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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이 쉽게 나올 수 없는 이유, 이거였군

[서평] 인류가 경험한 바이러스의 모든 것, '바이러스 쇼크'

등록 2020.06.11 17:19수정 2020.06.1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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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확산이 주춤한가 싶더니 여전히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방역으로 전환하자마자 다시 확진이 이어지고 있다. 백신 개발은 요원한데, 염천의 시절이 도래한 만큼 실내에서 생활할 일이 많아졌다. 서로에게 일정한 간격의 거리가 더 필요한 때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코로나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이자 동물전염병 국제전문가이기도 한 최강석 교수가 지난 3월에 출간한 <바이러스 쇼크>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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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바이러스 쇼크> ⓒ 매일경제신문사


바이러스는 무엇인가?


바이러스(virus)는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생명체라고 한다. 세균(bacterium)은 독립적으로 존재가 가능하다고 하니, 이 둘은 크기와 생존 방식에서 차이가 있는 생명체들이다. 평균 직경이 100nm(나노미터), 즉 10억 분의 1미터다. 가장 큰 크기의 바이러스는 이름이 '판도라 바이러스'라고 하는데, 아메바에 서식한다고 한다.
 
"실제 지구상에 존재하는 바이러스의 99.9% 이상은 우리 인간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서식한다." - 93p

바이러스 중에는 우리 몸에 항체 같은 면역물질을 만들어내는 착한 바이러스도 많다고 한다. 이를테면 백신으로 사용하는 바이러스들이다. 이러한 백신은 치명적인 전염병으로부터 인간이나 반려동물들을 지켜준다.
 
"단 하루, 바이러스가 한 세대를 거치는 데 필요한 기간이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세포에 감염되고 세포 속에서 후손 바이러스를 만들어내는 데 하루면 충분하다. 한 세대를 거치는 데 평균적으로 30년 걸리는 인간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 97p

바이러스가 다른 생명체에 기생하면서 다음 세대를 길러내는 데 드는 시간이 평균적으로 하루라는 말이 의미하는 건 뭘까. 바이러스 변종이 탄생하거나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소리다. 결국, 하나의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 백신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전염병의 역사

기원후 6세기경 마한시대, 한반도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천연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전염병으로 기록되고 있다. '마마'라고도 불렸던 천연두의 치사율이 30%였으니까 '호랑이보다도 무서웠다'는 말은 맞는 얘기다.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에, 그리고 전 세계적(WHO의 공식발표)으로는 1980년 5월 8일에 천연두가 완전히 퇴치되었다고 한다. 무려 150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인간을 공포에 떨게 했던 것이다. 또한 16세기, 아메리카 대륙의 아즈텍 문명과 마야 문명이 몰락하고 1억여 명으로 추산되던 아메리카 원주민 90%가 사망했던 대재앙의 원인도 스페인 군대가 달고 온 천연두 바이러스였다.

'우역'이라는 소의 전염병은 20세기 중반까지 아프리카에서만 수천만 마리의 소가 떼죽음을 당할 정도로 심각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1924년 WHO가 프랑스 파리에서 창설한 조직이 세계동물보건기구였다고 하니 그 심각성이 어땠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에게 작은 마마라고 불렸던 '홍역'과 양계장에서 공포의 대상이었던 '뉴캐슬병'은 정부가 지원한 백신 덕분에 각각 2006년과 2011년에 퇴치되었다고 한다. 또 1987년 미국질병본부센터가 '에이즈'라고 명명한 후천성 면역 결핍증(HIV)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면역세포인 T세포를 심하게 파괴시켜 당시에는 새로운 괴질로 인식했다고 한다.

이렇게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이 인간에게 치명적 타격을 주게 된 계기는 역시 무지막지한 개척과 개발이다. 19세기 말 유럽의 식민지 개척은 중앙아프리카의 열대우림을 밀어내고 철도와 도로를 건설했다. 이 과정에서 인부들이 대거 동원되고, 이들의 고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야생동물을 사냥해서 파는 이른바 '부시미트(bush meat)'가 유행했다고 한다. 학자들은 HIV나 에볼라 바이러스가 이같은 야생동물의 사냥과 도축 과정에서 인간에게 전파됐다고 본다.

스페인독감, 홍콩독감, 신종플루 등은 모두 박쥐나 설치류에서 유래한 바이러스에 인간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밀림이나 열대지방을 개척하고 야생동물을 사냥, 도축해서 섭취하거나 가축화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바이러스 침투 경로
 
"2005년부터 세계보건기구는 동물 유래 인플루엔자가 펜데믹으로 발전하는 전염병 경보단계를 6단계로 규정하고 있다. 1단계, 동물에게만 바이러스가 전염된다. 2단계, 에피데믹이라고 불리는데 야생 또는 가축에게 바이러스가 유행한다. 3단계, 사람들 사이에서도 간헐적으로 감염이 있는 단계다. 4단계는 사람 간 전염이 이루어져 지역적으로 유행하는 단계. 5단계는 전염이 퍼져서 최소 2개국에서 병이 유행한다. 6단계는 판데믹이라 부르며 대륙으로 전파된 상황을 의미한다." - 163p

바이러스가 몸속으로 침투하는 과정은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째, 피부를 뚫고 침투하는 것이다. 모기와 같은 곤충의 흡혈 과정에서 발생한다. 일본 뇌염, 뎅기열, 웨스트나일 뇌염과 같은 전염병이 이런 방법으로 발병한다.

둘째, 주사기의 재사용을 통해서다. 서울서 C형간염환자가 다수 발생했던 사건이나 마약 중독자들이 같은 주사기를 사용하다가 HIV에 걸리는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셋째는 외부환경과 연결된 개구부위를 통해서다. 눈, 코, 입을 통해 기관지나 식도를 통과하여 몸속으로 무혈입성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개구부위에는 리소자임(lysozyme)이라고 하는 강력한 살균성분이 들어 있어서 바이러스가 그렇게 쉽게 침투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한 번에 잔뜩 몰려들 때는 속수무책일 수 있다고 한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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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서울치과의사회 주최로 서울국제치과기자재전시회(sidex 2020) 열리고 있다. 입장 전 소독을 받는 모습. ⓒ 이희훈


1960년대 선구적 생태주의 운동구호가 생각났다.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방식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첫째,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개인위생 철저를 꼽고 있다.

우리는 승강기 버튼, 버스나 지하철 손잡이나 기둥, 식당의 문, 테이블 호출 버튼, 변기 버튼, 세면대 손잡이를 손으로 만진다. 그리고 그 손을 이용해 무의식적으로 얼굴과 입, 코, 머리카락, 목, 눈을 만진다. 그러니 수시로 비누를 사용해 손을 씻어야 한다. 손씻기만 잘해도 병원균의 80%를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포유류 중 가장 종류가 많은 것은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설치류와 전체 4분의 1인 박쥐류라고 한다. 최소 68개 설치류 바이러스와 최소 61개 박쥐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돼 치명적인 위험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309p

이러한 설치류와 박쥐에 서식하는 바이러스들이 철새나 돼지 등 야생이나 가축동물들을 매개로 하여 인간에게까지 전파될 수 있는 것이다. HIV, 니파 바이러스, 헨드라 바이러스,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와 같은 바이러스들이 바로 그것들이다.

바이러스가 새로운 감염병을 일으키지 못하게 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인류가 자연 세계를 더이상 침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전지구적인 합의가 요구되는 쉽지 않은 방법이다. 그래서 세계 보건기구를 중심으로 하나의 보건체계(one health)로 통합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한다.

생태계(환경)보건, 동물(가축)보건, 공중보건 분야를 통합해 지구촌 자연 생태계와 야생동물종의 생태환경 변화, 이동반경이나 먹이활동과 같은 행동 특성과 개체 밀도 변화를 조사하여 신종바이러스의 출현을 최대한 예방하자는 것이다. 2003년 사스바이러스 출현 이후 구체화 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독자들이 해외여행을 굳이 해야 하는 경우, 각 나라나 대륙별 전염병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참고할 만한 웹사이트도 추천하고 있다. 2006년 어린이 병원에서 구축한 실시간 세계 보건 지도 '헬스맵(healthmap, httpa://www.healthmap.org)'이다. 2006년 미국 보스톤 어린이 병원에서 구축한 인터넷 사이트라고 한다. 접속하면 과거는 물론 최근 전염병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바이러스의 역사는 곧 백신의 역사이기도 하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현재 팬데믹으로 발전한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에볼라나 메르스와 같은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걱정이 깊은 것은 백신이 없기 때문이다. 서두에도 밝혔듯이, 하루만에 변종과 돌연변이를 생산해 내는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신속히 개발하는 일은 물리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또 저자의 설명에서 이것이 경제적으로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설령 예방효과가 있는 백신 신약을 서둘러 개발하더라도 2003년 사스처럼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다가 모두가 바라는 대로 몇 달 만에 홀연히 사라져 버릴 수 있다. 그러면 엄청난 개발비용을 투자한 제약회사는 무용지물이 된 백신을 두고 난감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하더라도 제약회사들이 백신 개발에 주저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진다." - 345p

8일 기준,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는 700만 명을 넘어섰다. 인류는 전에 없던 이 새로운 전염병을 극복해낼 수 있을까? 백신 개발의 딜레마를 넘어서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환경파괴를 촉발하는 개발 중심주의의 '너머'를 고민하며 변화해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개인 블로그에도 중복게재(https://blog.naver.com/chakan40) 됩니다.

바이러스 쇼크 - 인류 재앙의 실체, 알아야 살아남는다

최강석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2016


#바이러스 #코로나19 #박쥐 #세균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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