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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하락세? 집값 상승 불씨 여전

[분석] 유동자금 증가... 초고가 아파트 3세대 청약에 26만 명 몰려

등록 2020.05.26 20:40수정 2020.05.26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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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모습. 최근 이 아파트 청약에는 3세대 모집에 2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 대림산업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주춤해지고 있다고 하지만 견고한 부동산 불패 심리와 유동 자금 증가 등 불쏘시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분양가가 17억이 넘는 아파트 분양에 26만 명이 몰리고, 반포자이와 아크로리버파크 등 강남 '대장주' 아파트들의 매매가도 꺾이지 않고 있다.

초고가 아파트 단 3개 세대 모집에 청약 인원 26만 4625명 몰려

대림산업이 지난 20일 청약 접수를 받은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에는 말 그대로 구름 인파가 몰렸다. 이 단지는 지난 2017년 8월 분양을 했는데, 청약 부적격자로 인한 잔여 3세대가 남아 있었다. 이 3세대의 주인을 찾기 위한 청약에 몰린 인원은 무려 26만 4625명. 전용면적 97㎡형의 경쟁률은 21만 5085대 1이었다.

구름 같은 청약 인원이 몰린 이유는 '3년 전 가격' 덕분이다. 이번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분양분은 지난 2017년 8월 분양가를 그대로 적용, '시세 차액'을 노린 사람들이 몰렸다. 청약통장 등 별도의 자격이 없는 무순위 청약인 점도 작용했다.

3년 전 가격이라고 하지만, 결코 싼 금액은 아니다. 전용면적별로 분양가를 보면 97㎡가 17억 4100만원, 159㎡가 30억 4200만원, 198㎡가 37억 5800만원이다. 3.3㎡당 4000만 원이 넘는 고가다. 게다가 이 단지는 중도금과 잔금 대출도 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현금 부자'들만 청약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청약자들이 20만 명이 넘게 몰린 것은 부동산에 투자할 현금 부자들이 여전히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김균표 KB국민은행 부동산플랫폼부 수석차장은 "부동산은 최소한 손해는 안 본다는 심리가 강해졌고, 투자를 한번 해보자는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 올해 1~5월 단 한 번도 마이너스 없어

서울 아파트 매매가도 여전히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줄곧 오름세였다. 올해 1월 매매가 상승률은 전월 대비 0.67% 올랐고, 2월에는 0.51%, 3월도 0.73% 올랐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다는 얘기가 나온 4월에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전달에 비해 0.15% 상승했다. 5월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0%로 보합세를 보였지만, 5개월간 단 한 번도 하락한 적은 없었다. 올해 5월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는 9억 2013만 원으로 9억 원 중반대를 넘보고 있다.

서울 강남 아파트들도 신축을 중심으로 고가 매매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의 '대장주'로 불리는 신반포자이는 지난 3월 전용면적 114㎡형(18층)이 33억 8000만 원에 거래됐다. 지난 2월 거래된 가격(33억)보다 8000만 원 오른 값이다.

신반포자이, 아크로리버파크 등 대장주 아파트 초고가 매매 행진

신반포자이 84.92㎡형도 지난 2월 26억 5000만 원에 팔려, 직전 거래 가격(25억 5000만 원)에 비해 1억 원 가량 올랐다.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전용 154㎡형)도 지난 3월 52억 5000만 원에 팔리면서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청약이나 준공 10년 이하 아파트(준신축)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히 높다"고 밝혔다.

김균표 KB국민은행 수석차장도 "신규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는 지속되고 있고, 가격 상승세도 계속되고 있다"며 "다만 신규 아파트 상승세가 주변 아파트로 확대되는 현상은 줄었다"고 분석했다.
  
저금리로 풍부해진 시중 자금, 부동산 호시탐탐
 

보유세 과세 기준일이 내달 1일로 임박하고 10년 이상 보유 주택에 대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종료가 내달 말로 다가오면서 서울 강남 아파트값 하락을 주도한 급매물이 대부분 소진됐다. ⓒ 연합뉴스

 
부동산 114는 최근 분석 자료에서 "시중 유동 자금이 풍부해 언제든 투기수요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기준금리가 0.75%까지 낮아지면서 시중 유동자금은 늘고 있다. 한국은행의 통화(M1, M2) 비율을 보자. 여기서 M1(협의통화)은 현금과 보통예금 등 즉시 현금화 가능한 돈의 규모이고, M2(광의통화)는 현금(M1)에 더해 만기 2년 미만인 금융상품(예적금)을 더한 유동자금 규모를 뜻한다.

M1/M2 비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들이 많은 것을 뜻한다. 지난 3월 기준 협의통화(M1, 평균 잔액 기준)는 988조 8263억, 광의통화(M2)는 2982조6198억 원이었다. M1/M2 비율은 33.15%로, 전년 같은 기간(31.33%)에 비해 1.82%p 증가했다. M1/M2 비율은 올해 들어(1월 32.26%, 2월 32.42%)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유동자금이 또다시 부동산으로 몰린다면 아파트 값 폭등세는 되풀이될 수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아직까지는 시중 유동성 자금이 부동산 쪽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그러니까 15억 넘는 고가 주택들이 대출을 해주지 않아도 거래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도세 중과 면제 기간 끝나면 어떻게 될까

올해 6월 이후 아파트 가격 흐름을 주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에 따라,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들은 올해 6월까지 주택을 매각할 경우, 양도세 중과를 면제받는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기 좋은 시점은 양도세 부담을 덜 수 있는 6월 이전이다.

지금까지는 다주택자들이 서울 강남 등에서 절세를 위한 급매물을 내놓으면서 가격 상승세가 주춤했다. 하지만 6월 이후 급매물이 사라지면서, 또 다시 가격 상승세로 이어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예측이다.

최환석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6월 이후 다주택자 절세 급매물이 소진되고 일반 물량만 남게 되면, 또다시 가격 상승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며 "양도세 감면이 해제되는 시점 이후를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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