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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국가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헝가리와 스웨덴의 코로나 대응, 감염병과 민주주의

등록 2020.06.06 16:51수정 2020.06.06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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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코로나(covid19) 사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국가마다 방식은 조금씩 달라도 거의 모든 국가가 국경봉쇄와 외출금지 등 강한 통제 정책을 펴며 첨단기술까지 활용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려 한다. 이 와중에도 미국 트럼프 대통령 같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무능한 지도자나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대통령 같이 비과학적인 정보를 퍼뜨리는 지도자도 있다.

코로나 대응의 천태만상 속에 과연 국가는 어떤 전략을 펴고 어디에 우선적 가치를 두어야 하는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냐 민주주의 수호냐? 겉으로 드러난 이런 가치 뒤에 숨어있는 참모습은 무엇인가? 헝가리와 스웨덴의 코로나 대응을 중심으로 국가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분석해 본다.

헝가리의 '위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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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반 빅터 헝가리 총리 ⓒ European People's Party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영국 등 서유럽에서 코로나가 많은 희생자를 내며 기승을 부릴 때 대부분 동유럽 나라들은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았다.

헝가리의 경우 첫 확진자가 발생한 때가 3월 4일이었다. 서유럽의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목격하며 헝가리 오르반(Orban) 정부는 3월 11일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3월 16일 국경봉쇄, 생필품 또는 약품 구매 외 외출금지, 학교폐쇄 등 아주 엄격한 통제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곧 '위기법'(crisis law, 일명 코로나법) 제정에 돌입했다. 3월 30일 제정된 이 위기법에 의하면 코로나같은 위기상황의 발생 및 존속 시 정부는 아무런 제한 없이 행정명령(Decree)을 통해 나라를 통치할 수 있다. 이는 기존 법률에 구애받지 않고 종료 시한도 두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기자 등 언론인과 개인이 코로나에 관한 가짜 뉴스나 정보를 게재하거나 퍼뜨리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도 있다. 정부를 비판하면 '가짜 뉴스'로 감옥갈 수 있는 상황에서 누가 감히 오르반 정부를 비판할 것인가? 페이스북의 정부 비판 글에 '좋아요'만 눌러도 범법행위가 될 수 있다니, 이 법이 오르반과 오르반 정부의 비판을 금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주장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 위기법 제정으로 헝가리 언론은 완전히 독립성을 잃게 되었고 사법부와 의회도 같은 운명에 처해졌다. 뿐만 아니라 각 정당의 정부 지원금도 반으로 삭감됐고 지자체들, 특히 야당이 집권하는 지자체의 예산도 대폭 삭감됐다.

이러한 위기법에 대해 헝가리의 야당과 인권단체는 물론 EU, UN까지 강하게 비판했다. 유럽위원회(The Council of Europe)는 "코로나 위기 같은 상황에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 즉 민주주의 원칙에 대해 일부 제한은 둘 수 있지만 반드시 일몰제(sunset clause) 같은 시간 제한을 둬야 한다고 권고했음에도 헝가리가 이런 법을 제정했다"고 비판했다.

스웨덴을 위시한 EU 국가들과 EU의회 의원들은 "유럽이 힘을 모아 코로나 위기 극복에 사력을 다할 때 헝가리의 오르반 총리는 모든 권력을 자신의 손아귀에 쥐려고 한다" "오르반이 통치한 지난 10년간 민주주의를 야금야금 갉아 먹었는데 이제 완전히 삼켜버렸다" "이 법은 국가 전복(coup d'etat)과 다를 바 없다" "헝가리는 이제 더 이상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권위주의 국가로 전락했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런 국제적 반응에 헝가리 정부는 "아직도 의회가 현재와 같은 위기상황의 종식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맞받아쳤고 법무부장관은 헝가리를 향해 이어지는 비판을 쓸데없는 '과잉흥분'(hysteria)으로 치부하기까지 했다.

스웨덴의 '위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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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6일 스웨덴 센트럴 스톡홀름의 광장에 있는 야외 카페에 사람들이 앉아있다. ⓒ 연합뉴스/EPA

 
반면 스웨덴은 헝가리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줬다. 세계에서 가장 느슨한(liberal) 코로나 대응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스웨덴은 50명 이상의 집회금지와 노인 요양시설의 출입금지 외의 다른 조치는 권고 수준이고 개인위생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시민의 책임 있는 자발적 대응에 크게 의존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러한 코로나 대응에 대해 사망자가 줄지 않고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자 최근에는 스웨덴 내에서부터 비판이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 전략이 '집단 면역'이란 잘못된 이론에 근거한 것이 아닌지, 왜 다른 나라처럼 감염자 추적과 대량 검사 그리고 격리 등을 통해 감염차단에 주력하지 못하는지에 주로 비판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배경에서 스웨덴 정부도 위기법 제정에 들어갔다. 4월 초 의회에 제출한 최초의 위기법은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하여 정부가 할 수 있는 두 가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하나는 다른 나라들과 같이 '많은 상점들과 식당이 모인 센터를 폐쇄'하고 '기차역, 항구 등 교통수단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는 의약품과 방역 장비 등을 광역시·도 사이에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스웨덴에서 이런 권한은 이제까지 의회에 있었고 의회의 사전 승인 없이는 정부가 할 수 없는 조치들이었다. 사회부장관은 "사민당 정부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이런 법은 결코 만들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코로나 사태가 심각하다"며 법 제정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그러나 조급하게 만들어진 이 제안에 대해 좌우의 야당들은 이구동성으로 "권력이 의회에서 정부로 이전되어 정부의 권한이 불필요하게 커진다"고 비판했다. 법제처의 판단도 이와 유사했다. 언론도 코로나 대응에 정부가 더 큰 권한을 가질 필요가 없으며 코로나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어느 정도의 유보는 불가피할지 몰라도 근본적인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폈다. 한마디로 정부의 이 위기법안은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비판을 수용해 다음과 같이 수정된 위기법으로 4월 18일 의회의 승인을 받았다.

1) 정부는 코로나 감염 차단을 위해 집회 인원수를 제한하고, 많은 식당, 상점들이 모인 센터를 폐쇄하고, 기차역, 항구 등 교통수단을 교통통제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정부는 약품과 방역장비를 광역시·도 사이에 조정·수급할 수 있다.

2) 정부의 이러한 행정명령은 발표와 함께 바로 적용된다. 정부는 '최대한 빨리' 이 결정을 의회에 제출하고 의회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약 정부가 의회의 결정에 반대하면 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3) 이 위기법은 6월 30일까지 존속한다.


위기법 제정 과정을 보면 스웨덴 정부의 권한이 다른 민주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약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민주주의 원칙에 의해 국민의 대의기관인 의회의 권한이 커야 한다는 논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위기법 제정 이후 상당 시간이 지났고 계속 희생자가 늘어나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져도 스웨덴 정부가 아직 이 법을 적용한 사례는 없다.

코로나와 민주주의

이렇게 완전히 다른 길을 간 두 나라의 코로나 희생자 상황은 어떨까?

스웨덴은 6월 3일 현재 인구 100만 명당 희생자 439명으로 벨기에,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6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강한 통제 전략을 사용한 북유럽의 이웃나라 덴마크(100명), 핀란드(58명), 노르웨이(45명)와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높다.

반면 같은 계산법에 의한 헝가리의 코로나 희생자는 100만 명당 54명꼴이다. 스웨덴에 비해 8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헝가리처럼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권위주의 체제로 전락하는 것이 옳은가? 즉, 권위주의적 체제 밑에서 살 정도로 모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가? 아니면 스웨덴과 같이 개인의 자유와 권리라는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터무니없이 높은 희생을 허용하는 것이 옳은가?

이들 두 나라의 상황을 좀더 살펴보자. 오르반이 총리로 집권한 2010년 이후 헝가리는 EU 국가들 중 가장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며 실업률도 크게 감소했다. 이러한 경제적 성공에 힘입어 오르반의 민족주의적 보수당(Fidesz)은 현재 의회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오르반 총리가 지금 권위주의적 체제로 전환한 것은 단지 시기적으로 앞당겨졌을 뿐 코로나라는 감염병이 없었더라도 위기법과 유사한 법을 제정해 지금과 같은 상황으로 몰고 갔을 가능성이 크다.

스웨덴의 경우는 사민당과 환경당의 소수 연합정권 체제로 올해 1월 협약에 의하여 우파인 자유당과 중앙당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의회 상황은 정부로 하여금 적극적인 코로나 대응을 못하게 했을 수도 있다. 정부가 의료전문 중앙행정기관인 국민건강청 뒤에 숨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바로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스웨덴의 코로나 대응 실패가 과연 민주주의 가치의 수호 때문인가? 아니다. 정부의 미비한 역할과 국민건강청의 코로나 대응전략 문제다. 집단면역 이론에 의거하여 감염차단, 특히 요양시설의 감염 차단에 실패한 것이 가장 큰 잘못이다. 이러한 실패는 방역장비나 코로나 감염 대량 검사의 부족과 연관이 깊고 나아가 정부의 위기대응 역량과 준비 부족으로 돌리지 않을 수 없다(관련기사: 스웨덴 요양원에서 일어난 코로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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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공공보건청장, 코로나19 대응 기자회견 스웨덴 '집단면역' 책임자인 안데르스 테그넬 공공보건청장이 지난 3일(현지시간) 스톡홀름에서 코로나19 대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AP

 
최근 일부 외신에 의하면 스웨덴 코로나 대응 전략의 총책임자격인 전염병 국가의사 테그넬은 "코로나 희생자가 너무 많다, 스웨덴의 코로나 대응 전략에 개선의 여지가 있다, 지금과 같은 전염병이 다시 도래하면 스웨덴과 다른 나라들 중간 정도의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그러나 스웨덴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테그넬은 "물론 개선의 여지는 언제나 있으나 기본전략의 실패는 아니다, 요양시설의 검사를 더 빨리 실행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테그넬의 발언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면, 여전히 집단면역의 중요성이 깔려있다. "현재 유럽을 위시하여 많은 나라들이 통제 조치를 완화하는데 이는 날씨가 서늘해지는 가을이 되면 제 2의 코로나 파동을 몰고 올 것이다. 그럴 경우 외출금지 등으로 강한 통제 조치를 취한 나라들보다 국민의 면역률이 높은 스웨덴이 잘 이겨낼 것"이라고 테그넬은 말했다.

물론 코로나 사태가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되겠지만 스웨덴은 이미 희생자가 너무 많다. 결과적으로 헝가리는 민주국가로서의 정체성을 지키지 못했고 스웨덴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내지 못했다. 국가의 가장 기본적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것이다.

한국의 남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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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출입명부 시범운영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앙성결교회에서 교인들이 전자출입명부(QR코드)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은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했을 때 시설 출입자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이날부터 서울, 인천, 대전 3개 지역의 주요 교회, 영화관, 노래방, 음식점 등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 연합뉴스

 
그럼 이 두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한 나라는 없을까? 한국이 그것에 가장 근접한 나라 중 하나다. 국경이나 지역 봉쇄, 외출금지 등의 강한 통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투명하게 국민과 소통하며 시민의식에 크게 의존한 전략을 선택한 한국이다. 희생자도 인구 100만 명당 5명 정도로 매우 낮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면 한국도 핸드폰, 신용카드 또는 QR코드를 활용하여 식당, 클럽, 노래방 등 코로나 감염 고위험 시설의 출입자들을 추적한 것을 꼭 평가해야 한다. 개인 신상정보와 시설출입기록을 분리하여 단지 일정기간만 보관한다고 하지만 국가가 필요한 경우 언제나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추적할 수 있고 나아가 추적된 데이터를 남용·악용할 수 있다.

첨단기술을 사용한 이러한 코로나 대책은 진정 위기 정도에 상응했는지, 공개적이고 투명했는지, 사후에 책임을 물을 수 있고 폐지할 수 있는지, 즉 국민의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했는지 반드시 평가해야 한다. 코로나와 같은 이런 일시적 위기에 민주주의라는 환자가 죽는 수술은 어떠한 수술이라도 성공했다고 할 수 없다.
덧붙이는 글 황선준님은 스톡홀름대 정치학 박사입니다. 경남교육연구정보원·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 원장으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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