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코로나19부터 백인경찰 과잉진압까지... 혼란에 빠진 미국, 왜?

등록 2020.05.29 19:02수정 2020.05.29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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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미국 미네소타(Minnesota) 주에서 백인 경찰관이 흑인 남성을 과잉 진압하는 과정에서 행사한 잔인한 폭력 행위로 흑인 남성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네소타 경찰은 사건 직후 경찰관 4명을 면직 처리했으며 과잉 진압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회견을 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분노한 흑인들은 미니애폴리스(Minneapolis)시 지역을 중심으로 연일 항의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흑인들뿐만 아니라 많은 다른 인종의 미국 시민들도 분노의 함성을 외치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오고 있다.

현재 미국은 코로나19 사태로 1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국가적 비상 사태 속에 있다. 이에 더해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한 항의 분위가 가열되면서 미국 내외의 많은 이들이 충격에 빠지게 됐다. 미국의 이 모습은 현재 온 나라가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최강국이자 인권보호와 민주주의 모범 국가라고 자처하던 미국이 왜 이렇게 망가지게 됐을까?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무릇 개인도 사회도 그릇된 일을 고치지 않고 계속 반복하다 보면 파멸의 길에 들어서게 마련이다. 개인의 경우 계속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을 주위 사람들이 방치하면 스스로 반성하고 바로잡지 않는 한 파멸의 길을 걷기 마련이다. 그만큼 주위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그 사회 속의 사람들이 불의를 보고도 무시하고 방치한다면 그 사회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하다. 불의와 싸우는 저항과 개혁의 움직임이 없으면 사회도 점점 파국의 나락으로 빠지고 만다.

미국 사회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인종차별이다. 그 갈등의 중심에 백인 경찰의 흑인 차별과 과잉제압이라는 시한폭탄이 깔려있다. 이번 사건 이전에도 백인 경찰이 흑인들을 상대로 저지른 과잉 제압 사건이 반복돼 왔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었을까? 한마디로 미국 사회에서 이 고질적 병폐를 방치해 왔기 때문이다.

미국 사회는 1992년에 로드니 킹(Rodney King) 사건에 이어 로스앤젤레스 폭동 (Los Angeles Riot) 사건이라는 혹독한 아픔을 겪고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백인 경찰이 비무장한 흑인 청년들을 쏴 죽이고 잔인하게 진압해도 그대로 이 악질적 관행이 용인돼 왔고, 반이민정서와 백인우월주의를 은근히 부추기는 트럼프(Trump)가 대통령이 된 후에는 더욱 심해졌다. 즉 지금 미국사회는 그릇된 일을 방치하고 반복한 대가를 단단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교훈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불의한 것에 맞서서 저항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는 것이 없다는 엄중한 깨달음이 바로 그것이다. 어느 사회든지 적폐 기득권 세력들은 맞서 저항하고 싸우지 않으면 자신들이 누리던 것을 당연히 여기고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고 하고 더 누리려고만 한다. 백인 경찰이 그 흑인 청년을 잔인하게 제압하면서 일말의 죄의식을 느꼈을지 의문이다.

여기서 한국 현대사의 질곡과 저항의 역사를 반추해 보자. 우리가 악독한 군사독재에 저항하고 국정을 농단한 썩은 정권을 촛불혁명으로 쓰러뜨렸기에 오늘날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나라의 모습을 만들 수 있었던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데에는 올곧은 저항과 투쟁에 앞장섰던 민주투사들과 열사들의 용기와 희생 그리고 그들을 따라 분연히 일어난 수많은 민초들의 결연한 행동이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개인도 그렇지만 사회도 국가도 남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중요한다. 미국 사회의 흑인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의 민초들로부터 중요한 것을 배워야 한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흑인 시위자들 가운데 일부는 상업 시설에 침입해 상품을 약탈하거나 방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고 한다. 미국 흑인들은 왜 정의의 목소리를 내는 데에 집중하지 못하고 약탈과 방화 행위를 하는 걸까. 그들은 왜 자신들의 분노를 그 분노를 표출해야 할 직접 대상인 백인 경찰들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걸까.

그들은 한국의 민초들의 저항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서 중요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한국의 민초들은 광주 항쟁 때 잔인한 공수부대에 맞서 싸웠지 그 상황을 이용하여 약탈을 하거나, 다른 시민들을 상대로 분노를 표출하거나 공격하는 일을 절대로 하지 않았다.

로스앤젤레스 폭동 때 흑인들이 백인 경찰을 향한 분노를 한인 타운을 습격하여 다른 인종에 퍼붓고 더구나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려고 한 못난 행위는 오히려 많은 다른 인종들이 그들을 동정하여 같은 편이 되게 하기보다는 그들을 업신여기고 혐오하게 되는 결과를 낳은 것 아닐까 생각한다. 

불의에 맞서는 투쟁은 불의의 심장과 맞서 싸우는 진정성과 불굴의 저항과 용기를 보일 때만 감동이 전해지고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만일 미국 사회의 흑인들이 광주에서 일어났던 일처럼 백인 경찰을 상대로 비폭력 시위를 이어가다가 부당하고 잔인하게 진압을 당한다면 미국의 의식 있는 다양한 인종의 민초들이 결코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흑인 형제가 그토록 잔인한 경찰 폭력에 희생되었는데도 그것을 기회 삼아서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약탈과 방화행위 같은 반사회적 행위를 한다면 그것을 지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흑인들이 불의와 싸워서 올곧은 사회를 만들려는 진정성과 순수성을 보여야만 다른 인종의 미국 민초들도 감동하고 연대하여 제대로 저항과 투쟁의 강도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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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부 교수로서 언어학(세부 전공: 화용론) 전공자이다. 언어와 문화의 밀접성 관련 주제들 (은유의 의미와 화용)을 연구하며 영어 교과서와 학습서 출간 및 투고 활동을 하고 있다. 정치와 사회 및 문화 현상을 언어문화적 시각에서 분석하는 글을 Facebook에 자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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