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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살포가 법적으로 제한돼야 하는 이유

[주장] 실효성 없는 대북전단 살포, 누구를 위한 것인가

등록 2020.06.08 07:58수정 2020.06.0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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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단체, '김정은 규탄' 대북전단 살포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 5월 31일 김포시 월곶리 성동리에서 '새 전략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대북 전단 50만장, 소책자 50권, 1달러 지폐 2천장, 메모리카드(SD카드) 1천개를 대형풍선 20개에 매달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고 1일 밝혔다. ⓒ 연합뉴스

 
[기사 보강 : 8일 오전 10시 10분]

대북전단을 두고 북한이 남한을 향해 날이 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과연 대북전단이 실효성이 있는가'라는 문제의식이 제기되고 있다.

다시 떠오른 대북전단 갈등

지난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5월 31일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면서 '개성공단 완전 철거' '남북군사합의 폐기'를 시사하는 담화를 내놨다. 통일부는 김여정의 담화가 발표된 지 4시간여 뒤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음날(5일) 북한 통일전선부는 "남쪽에서 (대북전단 제재) 법안이 채택돼 실행될 때까지 우리도 접경지역에서 남측이 골머리가 아파할 일판을 벌여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라면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폐쇄 등을 언급했다. 정부는 7일 "정부의 기본입장은 판문점 선언을 비롯한 남북 정상이 합의한 사항을 준수하고 이행해 나간다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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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묘소의 김여정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은 지난 3월 2일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묘에서 김 위원장을 수행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4일 통일부의 입장이 나오자 탈북자 출신인 지성호 미래통합당 의원을 포함한 통합당 의원 4명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기가 북한인지 남한인지 헷갈린다"면서 탈북자들을 '쓰레기' 등으로 비유한 북한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들은 '대북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고 북한주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정의의 행동'이라면서 대북전단 관련 법률안을 만들겠다고 밝힌 통일부도 비난했다.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공약을 내놓은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시작으로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판문점선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남북군사합의 등의 진전을 이뤄냈다.

그러나 지난 2019년 4월 한국과 미국이 판문점공동성명 제2항 1조(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다)가 있음에도 한미군사훈련을 재개했다. 북한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남북관계 전면 재검토'를 경고했다.


2019년 6월 30일 한국을 방문 중이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을 다시 만나면서 남북관계는 다시 개선되는 기미가 보였다. 하지만 그해 8월 한미양국이 합동군사훈련을 재개하자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과 통일부장관을 직접 겨냥해 "아무 실권도 없는 미제의 괴뢰주제에"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또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미사일 발사시험을 세 차례나 진행해 남북 사이 군사적 대치 분위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런 상황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올해 초부터 금강산관광, 방역협력 등 유엔대북제재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남북협력을 추진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런 와중에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에 문제제기에 나선 것이다.

대북전단을 통해 본 남북 대결의 역사

대북전단 살포로 인한 남북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북전단을 통한 남북 대결의 역사를 한번 살펴보자.

① 남북대결이 치열하던 1991년 9월, 남북한은 유엔에 동시에 가입한다. 그리고 그해 12월 상호 체제인정과 상호불가침, 남북한 교류 및 협력에 관한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한다. 총 4장 25조로 돼 있는 이 합의서의 제1장 3조에는 "남과 북은 상대방에 대한 비방·중상을 하지 아니한다"라는 조항이 있다. 이 조항은 대북전단 살포를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② 2004년 6월 4일, 남과 북은 고위군사회담을 개최하고 서해상에서 우발적 충돌방지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선전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했다. 이 합의서 제3항 1조는 "쌍방은 역사적인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 4주년이 되는 2004년 6월 15일부터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방송과 게시물, 전단 등을 통한 모든 선전활동을 중지한다"이다. 또한 5조에는 "쌍방은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선전수단들을 다시 설치하지 않으며 선전활동도 재개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③ 2011년 3월 23일, 북한은 "심리전은 전쟁행위"라면서 백령도 심청각에서의 천안함 폭침 1주기를 맞아 진행할 예정이었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조준사격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④ 인천아시안게임이 진행되던 2014년 9월,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회장 박상학)은 9월 21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동산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북한은 "도발 원점을 초토화하겠다"라면서 으름장을 놨다. 그날 대북전단은 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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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단체, 대북전단 20만장 살포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 회원들이 노동당 창건기념일이자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4주기인 2014년 10월 1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 부근 주차장에서 대북전단 20만장을 날려보내는 모습. ⓒ 권우성

 
⑤ 2014년 10월 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위해 김양건, 황병서, 최룡해 등 북한 수뇌부 3명이 남한을 방문한 뒤에도 대북전단 살포는 계속됐다. 남북간 대화 재개 분위기가 다시 수면 위로 올랐을 때였다. 정부가 자제를 요청했지만, 자유북한운동연합은 같은해 10월 10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 부근 주차장에서 대북전단 20만 장 살포를 강행했다.

또 다른 탈북자단체는 같은 날 오후 4시 경기도 연천군 소재 야산에서 대북전단 132만 장을 담은 기구를 띄웠다. 북한은 이 기구를 향해 경기도 연천군 중면 삼곶리 방면으로 14.5mm 고사총을 발사했다. 한국군은 이에 대해 경고방송 후 K-6 중기관총 40여 발을 북한 GP를 향해 대응사격했다. 한국군은 연천군 일대에 전시경보인 '진돗개 하나'를 발동했고, 3시간여 뒤 이를 해제했다.

⑥ 2014년 10월 30일 북한은 2차 남북고위급 접촉 조건으로 '대북전단살포 중단'을 요구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2차 남북고위급회담은 결렬됐다.

⑦ 2015년 1월 6일, 대북전단 살포를 진행하던 한 탈북자가 법원에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았다"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대북전단의 살포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만, 북한을 자극하여 도발을 유도할 수 있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보다 우선되므로 대북전단 규제는 적법하다"라고 판결했다. 반면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저지해서는 안 된다"라고 의결했다. 인권위는 "대북전단 활동은 세계인권선언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라고 봤다.

⑧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선언을 발표한다. 공동선언 2조 1항에는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다, 당면하여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한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전단살포 중지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⑨ 2020년 6월 4일, 사실상 북한의 2인자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삼으면서 "개성공단 완전 철거" "남북군사합의 폐기" 등을 고려한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다음날엔 북한 통일전선부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를 시사했다. 

[의문] 대북전단 살포,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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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청년들이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성토하는 군중 집회를 열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6일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평양시 청년공원야외극장에 모인 북한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로 군중 집회를 하는 모습. ⓒ 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탈북자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목적은 폐쇄돼 있는 북한에 외부 세계의 소식을 전함으로써 북한주민들이 스스로 들고 일어나 북한 정부를 전복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대북전단 살포 찬반을 떠나 탈북자들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과연 전단 살포가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탈북자들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단물이 정기적이여야 하며 받아보는 사람들이 특정돼 있고, 이들에게 비용을 들여 서라도 지속적으로 정보를 제공했을 때 그에 해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탈북자들이 대북전단 살포는 정기적이지도 않고 받아보는 주체를 확인할 수도 없다. 그냥 막연히 북한 주민 전체를 상대로 한다. 이런 상황에서 효과도 기대할 수 없는 막연한 일에 큰돈을 들여서 진행할 이유가 있을까. 

우선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상 대북전단은 남한 지역에서 북한 지역으로 들어가기 상당히 어렵다. 북한 지역에 떨어져야 할 전단이 남한 접경지역 인근 혹은 공해 상에 떨어지는 일이 발생한다. 대북전단이 쓰레기가 돼 생태계 파괴의 원인으로 바뀌는 것이다.

2018년 5월 2일 <경향신문>은 강원도 속초 조양동에서 발견된 붉은 바다거북을 부검한 결과, 장에서 탈북자단체들이 뿌린 대북전단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붉은 바다거북의 체내를 확인하던 수의사들은 "장이 심하게 꼬여있는 것이 직접적인 사인"이라면서 "이물질들도 영향을 미친 것만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만약 대북전단이 북한 지역에 떨어졌다고 해도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이상한 그림이나 글들은 되레 북한주민들의 거부반응을 일으켜 보지 않을 수도 있다. 대북전단 살포에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효과가 너무 작다는 것. 탈북자단체가 대북전단 살포를 한 번 하는 데 드는 비용은 1000만 원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북한과 남한이 지속적인 마찰을 빚고 있고, 북한의 군사적 도발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북전단 살포는 낭비행위다. 탈북자 스스로에겐 위안이 될 수 있겠으나, 북한 정권을 반대한다는 상징성 외에는 남한 사회에 득을 주는 게 없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진전 막는 대북전단 살포... 법적으로 제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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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이 지난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대북전단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법적으로 보나 남북관계 발전사를 보나 대북전단 살포는 제한돼야 한다. 2015년 법원의 판결문에도 나와 있듯이 '몇몇 개인의 표현의 자유보다 다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라는,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기준이 명시돼 있다. 탈북자들은 더 이상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남북관계를 저해하는 행위를 해선 안된다.

대북전단 살포를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북한의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다. 이미 '대북전단 살포 중지'는 남한과 북한이 오래전부터 합의하고 약속한 사항이다. 지난 4일 통일부가 만들겠다고 밝힌 '대북전단 살포 중지' 법률안은 대한민국이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와 21대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덧붙이는 글 본 기자는 영국에 거주하는 탈북자이며 현재 NK경제개발정책연구소(http://www.enk21.org)를 운영하고 있고 오래전부터 탈북자들에 의한 가짜북한뉴스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습니다. 본 기사내용은 기자본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최승철TV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제작한 기사에 대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대북전단 #탈북자 #최승철 #박상학 #김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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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선(북한)사람 입니다. 그래서 나는 조선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글을 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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