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전북 교육감의 직격 "대선 후보 약속, 기억 못 하나?"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669]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

등록 2020.06.10 14:12수정 2020.06.10 14:12
1
원고료로 응원
a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한 4차 등교 수업이 시작된 8일 오전 전북 전주시 동초등학교에 6학년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해 몇 차례 연기된 등교수업이 지난 5월 20일 고3을 시작으로 6월 8일 중1과 초 5~6학년 등교까지 초중고등학교 모두 완료되었다. 개학일인 3월 2일로부터 99일 만이다.

전 학년이 늦게나마 등교하게 된 소감이 궁금했다. 마침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인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현 정부의 교육개혁 의지가 실종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해 이유를 듣기 위해 지난 5일 전북교육청에서 김승환 전북 교육감을 만났다. 다음은 김 교육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8일 중1과 초 5~6학년까지 등교하면 초중고가 다 등교합니다. 소감이 어떠세요?
"아이들도 좋고 선생님도 좋고 다 좋아해요. 선생님과 아이들 사이에는 서로 보고 싶어서 그리움이 깊어졌잖아요. 집에서 불편하게 공부하니까 학교 교실에서 공부하는 소중함을 더 크게 느꼈을 것 같아요."

- 걱정도 있는 것 같은데요?
"인간의 삶 자체가 끝없이 리스크(위험)를 안고 살아요.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여러 원인으로 사망한 사람 많아요. 아마도 암으로 사망한 사람의 숫자가 상당히 많을 거예요. 그런데 자기는 암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많지 않잖아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속에서 등교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리스크가 있다는 거예요. 그것을 너무 두렵게 생각하면 안 되고 이런 위기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 학습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등교 후 2주간의 평가 어떻게 보세요?
"전라북도는 환경 측면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안정지역이에요. 위험도가 낮은 지역이란 뜻이에요. 잘 진행되고 있어요. 물론 불편한 것도 많아요. 여러 가지 방역 지침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제약조건 하에서 별 어려움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요."

- 전국적으로 학생들은 온라인 교육이 등교보다 낫다는 의견이 더 높은 것 같거든요. 54%가 온라인 수업이 낫다고 보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이유는 뭘까요. 내가 혹시 감염될까 하는 두려운 거죠. 그런데 두려움을 안고 있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거죠. 학교 문을 열 수가 없는 거죠. 학교 문을 열어봤더니 별 이상 없이 진행되고 있거든요."

"교육부, 보도자료 1시간 전에 등교 시험 금지 공문... 무책임"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 ⓒ 전북 교육청 제공

 
- 좀 더 일찍 학교 문을 열었어야 했나요?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를 한마디로 진단해보라고 한다면 '절대 위기의 시대'라고 말하고 싶어요. 어떤 경우에도, 방역전문가라 하더라도, 이것이 절대적으로 옳은 답이라고 말할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앞으로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아무도 예측 못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것이 가장 정확도가 높은 것이 아니겠느냐'는 믿음이 설 때 조치를 내리잖아요. 그래서 그 전에 개학하는 것이 낫겠단 주장도 확실히 그것이 옳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한 가지 유감이 있어요. 이 사태에서 가장 힘들어하고 불안감이 크고 실제로 불이익이 현실화될 위험성이 높아질 아이들은 고3이에요. 수능시험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할 거예요. 내신, 교과 문제 전반적으로 불리한 상황이거든요. 4월 24일 고3 전국연합 학력평가를 실시할 예정이었어요. 전국 시도교육청 연합으로 평가하는 거죠.

등교 시험으로 할 거냐 재택시험할 거냐 여기에 대해서 전북을 뺀 모든 지역이 재택시험을 선택했어요. 마지막 순간까지 교육부는 아무 말 없다가 보도자료 내기 1시간 전에 전북교육청에 등교 시험 금지 공문을 보냈어요. 무책임한 거죠. 그런 입장을 가졌다면 미리 했어야죠.

그리고 서울 교육청 정책국장이 전북교육청 정책국장에게 전화를 해서 1시간 후에 보도자료 내는데 전북교육청을 제외한 모든 시도교육청이 재택시험으로 본다고 보도자료 내도 되느냐고 물어봐 달라고 해서 전 좋다고 했어요. 거기서 마무리된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거죠. 그래서 제 페이스북에 교육부의 기만 행정이라고 글을 썼어요."

- 교육부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요?
"교육부 단독 결정인지 다른 데 지시를 받아 했는지 알 수 없죠. 만약 4월 24일 전북교육청 계획대로 고3 시험을 실시했더라면 그 이후에 단계적 등교를 실시하는데 바로미터가 됐을 거예요. 아쉬워요."

- 등교가 너무 늦었다고 생각해요?
"최소한 고3에게는 너무 아쉽다는 거예요. 스포츠 선수에게 게임 리듬이 중요한 것처럼 고3 학생에게 시험 리듬이 중요해요. 출발선도 못 끊고 있어요. 너무 잔인하잖아요. 일단 전북교육청에서 시도하려고 했는데 교육부가 그런 공문을 보냈어도 우린 강행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으나 국민 불안감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재택시험을 선택했지요."

- 수능이 12월 3일 치러지잖아요. 예년보다 20일 정도 늦은 수능 날짜 어떻게 보세요?
"12월 3일로 연기했는데 어떤 결과를 낼지 아무도 예측 못 합니다. 한국 대학교수 협의회에서는 12월 30일까지 미뤄야 한다는 의견을 냈거든요. 그 이유는 코로나19가 언제 진정될 것인가 하는 것이잖아요. 완전히 사라진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도 최소로 위험성을 느끼면서 할 수 있는 시기가 이때가 아닌가 하는 거죠.

12월이든 30일이든 중요한 문제는 시험 출제위원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대학은 12월 초면 겨울 방학에 들어가요. 교수들은 겨울방학 동안 일을 많이 해요. 논문도 쓰고 일도 많이 해요. 수능만 출제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 걸 감안하면 12월 3일도 12월 30일로 연기하는 것도 문제 될 수 있어요.

시험 출제위원으로 들어가도 마음에 편안함이 있어야 하는데 불안감이 있을 거예요. 36일간 같이 식사하고 문제를 출제할 때는 한 방에서 집단 생활하잖아요. 그래서 시험 출제위원에 위촉받았다 해도 강제할 수가 없어요. 만약 그런 상황이 빚어지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것이죠. 전북 교육감이 말한 게 현실화 되겠냐란 시선도 있는데 이런 상황을 충분히 계산하지 않으면 그때 가서 어찌하겠느냐는 거죠."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반계 교사들이 참여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수능 출제는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는 교수들이 문제를 냈어요. 시험 칠 때 리듬 필요한 것처럼 교수들도 시험 출제할 때 리듬이 필요합니다. 가르치지 않았는데 리듬이 생기는 건 위험해요. 전 오래전부터 과감하게 결단 내려서 수능 출제위원은 일반교사들로 하는 것이 맞습니다."

"정부의 교육개혁? 말은 계속하는데 행동은 없어요"

- 9월 학기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현재는 잦아든 것 같아요. 교육감님 생각은 어떠세요?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잖아요. 찬성하는 쪽에서는 3월 학기제 하는 나라가 없단 거죠. 우리 아이들이 장기 또는 단기로 외국에 나가는 경우 많잖아요. 초중고 대학까지 6개월 정도 공백이 생긴다는 거예요. 밖에 있다 들어올 때도 마찬가지로 공백이 생겨서 합산하면 1년 정도 공백이 있어요.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그것 때문에 문제 되는 학생이 몇 명이나 되느냐, 부모가 사회적 위치에 있는 사람이나 가능한 것 아니냐고 말해요. 그런데 1년에 몇만 명 된다 할지라도 맞추는 게 좋지 않냐는 거죠. 사실 1학기는 거의 수업결손이 생겼어요. 이걸 계기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보는 데 문제는 비용이에요. 그리고 한 학기 유급이 되어야 하는데 한다면 지금 이 시기가 아니겠는가 하는 거죠."'

- 굳이 외국에 맞출 필요 있을까요?
"외국이라는 개념이 엷어져요. AI(인공지능) 시대 자체가 한 국가의 중앙권력 힘이 약화되는 것이거든요. 언론만 하더라도 중앙언론 중심에서 1인 미디어로 분산되잖아요. 국경이라는 개념도 희박해졌어요. 코로나바이러스는 국경을 몰라요. 그것은 외국에 맞춘다는 시각이 아니고 어쨌든 같은 표준의 인간이 살고 있잖아요. 거기 맞춘다 생각하면 됩니다."

- 9월 학기제 하려면 법도 바꿔야 할 텐데요.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법률 개정은 문제가 크지 않아요. 갑자기 법률개정 하려면 준비도 해야 하고 오랜 시간이 걸려요. 거기에 따른 예산 문제가 생겨요. 예산을 15억 정도로 예상하는 것 같아요. 이 큰 제도를 개선하는 데 그리 많은 비용은 아니지 않나 생각합니다."

- 9월이면 3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괜찮다고 보세요? 아니면 준비해서 내년부터 9월 학기제로 해야 한다고 보세요?
"그게 현실적인 건데 국회가 법률 개정할 때 뚝딱 처리하는 거 아니잖아요. 입법과정도 몇 달 걸려요. 그걸 감안할 때, 한다고 하더라도 이번 9월에 하는 것은 놓쳤다고 봐야죠."

- 교육감님이 2일 기자회견 열고 정부의 교육개혁 의지가 실종됐다고 비판하셨던데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세요?
"왜 교육개혁을 해야 하는지 철학의 문제가 없고요. 철학이 제대로 서 있지 않으니까 이걸 어떻게 하는지 방법도 모르는 거예요. 정권 시작하고 3년이 지났잖아요. 중요한 개혁은 가시적으로 일어났어야 맞아요. 그런데 아직까지도 없어요. 말은 계속하는데 행동은 없어요.

국회가 하는 것은 법률이고, 정부에서는 시행령 시행규칙 훈령 이런 게 나오잖아요. 정부가 하는 것이 행정입법이라고 해요. 그러면 법률에서 문제가 있어서 지방 교육자치 이루지 못한다면 국회가 노력해야겠죠. 하지만 국회 도움 없이도 행정입법은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것도 손을 안 대고 있어요.

문제가 되고 있는 행정입법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만들어졌어요. 당연히 폐지해야 하는데 그것도 손을 안 대요. 이것을 비춰볼 때 교육개혁 용어는 사용하는데 의지는 없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니까 진보라고 하지 진보는 아닙니다"
 
a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 ⓒ 전북 교육청 제공

 
-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별 차이 없다는 말씀인가요?
"차이가 없죠. 최근에 16개 대학에서 정시 비율을 높인다고 했죠. 박근혜 정부보다 후퇴한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나라 일반계 교사 대부분의 의사예요. 그럴 줄 몰랐다는 것이죠. 충격적이라는 거죠."

- 여론을 보면 정시 비율 높이는 게 맞다고 보는 것 같은데?
"문제 됐던 엄마 찬스 아빠 찬스는 존재하지 않아요. 그리고 학생부 기록하면서 그리고 비교과 활동 기록하면서 거기에 문제사례가 있을 수는 있어요. 대표적으로 숙명여고 사건, 그건 성적조작사건이잖아요. 이런 것들이 있을 수 있어요. 우리나라 고등학교에서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어쩌다 일어나는 일이에요. 정부에서도 비리가 있을 수 있는 것처럼요.

그리고 국민이 왜 그런 여론을 가지고 있냐면 학부모님들이 수능시험에 대해서는 절대다수가 잠재적 피해자라고 생각해요. 그러고 있는데 그런 사건이 발생하면 자기가 의심했던 게 맞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럼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잖아요. 그것이 일반적으로 학교에 있었던 비리는 아니라고 말해야 하잖아요.

그럼 수능이 공정한 시험이냐면 수능이 공정한 시험은 아니라는 거예요. 왜 그러냐면 부모의 능력이 좋으면 온갖 사교육을 다 시킵니다. 그런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똑같은 문제 놓고 경쟁시켜요. 이게 수능 정시잖아요. 그런데 내 아이가 정시에 유리할 것이다? 천만에요. 강북보다 강남이 유리하고 농촌보다 도시가 유리합니다. 이거 다 도식으로 나와요."

- 그러나 수시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돈 있는 사람은 학원에 보내고 하잖아요.
"제가 전북 교육감 하기 전에 전직이 대학교수잖아요. 대학교수는 어느 정도 일정한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잖아요. 내가 내 아이 스펙 쌓은 적은 없어요. 저 같은 교수 많아요. 그런데 왜 그런 대학교수들에게는 시선을 안 주느냐는 거예요. 다 그러지는 않아요. 너무 부정적으로 보게 되면 계속해서 안 좋은 제도, 수능 정시를 확대하는 제도가 나와요. 이익보다는 해악을 끼치는 정책이 나온다는 것이죠."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문제는 아직 해결 안 되고 있잖아요?
"5월 20일이었나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 공개 변론한 게. 이기택 대법관이 대법원에 떠넘기지 말고 결자해지 차원에서 정부가 문제를 풀라고 말했죠. 비겁하고 옹졸한 거예요. 대선 후보가 약속했잖아요. 문제가 많다고요. 기억 못 하나요?"

- 의지가 없나요?
"의지가 없고 박근혜 정부의 처분에 대해 인식 능력이 낮다고 봅니다."

- 왜 그렇게 볼까요?
"능력이 거기까지밖에 안되니까요. 그리고 본질적으로 보면 다른 나라 특히 유럽의 정당들과 우리나라 정당들 놓고 보면 우리나라니까 진보라고 하지 진보는 아닙니다. 진보 정부는 아니잖아요. 진정한 의미에서는, 전교조에 대해서는. 보수 정부에 맞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어요."
#김승환 #전북교육청 #코로나19 #교육개혁 #전교조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특혜 의심' 해병대 전 사단장, 사령관으로 영전하나
  3. 3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4. 4 "총선 지면 대통령 퇴진" 김대중, 지니까 말 달라졌다
  5. 5 '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