 홈런 시대의 주요한 원인이라는 점이다.

KBO리그 공인구도 더 잘 나는 공일까?

흔히 '탱탱볼'로 묘사되는 반발력이 높은 공과 마찬가지로 항력이 낮은 공은 홈런을 치기 유리하다. 그러나 두 경우에 나타나는 현상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같은 조건으로 타격하면, 탱탱볼이 반발력이 낮은 공보다 더 빠른 타구가 된다. 즉, 홈런을 쳐내기 위한 조건인 '빠른 타구 속도'를 쉽게 충족할 수 있다. 맞는 순간 넘어가는 벼락같은 홈런이 많다면, 탱탱볼을 의심할 만하다. 탱탱볼의 위력은 홈런 증가에서 그치지 않는다. 땅볼도 빠른 타구 속도 때문에 수비를 뚫어낼 확률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탱탱볼을 쓰게 되면, 리그 전체의 인플레이 타율(BABIP)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이는 타고투저 기간인 2014~2018시즌의 KBO리그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 기간 KBO리그의 BABIP는 0.330 수준으로 프로야구 출범 이래로 가장 높았다. 낮은 반발력의 공인구로 교체한 2019시즌의 BABIP인 0.310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치다. 

항력이 낮은 공은 다소 다르다. 이 경우에 타구 속도는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탱탱볼만큼 BABIP가 크게 높아지진 않는다. 다만 공이 뜨면 타구가 쉽게 죽지 않는다. 적당한 속도로 공을 띄우면, 마치 고산지대처럼 타구가 끝까지 뻗어 나가는 경우가 많아진다. 넘어가지 않을 것 같던 타구가 넘어가는 귀신 같은 홈런이 많다면, 항력의 영향일 가능성이 있다. 마침 이 변화를 몸소 겪은 사례가 있다. 바로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 산하 마이너리그의 AAA다.

메이저리그 공인구는 코스타리카에서 제작한다. 이에 반해 마이너리그는 원가 절감 차원에서 중국에서 생산하는 공인구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공인구를 활용하면서,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마이너리그 선수 평가에 애를 먹었다. 이에 2019시즌부터 메이저리그 구단이 직접 돈을 보조해, 마이너리그(AAA)에 메이저리그 공인구를 도입했다. 결과는 생각보다 극적이었다. BABIP는 미미하게 오른 가운데, 홈런 개수가 급증한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더 나는 공'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결과였다.

현재 KBO리그의 BABIP는 0.317이다. 작년과 비교하면 높지만, 타고투저 기간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그러나 홈런의 개수는 작년보다 늘었다. 지난 시즌 AAA가 겪은 변화와 비슷한 점이다. 굳이 공인구를 의심해야 한다면, 그 의심이 한 번쯤은 항력을 향할 수 있는 이유다. 

지난 타고투저 기간에 확인했지만, 공인구는 경기 내용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경기를 보는 팬들의 신뢰도 달려있다. 극적인 홈런의 순간, 희열을 뒤로하고 눈을 비비며 공을 의심하는 것은 누구도 바라는 그림이 아니다. 현재 KBO의 초점은 반발력에만 맞춰져 있다. 그러나 위에서 이야기했듯, 공에 작용하는 항력도 결정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의심을 지워내는데 공인구의 항력에 대한 조사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KBO에 조심스레 제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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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구 반발력 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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