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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위안부운동, 부정하거나 폄훼할 수 없는 역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첫 언급... "기부금·후원금 투명성, 근본적으로 강화"

등록 2020.06.08 15:06수정 2020.06.0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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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6.8 ⓒ 연합뉴스

 
[기사 보강 : 8일 오후 3시 25분]

문재인 대통령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의기억연대 등을 둘러싼 여러 가지 논란들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8일 오후 2시부터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위안부운동은 부정하거나 폄훼할 수 없는 역사다"라며 "위안부운동의 대의는 굳건히 지켜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윤 의원과 정의기억연대를 둘러싼 논란들이 검찰수사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30년간 일본군 위안부문제를 제기해온 윤 의원과 정의기억연대의 역사적 역할·성과마저 부정당해서는 안된다는 문 대통령의 절박한 뜻이 담겨 있다.

"위안부 할머니 없는 위안부운동을 생각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위안부운동을 둘러싼 논란이 매우 혼란스럽다, 제가 말씀드리기도 조심스럽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위안부운동의 대의는 굳건히 지켜져야 한다"라며 "위안부운동 30년 역사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여성인권과 평화를 향한 발걸음이었다,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숭고한 뜻이 훼손돼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학순 할머니로부터 시작된 위안부운동이 전쟁시기 여성 성범죄문제로 확대되면서 한일 간의 역사문제를 넘어 전세계 여성인권운동으로 발전한 점을 들면서 "위안부 할머니들께서 스스로 운동의 주체가 돼 당당하고 용기있게 행동했기에 가능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별히 윤 의원과 정의기억연대를 둘러싼 논란을 촉발했던 이용수 할머니를 직접 거론하면서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운동의 역사다, 위안부문제를 세계적 문제로 만드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위안부 할머니 없는 위안부운동을 생각할 수 없고, 피해자와 활동가들, 시민들이 연대하고 힘을 모은 결과 위안부운동은 세계사적 인권운동으로 자리매김했다"라며 "결코 부정하거나 폄훼할 수 없는 역사다"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활동방식이나 행태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 돼야"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시민운동은 시민의식과 함께 발전해왔다"라며 "이번 논란은 시민단체의 활동방식이나 행태에 대해서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의 논란과 시련이 위안부운동을 발전적으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라며 "특히 정부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기부금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기부금 또는 후원금 모금활동의 투명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는 "자신이 낸 기부금이나 후원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투명하게 알 수 있다면 국민들의 선의가 바르게 쓰이게 되고, 기부문화도 성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라며 "시민단체들도 함께 노력해주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도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일각에서 위안부운동 자체를 부정하고 운동의 대의를 손상시키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라며 "피해자 할머니들의 존엄과 명예까지 무너뜨리는 일이다"라고 일갈했다. "반인륜적 전쟁 범죄를 고발하고, 여성인권의 가치를 옹호하기 위해 헌신한 위안부운동의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 도전이다"라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운동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피해자들의 상처는 온전히 치유되지 못했고, 진정한 사과와 화해에 이르지 못했다"라며 "역사적 진실이 숨김없이 밝혀지고, 기록돼 자라나는 세대들과 후손들에게 역사적 교훈으로 새겨져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 전문이다.

"위안부운동을 둘러싼 논란이 매우 혼란스럽다. 제가 말씀드리기도 조심스럽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위안부운동의 대의는 굳건히 지켜져야 한다. 위안부운동 30년 역사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여성인권과 평화를 향한 발걸음이었다. 인류 보편의 가치를 지키려는 숭고한 뜻이 훼손돼서는 안된다.

김학순 할머니의 역사적 증언에서부터 위안부운동은 시작됐다. 피해 당사자들이 침묵의 벽을 깨뜨리고 '내가 살아있는 증거다'라고 외쳤고, 거리에서 법정에서 국내와 국제사회에서 피해의 참상을 알리고 정의로운 해결을 호소했다.

전쟁 중 여성에 대한 참혹한 성폭력 범죄가 세계에 알려졌고 한일 간의 역사문제를 넘어 인류 보편의 인권과 평화의 문제로 논의가 발전됐다. 세계 곳곳의 전시성범죄 피해자들에게 큰 용기를 줬고 유엔을 비롯해 국제사회 비롯해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고 전세계적인 여성인권운동의 상징이 됐다. 위안부 할머니들께서 스스로 운동의 주체가 돼 당당하고 용기있게 행동했기에 가능했다.

지금은 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나시고 열일곱분의 할머니만 우리 곁에 남아 계신다. 너나없이 위안부 진실의 산 증인들이다.

특히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운동의역사다. 위안부문제를 세계적 문제로 만드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셨다. 미 하원에서 최초로 위안부문제를 생생하게 증언함으로써 일본 정부의 사과와 역사적 책임을 담은 위안부 결의안 채택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프랑스 의회에서도 최초로 증언했고, 연세 90의 노구를 이끌고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를 촉구하는 활동도 벌였다.

우리는 위안부 할머니가 없는 위안부운동을 생각할 수 없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참혹했던 삶을 증언하고 위안부운동을 이끌어온 것만으로도 누구의 인정도 필요없이 스스로 존엄하다.

위안부운동은 인간의 자발적 참여와 연대로 성장해온 운동이다. 피해자 할머니들은 스스로 여성 인권운동가가 돼 세계 곳곳의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과 손을 잡았다. 시민사회의 많은 활동가들이 연대했고 시민들도 다같이 힘을 보탰다. 어린 학생들까지도 수요집회에 참여했고 위안부 문제를 숨겨진 과거로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30년간 줄기차게 피해자와 활동가, 시민들이 함께 연대하고 힘을 모은 결과 위안부운동은 세계사적 인권운동으로 자리매김했다. 결코 부정하거나 폄훼할 수 없는 역사다.

시민운동은 시민의식과 함께 발전했다. 이번 논란은 시민단체의 활동 방식이나 행태에 대해서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일각에서 위안부운동 자체를 부정하고 운동의 대의를 손상시키시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 피해자 할머니 존엄과 명예까지 무너뜨리는 일이다. 반인류적 전쟁범죄를 고발하고 여성인권 가치를 옹호하기 위해 헌신한 위안부운동의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다.

위안부운동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피해자들의 상처는 온전히 치유되지 못했고, 진정한 사과와 화해에 이르지 못했다. 역사적 진실이 숨김없이 밝혀지고 기록되어 자라나는 세대와 후손들에게 역사적 기록으로 새겨져야 한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다. 지금의 논란과 시련이 위안부 운동을 발전적으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정부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기부금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기부금 또는 후원금 모금활동의 투명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 자신이 낸 기부금이나 후원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투명하게 알 수 있다면 국민들의 성의가 바르게 쓰이게 되고, 기부문화도 성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도 투명하게 관리하겠다. 시민단체도 함께 노력해주길 바란다. 국민들께서도 시민운동의 발전을 위해 생산적 논의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주길 바란다."
#문재인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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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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