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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실명제 필요" vs. "절대 안 돼" 뜨거운 학생 토론

[현장] 미디어경청 주최 온라인 토론회 '좋은 미디어 만들기'

등록 2020.06.12 10:07수정 2020.07.02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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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토론은 뜨거웠다. 반론에 재반론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이 하는 토론에서나 나올 법한, '맞아'하고 손뼉을 칠 만한 기발한 발언도 나왔다. 10대 청소년다운 참신함이 돋보이는 이야기도 흘렀다. 얼굴을 마주 하지 않고 온라인에서 하는 토론인데도 그 열기가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였다.

주말인 지난 6일 오후 1시 경기도교육청 청소년 방송국 <미디어경청>이 주최한 '좋은 미디어 만들기' 두 번째 온라인 학생 토론회가 열렸다. 첫 번째 토론회는 지난달 16일 진행됐다.

[관련 기사] "거짓 없으면서 재미있고 유익해야 좋은 미디어"

미디어경청에 따르면, 청소년이 미디어를 스스로 이해할 수 있게 하고, 건전한 청소년 미디어 문화를 정립하는 게 이 토론회 목적이다. 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청소년을 위한 미디어 실천 선언문'을 채택하고, 9월 즈음에는 '청소년미디어윤리위원회'도 결성할 계획이다.

이날 토론 주제 역시 1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저작권과 제작윤리, 미디어 수용 윤리였다. 미디어 수용윤리를 주제로 한 토론에서는 가짜뉴스와 댓글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기자는 이번에도 김아미 시청자미디어재단 정책연구팀장(미디어교육학 박사)과 함께 사회를 맡아 군포 흥진중학교에 있는 <미디어경청> '꿈꾸라 스튜디오'에서 토론을 이끌었다. 학생들은 집에서 컴퓨터나 휴대폰을 통해 토론에 참여했다.

고등학생 11명, 중학생 2명이 토론자로 나왔다. 저작권에 관한 토론에는 강은비(소하중 3), 민서진(하이텍고 1), 조중규(덕산고 1), 최수영(소명여고 1)학생이 참여했다.


미디어 수용윤리에 대해서는 김규리(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 2), 박하은(판교고 2), 이성진(안양고 3), 송지윤(운암고 3)학생이 토론을 벌였다.

황소은(저동고 2), 추크랏 폴리나(신봉고 1), 이진성(장기고 1), 김선우(부일중 3), 김지은(장안고 2) 학생은 미디어 수용윤리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댓글 옹호론에 폐지론으로 맞서, 실명제 무용론에는...
 

[미디어경청] 좋은 미디어 만들기 안건3. 미디어 수용자 (댓글포함) ⓒ 김윤상

 
댓글과 관련한 토론에서 의견이 엇갈렸고, 반론에 재반론이 이어졌다. 하지만 얼굴을 붉히거나 언성을 높이는 이는 없었다.

이진성 학생이 "댓글로 상처를 받는 이도 있지만, 많은 사람이 소통하면서 생산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며 댓글 옹호론을 펴자, 추크랏 폴리나 학생이 이를 "연예인 등이 악성댓글로 너무 많은 피해를 본다"며 "실명제를 하거나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맞받았다.

그러나 이진성 학생은 "악성댓글로 인한 피해는 사이버수사대에서 엄격하게 수사·처벌하면 막을 수 있다"라며 댓글 옹호론을 굽히지 않았다. 이어 "실명이 밝혀지면 정치적인 견해 등을 소신껏 밝히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실명제 도입도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김선우 학생은 "실명으로 하면 제대로 (솔직한) 댓글을 달지 못하게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실명제를 도입하느니 차라리 댓글을 없애는 게 낫다"는 강경한 견해를 밝혔다.

또 황소은 학생은 "동명이인이 많아서 실제 누구인지 구별을 못할 수도 있고, 실명으로 악성댓글을 다는 사람도 있다"라고 지적하며 실명제가 악성댓글을 방지하는 데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실명제 무용론'을 폈다.

이에 추크랏 폴리나 학생은 "실명을 인증하려면 상세한 개인 정보를 넣어야 하기에, 함부로 악성댓글을 달 수 없을 것"이라며 '실명제 무용론'을 반박했다.

김지은 학생은 "정치와 관련한 댓글은 실명제를 사용하지 않는 게 바람하지만, 악성댓글로 피해가 많은 연예인과 관련한 댓글은 실명을 밝히고 당당하게 하는 게 좋다"라고 주장했다.

"생각, 판단을 부담스러워 할 수도?" 묻자 학생들
  

[미디어경청] 좋은 미디어 만들기 안건2. 미디어 제작 윤리 ⓒ 김윤상

 
토론 주제와 가장 밀접한 '좋은 미디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박하은 학생은 "미디어 생산자의 의견과 가치를 강제로 주입하는 게 아닌 미디어 소비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게 좋은 미디어"라고 답했다.

송지윤 학생도 "관심가질 만한 안건을 던져서 소비자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게 좋은 미디어"라고 말했다.

김규리 학생은 "창작자 의도가 잘 드러나고 소비자가 잘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게 좋은 미디어"라고, 이성진 학생은 "좋은 가치관과 건강한 문화를 만들게 하는 게 좋은 미디어"라고 대답했다. 

"생각하기, 판단하기를 미디어 소비자가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는데요?"

김아미 박사 질문이다.

이에 김규리 학생은 "잘못된 정보가 있을 수도 있기에 주입하는 듯한 단순한 정보 전달보다는 사고력을 요하는 정보를 주는 게 좋은 미디어"라고 답했다. 송지윤 학생도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고 보지만, 생각할 길을 열어 주는 게 언론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하은 학생은 "무조건 받아들이는 소비자 태도는 잘못"이라고 지적하며 "창작자가 이 글(또는 영상)은 어떤 태도로 받아 들여야 하는지를 미리 알려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규리 학생이 "그러면 객관적인 정보가 아닌 창작자의 주관적인 정보가 전달 될 수 있다"고 지적하자, 박하은 학생은 "내 글(영상)에 대해 난 이렇게 생각하지만 달리 생각할 수도 있다는, 소비자가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는 내용을 넣는 게 좋다는 것"이라고 추가 설명했다.

"여러 정보를 종합해 내 것을 만든 다음 활용해야"
 

[미디어경청] 좋은 미디어 만들기 안건1. 저작권, 표절에 관한 문제 ⓒ 김윤상

 
저작권법에 관한 토론에서 조중규 학생은 "표절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정보가 필요하면 책, 인터넷 등 여러 정보를 종합해 내 것을 만든 다음에 활용한다"라고 소개했다.

또 최수현 학생은 "출처를 꼭 밝힌다"라고, 민서진 학생은 "출처를 꼭 밝히고, 작가한테 직접 전화해서 허락을 얻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강은비 학생은 "가능하면 남의 글(음악 등)을 인용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아미 박사는 "다른 사람 창작물을 존중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게 인상적"이라고 학생들 등을 토닥이는 듯한 소감을 전했다.

이날 토론자는 대부분 <미디어경청>에서 기자 등으로 활동하는 학생이다. 그저 토론이 좋아서 참여한 학생도 있고, 꿈이 언론이라,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할 것 같아서 참여한 학생도 있다. 비슷한 관심을 가진 이들과 대화를 하고 싶어 참여한 학생도 있다.

토론을 주최한 <미디어경청>에 따르면, 청소년이 미디어를 스스로 이해할 수 있게 하고, 건전한 청소년 미디어 문화를 정립 하는 게 이 토론회 목적이다. 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청소년을 위한 미디어 실천 선언문'을 채택하고, 9월 즈음에는 '청소년미디어윤리위원회'도 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미디어경청 #학생 토론회 #좋은 미디어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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