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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코로나192475화

두 달째 봉쇄된 뉴욕... 봉쇄는 정말 유효한 걸까

[코로나19 뉴욕 자가격리 일기] 봉쇄의 딜레마

등록 2020.05.26 10:36수정 2020.05.2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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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와 재택근무로 봉쇄된 맨해튼 5애브뉴 코로나19로 인해 뉴욕시 정부는 3월 말부터 자가격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5월 중순인데도 맨해튼 중심가는 여전히 한가하다. 필수 업종 종사자들만 다니고 거리의 상점들은 모두 폐쇄된 상태다. ⓒ 최인호

  
[2020년 5월 25일] 봉쇄를 풀어야 하는가

지난 5월 25일, 미국은 메모리얼 데이라는 공휴일이었습니다. 한국의 현충일과 비슷하지요. 뉴욕이나 매사추세츠 등 미국 북동부 지방에서는 주로 이번 주말부터 여름이 시작됩니다. 특히 뉴욕과 워싱턴 등의 여름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6월부터 9월 초까지입니다.

물론 플로리다나 텍사스 등 남부지방은 진즉에 무더운 여름이 시작됐지요. 특히 공화당 성향이 강한 남부지방 사람들은 방역 당국의 긴장은 아랑곳 않고 해변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언론은 이를 크게 보도한 적도 있습니다.

이번 주말을 기해 뉴욕과 뉴저지 두 주를 제외한 나머지 48개 주는 코로나19로 봉쇄됐던 경제·사회적 격리를 상당 부분 해제합니다. 뉴욕·뉴저지 역시 6월 초부터 단계적으로 봉쇄를 해제한다고 발표한 상황입니다. 결국 미국 전역에서 봉쇄가 사실상 해제되는 겁니다. 역학전문가들의 우려는 매우 큽니다. 미국은 아직도 매일 2만 명 정도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사망자도 일 1000여 명에 이르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지난주에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뉴욕주의 하루 사망자가 200명 이하로 떨어져서 상황이 개선됐다'고 밝혔습니다. 5월 25일 오후 6시 현재(미 동부시각) 미국의 총 확진자는 170만3389명, 사망자는 9만9754명인데, 이 중 뉴욕은 확진자 37만여 명, 사망자 2만9000여 명입니다. 뉴저지는 확진자 15만6000여 명, 사망자 1만1000여 명입니다. 뉴욕·뉴저지를 합하면 여전히 미국의 전체 확진자의 1/3, 사망자의 40% 정도를 차지합니다.

미국민은 이미 너무 오랫동안 자가격리 상황에 놓였기 때문에 지쳤습니다. 어떻게 두 달 동안이나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는지 참으로 놀랍습니다. 뉴욕시처럼 거주지가 밀집돼 있고 코로나19 발생이 집중된 곳에서 봉쇄정책을 펴는 것이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도 별로 없는 지방에서는 과연 봉쇄정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그러니 미국 연방 및 주 정부의 고민이 있는 겁니다.

저는 코로나19의 피해가 가장 극심한 뉴욕시 바로 옆에 살고 있습니다. 정부가 봉쇄정책을 시행하는 데 대해 불만은 없습니다. 오히려 너무 일찍 봉쇄를 해제하는 것 아닐까 하는 불안이 많습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미국의 시골 구석에 산다고 하면 봉쇄정책에 반대할 듯합니다. 그것은 서울에 사는 사람과 두메산골 또는 사람이 한적한 섬에 사는 사람의 견해 차이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경제를 재가동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해도, 만약 또다시 코로나19의 위험이 증가하면 정부는 다시 강압적인 봉쇄정책을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대다수 의학 전문가들은 올겨울에 코로나19 시즌2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재발 수위가 어느 정도가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100년 전 스페인 독감 때처럼 더 강력해질 수도 있고, 훨씬 약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때가 오면 각 정부는 지역적으로 또는 국제적으로 봉쇄를 재연할까요? 그러면 또다시 주민들은 자가격리에 들어가고, 학교는 폐쇄하고 직장인들도 재택근무하고 정부는 천문학적 구제금을 지급해야 할까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입니다.
  
봉쇄는 정말 유효한가

집단면역성이란 것은 예상보다 매우 더디게 생성되는 듯합니다. 뉴욕주에서 발표된 자료와 스웨덴에서 발표된 자료를 비교해보면 집단면역의 생성에 있어서 차이를 보입니다. 소위 집단면역 체제를 추구했던 스웨덴의 성적은 기대에 비해 낮아 아직 실망스럽습니다. 

스웨덴은 핀란드·덴마크 등 주변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코로나19 감염률과 사망자 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탈리아·스페인 등에 비헤서는 양호한 편입니다. 하여간 집단면역이 강화돼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믿기엔 아직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 스웨덴의 현실을 완전히 부정적으로만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들 말대로 그들은 스스로 집단면역을 실시했던 것은 아니고, 사회·경제적 그리고 역학적 여건을 최대한 고려해서 현실적인 방안을 실천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무조건 집단면역이 실패했다면서 그들을 매도할 수는 없습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아직도 진행 중인 장기적인 사건입니다. 우리는 현재 그 깊은 터널의 중간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도 없습니다. 그 점은 세계 어느 국가나 마찬가지일 수 있으니까 어디서나 자만할 상황은 아닙니다.

나는 뉴욕시가 오랫동안 봉쇄정책을 진행함에도 바이러스 확산이 빠르게 진정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봉쇄정책에 대해서도 저절로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바이러스 잠복기가 2주일 정도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뉴욕주민들은 이미 두 달이나 갇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진정세가 이렇게 둔할까요. 강한 봉쇄정책을 이렇게 오래 유지하는데도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요. 혹시 뉴욕시와 시민들이 뭔가 잘못 시행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아니면 우리가 코로나19의 힘을 여전히 잘 모르고 있는 걸까요.

얼마 전 뉴욕주는 한 조사를 통해 '필수(essential) 업종 종사자들처럼 밖으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에 비해 집 안에 있는 사람들의 바이러스 확진 비율이 월등히 높다'는 알쏭달쏭한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이를 두고, 집안에 있는 것보다 바깥에 다니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이겠지요. 아마 밖으로 다녔던 사람에 의해 집안으로 바이러스가 전염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겠지요.

집 안에 있다고 해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결과는 봉쇄정책 담당자들을 매우 당혹스럽게 했습니다. 모든 주민을 완전히 집밖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면 사태를 빠르게 진정시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므로 우리의 혼돈은 계속됩니다.

나는 애초에 더운 여름이 다가오면 코로나19 사태가 빠르게 진정되길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브라질에서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을 보고 제 예상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코로나19 사태는 더워도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몇몇 한국인들은 지난 3월까지 일본이 스웨덴과 비슷하게 격리 조치를 느슨하게 한 까닭에, 일본이 이탈리아나 스페인과 같이 폭발적인 사태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코로나19의 정체에 대해 자세하고 정확하게 아는 건 아직도 어렵습니다. 지역마다, 나라마다 매우 다른 차이를 보이니 말입니다.

만약 집단면역에 대한 기대를 줄여야 한다면 백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각국 의료전문가들과 제약사들이 경쟁적으로 백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올해 말까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합니다. 빨라야 2021년 상반기나 하반기에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인데... 당장 올겨울 '코로나19 시즌2'가 걱정입니다. 우리는 바이러스를 '코로나20'이라고 부르게 될까요?

백신이 개발된다 해도 세계적으로 수억 명에게 나눠줘야 하므로 절대로 간단하지 않은 일입니다. 잘잘못을 떠나서 미국이 연일 중국을 때리면서 싸우고 있는 마당에 세계적인 협조가 잘될 리 있겠습니까. 그러니 남 탓하는 것은 그만두고, 한국이 빨리 백신을 개발하면 좋으련만...
#코로나19 #자가격리 #뉴욕시 #봉쇄 #집단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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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턴 옆에서 조용히 사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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