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코로나19 여파, 내가 쇼핑을 멈춘 이유

가족이 만날 그날을 위해... 시간을 오롯이 살아내며 오늘도 노력한다

등록 2020.05.27 11:13수정 2020.05.2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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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으로 욕구를 해소한다고 생각했다 ⓒ pixabay


우리 가족은 남편의 직장 발령으로 중국에 산다. 아이들 방학 때마다 귀국하는데, 한국에 들어오기 얼마 전부터 친정으로 택배가 배달된다. 아이들 옷과 레토르트식품, 지금 필요한 수학 연산이나 국어 문제집까지 범위는 다양하다.

엄마는 평소에는 얼굴도 모르던 택배기사님과 하루가 멀다 하고 마주하며 택배를 받아놓으신다. 그리고 내가 중국으로 돌아갈 때 가져갈 수 있는 음식을 냉동시키기 위해 냉장고도 조금씩 비워두신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동안 못한 것들을 보상이라도 받듯 결제하곤 했다.

지금은 내가 중국으로 출국하는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다. 다른 점이라면 내 의지로 날짜를 미룬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외국인 입국이 금지된 상태이고 패스트 트랙은 기업인들에게 일부 허용되어 있다. 나는 남편을, 아이들은 아빠를 넉 달 째 못 만나고 있다.

내가 한국에서 머무를 수 있는 날짜는 기약 없이 길고, 쇼핑도, 먹거리도 원할 때 결제할 수 있는데 나는 반대로 쇼핑을 멈추었다. 겨울에 입고 온 옷과 엄마 옷으로 입고 버티다가 날씨가 더워지면서 결국은 여름 옷을 장만하긴 했지만 방학맞이로 들어왔을 때보다 택배가 현저히 줄었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이었을까? 그렇게 고생해서 챙겨가지 않아도 되었는데 누리지 못한 자유가 갑자기 생기면 마치 그런 시간이 다시는 오지 않을 것처럼 나는 쇼핑을 했다. 그곳에서 전혀 소비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저 한국처럼 최신 유행 스타일의 옷을 비교해가며 사지 못하고 신상 라면이 출시되어 인기가 뜨거울 때 그 열기가 식으면 먹을 수 있는 정도일 뿐이다. 부족하다기보다는 불편하거나 조금 늦을 뿐이다.

오프라 윈프리의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에 인용되어 나오는 내용 중에 소비를 하면서 내가 원하는 삶을 구매하고 싶어 한다는 글이 있다. 물건을 산다고 해서 그 삶을 살아지는 것도 아닌데 나 역시 잠시나마 원하는 삶에 가까워져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나도 어쩌면 누군가에겐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부러움을 받고 있을 수도 있는데 거기까지는 생각이 닿지 못하는 보통의 사람이다.

방학 때만 올수 있었던 한국에 이렇게 오래 있음에도 전혀 그 시간을 즐길 수가 없는 것은 첫번째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해결되지 않은 것이고 두번째는 이러한 문제가 있을 때 그 상황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의 차이이다. 첫번째 문제는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고 두번째 문제는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된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 할 수 없는 일만 마음에 담고있으니 누릴 수 있는 시간들을 즐겁게 보내지 못하고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다 힘들다. 사실 이보다 더 힘든 날이 또 올까? 싶을 만큼 처음 겪는 상황들이 매일 일어나고 있다. 덜 힘들고 더 힘들고의 차이일 뿐이지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 거기서 내가 덜 힘들기 위해서는 마음을 바꾸는 일이다.

나의 모든 세포가 집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맞춰져 있으니 작은 기사 하나에도 내 감정이 요동쳤던 몇 달이었다.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이렇게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모두들 힘든 중에도 버티려고 애쓰고 있는데 나는 친정집에서 엄마가 해주시는 밥을 먹는 호사를 누리고 있지 않나... 내가 2년 동안 외국에 있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책을 마음껏 사지 못해 읽지 못했던 책도 읽고, 배우고 싶었던 것을 독학을 하기도 하고, 접속이 원활하지 않아 못했던 SNS도 열심히 하며 글쓰기모임도 한 달간 참여했다.

매일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니 하나에만 집중되었던 나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며 긍정적인 스트레스로 전환되는 것을 느꼈다. 나에게 집중하며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고, 새로운 소식마다 흔들리던 나의 마음을 좀 더 단단하게 잡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가 어디에 있든 시간은 흐르고 있다. 우울하든 즐겁든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다.

힘들어도 다들 살아내기 위해,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더 즐겁게 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코로나 이전의 삶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당장 다음 달의 내 미래도 예측할 수 없는 초조함에 마음이 힘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겨내고 버텨야 한다.

시간이 흘러서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시간을 살아내기 위해 오늘도 노력한다.

그렇게 지나다 보면 내 남편, 아이들 아빠가 있는 그곳에서 네 식구가 저녁을 함께 먹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고 소망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https://blog.naver.com/kies8847/221979873916)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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