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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문외한 정동영은 왜 부동산 개혁 올인했을까

[取중眞담] 정치적 호불호 갈리지만, 후분양제 등 부동산 개혁 물꼬

등록 2020.05.28 15:00수정 2020.05.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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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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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의원이 지난 2018년 9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개혁 관련 회의에 참석한 모습. ⓒ 남소연


말 많고 탈 많던 20대 국회가 5월 29일 막을 내립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선택을 받지 못한 여러 국회의원들도 짐을 싸게 됩니다. 4선을 지낸 정동영 의원도 그중 한명입니다. 21대 국회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좀 아쉽습니다.

사실 정동영 의원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갈립니다. 민주당 소속으로 대선까지 나갔다가 탈당한 이력 등으로 정 의원을 곱게 바라보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정치적인 평가에 가려져 그가 일군 정책적 성과는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부동산 분야에서 정동영 의원은 '개혁가'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아파트 후분양제 도입,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공시가격 제도 개선 등 개혁 의제를 제시하고 성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아파트 후분양제 도입 물꼬 튼 국정감사 질의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열린 첫 번째 국회 국정감사를 기억합니다. 당시 부동산 분야에서 여러 개혁 논의가 나왔지만, 구체적인 방향은 잡지 못하던 때였습니다. 지난 2017년 10월 12일, 국토교통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 의원은 '아파트 후분양제 도입'을 제안했습니다. '수 억원씩 하는 아파트, 다 지은 건물을 소비자들이 직접 보고 사도록 하자'는 제안입니다.

"후분양제에 대한 김현미 장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국정감사를 통해서 그런 의지를 밝힌다면 아마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는데, 장관의 소신을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후분양제도가 가지고 있는 장점에 대해서 저도 충분히 공감을 한다"며 "LH에서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그런 로드맵을 만들어 보겠다"고 답했습니다. 정 의원이 제안한 '아파트 후분양제'는 단숨에 국정감사 화두로 떠올랐고,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도 정 의원의 제안에 호응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준비 작업을 거쳐, 지난 2018년 6월 후분양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공공 부문은 2020년부터 점진적으로 후분양 비율을 확대해 2022년에는 전체 공급량의 70%까지 후분양 공급하고, 민간에는 인센티브를 줘 후분양을 유도한다는 계획입니다. 정 의원이 후분양의 '물꼬'를 튼 셈이죠.

2018년 국정감사서 아파트 원가 공개 항목 확대 이끌어 

2018년 국정감사에서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확대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냅니다. 자신이 발의한 분양원가공개법(공공택지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12개에서 61개 이상 늘리는 내용)을 철회하는 강수를 두면서 국토부의 확답을 받아냈습니다.

"법사위에 계류 중인 분양원가 공개법 철회하겠습니다. 제가 대표발의자이고 공동 발의자들의 동의를 받아서 이 법안 철회합니다. 그리고 국토위 전체회의에 법안철회동의안을 즉각 제출하겠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에 대해 손병석 국토교통부 차관은 "하위법령인 시행규칙으로 지금도 정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추진을 하도록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정하도록 한 시행규칙을 고쳐 공개 항목을 늘리겠다는 확답이었죠. 

국정감사 이듬해인 2019년 2월 22일 대통령 직속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는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대한 심의를 거쳐 원안을 의결했습니다.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분양원가의 공개 항목을 기존 12개에서 62개 항목으로 늘리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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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의원이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서울시 부동산정책과 관련한 질의를 하고 있다. ⓒ 권우성

 
공시가격·재벌비업무용토지 등 문제 지적하며 개혁 요구

정 의원은 이후에도 불투명한 공시가격, 재벌 기업이 소유한 비업무용 토지,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 등 불합리한 제도적 문제점들을 지적했고, 끊임없이 개선을 촉구해 왔습니다. 머뭇거리는 국토부 관료들을 어르고 때로 윽박지르며,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래서 한때 국토부에선 "국토부 간부들이 정동영을 가장 무서워 한다"는 말이 돌기도 했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동영 의원을 '21대 국회에서 다시 보고 싶은 의원'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불필요한 정치 이념 논쟁만 벌이거나 자기 지역구 예산 챙기기만 몰두했던 일부 야당 의원과 비교하면, 정 의원은 진짜 '야당'다운 활동을 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2007년 대선 실패하면서 그때는 부동산에 문외한이었어요. 그 분야에 대해 전문성도 없었고 제대로 대안 제시도 못했던 걸 뼈아프게 생각합니다."

정 의원은 민주평화당 대표 시절인 지난 1월, "분양가 1억 아파트 100만호를 공급한다"는 총선 1호 공약을 발표한 뒤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런 속내를 밝혔습니다. 그는 2007년 대선 이후 원외에 있던 시절, 김헌동 경실련 본부장의 조언을 바탕으로 부동산 개혁에 대한 구상을 다듬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개혁의 밑그림을 그리고, 20대 국회에서 후분양제 도입과 분양원가 공개 등을 실현시켰습니다.

20대 국회가 마무리되면, 정 의원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하지만 그가 일궈낸 개혁 성과는 온건히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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