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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불구속'에 박용진 "피해자 삼성 응원한다"

[스팟 인터뷰] "돈, 빽, 힘 앞에 적용되는 불구속 재판 원칙... 삼성, 오너리스크 극복하길"

등록 2020.06.09 10:59수정 2020.06.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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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는 중대 범죄”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고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 미래전략실이 주고받은 내부 문서를 공개하고 있다. ⓒ 유성호

"판사의 재량이다. 다만, 평범한 시민들에겐 적용되지 않는 불구속 재판 원칙이 돈, 빽, 힘 있는 사람 앞에선 부활하는 사법 현실이 씁쓸할 따름이다."

20대 국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줄곧 제기해 온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재선, 서울 강북을)이 이 부회장에 대한 9일 불구속 재판 결정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기업 차원의 자정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으리라 봤다. '내부 증언'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박 의원은 같은 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판사의 양심을 믿지만, (이 부회장에 대한) 증언을 하는 사람들에겐 상당한 압박이 느껴질 만한 상황"이라면서 "증언에 대한 관리와 훼손이 증거 인멸에 해당한다는 게 제 생각이다"라고 말했다(관련기사 :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얼굴 구긴 '윤석열 검찰' http://omn.kr/1nv4s.)

"이번 사건에서 나는 삼성을 응원한다. 더 성장해 투자자들과 한국 경제에 큰 보탬이 되길 바란다."

박 의원은 더 나아가, 이 부회장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삼성과 한국 경제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삼성 측의 주장에 되려 '오너리스크를 극복할 기회'로 삼아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이번 사건에서 삼성은 피해자다. 가해자는 이재용 부회장이다. 가해자로부터 불이익을 받은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선, 기업을 사유물로 생각하는 이들의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박 의원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내부 증언에 영향줄 것... 검찰이 최선 다해야"

-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영장이 기각됐다.
"철저하게 구속 재판이 필요한 지, 아닌 지 판단한 거라고 하니까, 재판부 재량권에 따라 그 부분에는 다른 불만이 없다. 다만, 평범한 시민들에겐 적용되지 않는 불구속 재판 원칙이 돈, 빽, 힘 있는 사람 앞에선 부활하는 대한민국의 사법 현실이 씁쓸할 따름이다."


- 기각 사유는 어떻게 봤나.
"기본적 사실 관계는 다 드러났다고 보지 않았나. 범죄행위가 소명됐다는 거고. 증거 자료도 다 수집됐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이걸 전면 부인하고 있다. 잘못도 확인됐고, 증거도 있고 증인도 있는데 본인이 부인하니까 불구속 재판한다? 이런 경우가 몇 번이나 있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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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법행위 관여 혐의 의혹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 안 좋은 사인을 줄 수 있다는 뜻인가?
"(기업 내에서도) 수사에 협조적인 사람은 오히려 인사 불이익을 받고, 범죄를 주도한 사람들은 영전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내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감시위 소속 내부 위원인)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도 '참담하다'며 사의를 표명하지 않았나.

이런 상황을 무시한 결론이다. '수사에 협조 말라, 증언을 관리하겠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 사건에서 최대 장악력을 가진 사람을 불구속 재판한다는 판단은 안일한 태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판사의 양심을 믿는다. 다만, 이 사건에 대해 불리한 증언을 하는 사람들에겐 상당한 압박이 느껴질 만한 상황이다. 증언에 대한 관리와 훼손이 증거 인멸에 해당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 추가 증거 인멸의 가능성도 줄곧 제기해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바닥에 (재경팀 공용서버와 직원 노트북을) 묻은 사실도 드러나지 않았나. (비슷한) 영향이 있으리라 본다."

- 코로나19 상황에서 이 부회장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삼성 전체의 경영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삼성 측의 우려에 동의하는 여론도 있다.
"이번 사건에서 저는 삼성 기업을 응원한다. 이 회사가 더 성장하고, 많은 이익을 남겨 투자자들과 한국 경제에 큰 보탬이 되길 바란다. 이번 사건에서 삼성은 피해자다. 가해자는 이재용 부회장이다. 가해자로부터 많은 불이익을 받은 회사를 보호하고 안전하게 육성하기 위해선, 기업을 사유물로 생각하는 이들의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없애야 한다. 삼성에게 가장 큰 리스크는 '오너리스크'임을 분명히 했으면 좋겠다. 이재용과 삼성을 따로 봐야 한다."

- 시세 조작 여부를 두고 증권선물위원회와 삼성 측의 주장이 부딪히는 상황이다.
"(범죄 판단 여부가) 분식 회계 보다 시세 조작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한국 사회에선 그게 훨씬 죄가 크다.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고. (삼성 측의 주장처럼) 단순한 회계 상 실수였다? 그 말이 바로 분식 회계다. 고의성이 있느냐, 없느냐 나눌 수 잇겠지만... 증선위는 고의라고 봤고. (공시를 누락했다는 걸) 모를 리가 없으니까. 내부 문건을 보면 일부러 누락했다가 나중에 넣는 과정에서, 서로 의논해 진행한 사실도 나오지 않나. 이를 모의하고 현실화 했다는 건 검찰에서 다 확인한 것이다."

- 검찰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범죄 행위에 대한 소명은 분명한 사실이다. 검찰이 수사를 잘 한 것 같다. (수사 방침에 대한) 검찰 내부 이견은 없다는 게 공식 입장으로 안다. 구속이든 불구속 재판이든, 한국 경제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과정이다. 사명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재용 #박용진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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