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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진 법안 극찬한 홍준표 의원님, 그게 정답입니까?

[取중眞담] 종부세 감면 개정안이 시의적절?... '반값아파트' 소신 어디갔나

등록 2020.06.08 07:38수정 2020.06.08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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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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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한 행사에 참석해 담소를 나누고 있는 홍준표 의원과 배현진 의원. ⓒ 남소연


21대 국회가 시작되자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깎으려는 움직임도 시작됐습니다. 배현진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3일 종부세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배 의원의 총선 공약인 '1주택 소유자의 종부세 감면'을 위한 개정안입니다.

개정안은 주택에 대한 과세표준 공제금액을 6억 원에서 9억 원(1세대 1주택자의 경우 12억원)으로 올리고, 과세 기준이 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2020년 90%)을 80%로 법제화하자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공제금액이 커지면 과세 대상 금액이 줄어듭니다. 그에 비례해 종부세 납세자가 내야 할 세금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한 마디로 종부세를 깎는 법안인 셈이죠.

법안 발의 다음 날인 4일 홍준표 의원도 이 법안에 호평하고 나섰습니다. 홍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서울이나 지방의 웬만한 아파트는 모두 종부세 대상이 되고 국민들은 재산세외 또 종부세를 부담함으로써 2중으로 세 부담을 지고 있다"며 "배현진 의원이 종부세 완화 법안을 낸 것은 참으로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추켜세웠습니다.

실수요자 1주택자에 대한 세금을 감면해주겠다는 목적은 어느 정도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다보니,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되는 1주택자들도 늘고 있습니다. 투기 목적이 아닌 실수요자들까지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은 언뜻 봐선 불합리해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되물어야 할 질문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 질문] 1주택자는 모두 실수요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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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아파트 숲 ⓒ 연합뉴스

 
첫 번째 질문은 '1주택자는 모두 실수요자로 볼 수 있나'입니다. 현행 종합부동산세 과세 구조는 세대별 합산이 아닌 '인별 합산'입니다. 예를 들어, 1세대에 거주하는 2명의 부부가 있다고 해보죠.

남편 이름으로 집 1채, 아내 명의로 집 1채를 갖고 있다면 세대별 합산으로 계산할 때 두 부부는 '다주택자'가 됩니다. 세대별 합산은 1세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가진 주택을 모두 더하는 방식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현행 종부세 과세 체계인 인별 합산은 다릅니다. 남편 이름으로 집 1채, 아내 명의로 집 1채를 가졌다면, 두 부부는 모두 다주택자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주택을 세는 기준을 세대가 아닌 사람으로 하다 보니 그렇게 됩니다.

지난 2007년 종합부동산세가 처음 도입됐을 때는 세대별 합산 과세가 원칙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08년 헌법재판소가 세대별 합산은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현재의 인별 합산 체계로 바뀌었습니다. 즉, 현행 종부세 체계에선 가족들이 1세대에 거주하면서 가족 명의별로 1채씩 집을 가지고 있다면 모두 1주택자가 되는 겁니다. 1세대 1주택자 중에는 실수요자들도 있겠지만, 가족 명의로 집을 나눈 다주택자들도 섞여 있습니다.

실제로 정부가 다주택자들을 상대로 종합부동산세 인상, 양도세 중과 등으로 압박할 때 다주택자들은 가족에게 증여하는 방식으로 칼날을 피해갔습니다. 증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통계 수치로 확인됩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이후 증여 거래는 매년 5만~6만 건 수준이었습니다. 정부가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 등 투기 압박 정책을 펼치던 2018년, 증여 건수는 사상 최대치인 11만 1863건이었고 지난해에도 11만 847건에 달했습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팔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많은 다주택자들은 자녀와 부부간 증여를 통해 장기전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배 의원의 개정안대로라면, 장기전을 선택하는 다주택자(세대)들도 수혜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두번째 질문] 종부세 부담 완화가 실수요자들을 위한 근본 해법인가

두 번째 질문은 '실수요자들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는가'입니다.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정부가 종부세율을 올려서가 아닙니다. 집값이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지난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6억 원대였지만, 올해 5월 9억 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아파트 매매 중간값이 3년 만에 3억 원이나 오른 겁니다.

종합부동산세율을 낮추거나, 공제 금액을 축소하는 것은 '언발에 오줌누기' 대책일 뿐입니다.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급등한 집값을 원상회복 시켜야 합니다. 집값을 2017년 수준으로 되돌린다면, 실수요자들이 종부세를 내는 일도 없게 됩니다. 집값을 낮추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정부가 값싼 주택을 대거 공급하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20억~30억 짜리 아파트는 100만호, 1000만 호를 공급해도 집값 잡기에 효과가 없겠지만, 1억~2억 짜리 아파트는 거품 뿐인 시장 가격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는 앞서 종부세 완화 법안을 지지했던 홍준표 의원이 추진했던 일이기도 합니다.

집값이 급등했던 지난 2006년 홍준표 의원은 당시 '반값 아파트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건물은 민간업자가 건설해 분양하고, 토지는 공영개발해 임대하는 '건물분양 아파트'로 시세의 절반 수준에 아파트를 분양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가 도입을 주장하는 '토지임대부 주택'과 비슷한 형태입니다.

홍 의원의 구상은 이명박 정부 시절 '보금자리 주택'으로 일부 실현된 바 있습니다. 2011년 당시 서울 강남 일대에 토지임대부 형태로 공급된 보금자리 아파트의 분양가는 2억~3억 원대였습니다. 건물만 구입하고, 토지는 매달 국가에 임대료를 내는 방식으로 공급했기에 가능한 가격이었습니다.

무주택자들은 부담 가능한 가격에 내집 마련에 성공했죠. 홍 의원의 반값 아파트는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반값 아파트 정신 어디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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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첫 본회의가 열린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미래통합당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홍 의원은 지난 4월 페이스북에도 "저는 일찍부터 보수·진보 이분법적인 대립 구도를 떠나 국익 우선주의를 추구해 왔다"며 "제가 추진했던 반값아파트 정책, 국적법 정책 등은 대표적인 좌파정책으로 국익 우선주의에 기반을 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세금을 깎는 것은 쉽지만, 지금의 주택 시장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종부세 완화 법안이 통과되면, 오히려 투기 심리를 자극해 집값이 더 오르게만 할 뿐입니다. 집값 급등으로 인한 자산 불평등은 홍준표 의원이 강조했던 '기회의 사다리'를 없애고 있습니다.

종부세 인하와 집값 정상화, 이 둘 중에 뭐가 우선 순위인지 홍준표 의원은 정답과 풀이 방법을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홍준표 #종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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