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은 누구의 것인가

공공 공간으로써의 교실을 돌아보며

등록 2020.05.29 10:40수정 2020.05.2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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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본격적인 개학에 앞서 서울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하였다. 비영리단체 강사인 나는 주로 학교에 출강하여 교육을 진행하기에 교사들과의 사전 미팅은 한 해의 일정을 가늠하고 향후 방향성에 대한 조언도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매번 학교에 갈 때마다 저 멀리서부터 운동장에 뛰노는 학생들이 내지르는 요란한 소리가 들려오고는 했는데 막상 도착한 학교는 예상보다 더 썰렁했고, 복도마다 놓여 있는 '출입금지' 표지판은 위화감마저 들었다.

선생님으로부터 급하게 회의가 열려 조금 늦을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아 덕분에 나는 빈 교실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얻었다. 평소라면 한창 수업이 진행되고 있을 교실에는 어색하게도 미처 정리가 덜 된 교육 도구들만이 가득했다.

흥미로운 것은 교실마다 쌓여 있는 짐을 통해 교사의 개별 성향이나 교육 방식을 조금은 유추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어느 교실에는 프로젝트 수업에 필요한 참여 도구들이 가득했고 어느 교실에는 이런저런 악기가 가득했다. 실제로 교사들도 매년 일어나는 반 배정에 '이사를 간다'고들 한다니 과한 추측만은 아닐 것이다.
    

개학 전의 빈 교실 교실은 학생들과 교사의 함께 어울리는 공공의 공간이다. ⓒ 김성훈

   
이처럼 덩그러니 짐만 존재할 뿐 어떠한 대상의 점유가 사라지니 문득 나는 교실이라는 공간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교실은 어떠한 곳이며 과연 누구의 것일까? 당연하게도 교실은 학생들의 배움터이자 친구를 사귀는 공간이겠지만, 교실 한 구석에 쌓인 개인 짐들을 바라보고서야 교사의 영역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들에게 교실이라는 공간은 학급 학생들만큼 중요한 자신의 생활 터전이기도 할 것이다.

교육은 공간을 기반으로 진행된다. 공간을 중심으로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의 대면이 일어나고 그 관계를 통해 내면적 변화를 이끌어 왔던 것이 기존의 교육방식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그 기본적인 인식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많은 교육이 온라인 기반으로 대체되면서 대면 교육의 절대성이 많은 부분 희석되었고, 그에 따른 교사의 역할 재설정을 요구하는 목소리 또한 높아졌다. 실제로 향후 공교육이 많은 부분 온라인으로 전환된다면 과연 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에게 교육에 대한 새로운 영역의 고민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결국 그에 대한 해답은 공간 안에 있다. 교실은 학생들의 공간이다. 그리고 동시에 교사들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 개별의 공간과 공간이 맞물리면서 긴장과 갈등이 발생한다. 하지만 그 가운데 역동과 (호혜적)관계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 누구도 완벽히 장악하지 않는 공공의 공간을 만들어 가는 행위, 각자의 영역과 위치를 구성하는 노력은 바로 우리가 그토록 학생들에게 학습시키고자 하는 공동체성과 시민성의 함양이 아닌가?

혹자들은 향후 미래 교육은 온라인을 통해 공간이 극복될 것이라 말한다. 물론 공간적 제약이 있는 학생들을 위해 이상의 담론은 꼭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현재의 추세와는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대면 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 믿는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공간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갈등과 관계 형성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온라인상에서는 공간에 대한 제약이 없다. 그렇기에 나는 그곳에 존재할 수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로그인'이라는 온라인 기호로만 상호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화상 연결 또한 그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화면 안에는 기호적 인간이 존재할 뿐이다. 화상 회의 때 상의만 양복 차림이고 하의는 잠옷 차림이었다는 우스갯소리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우리의 생각보다 인간은 비언어적인 존재이다. 채팅 창에서 확인할 수 있는 언어만으로는 그 개인을 정확히 인식할 수 없다. 우리는 그를 둘러싼 사건들의 맥락을 쫓으며 대상을 파악한다. 같은 공간에 머물 때야 비로소 우리는 갈등과 만남을 '로그 아웃' 할 수 없고, 그를 통해 공공의 공간 인식이 성립되고 공동체는 생성되는 것이다.

코로나19사태로 인해 학교와 교사의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학교라는 공간과 교사라는 존재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오히려 주인 없이 텅 빈 교실은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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