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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용병에 미래 맡길 건가?" 반 김종인 모였다

장제원 주최 강연에서 '5대0 히딩크' 비유... 김종인 "신경쓸 것 없다"

등록 2020.06.09 17:02수정 2020.06.0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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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홍준표(왼쪽부터), 권성동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 미래통합당 장제원 의원 등이 9일 오전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21대 국회 개원 기념 특별강연에 참석, 나란히 앉아 있다. ⓒ 남소연


"진보의 아류가 되어서는 영원히 2등이고, 영원히 집권할 수 없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
"대통령 후보는 당 권력자의 눈에 들어서 배출되는 것이 아니다." - 장제원 미래통합당 의원

가히 '반(反)김종인 연대'라고 할 만한 자리였다.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이 21대 국회 개원 기념으로 9일 특별강연을 주최했다. 해당 포럼의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노선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있는 장제원 의원이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처럼 김종인 위원장에 비판적인 당외 인사들도 눈에 띄었다.

실제로 이날 쏟아진 말들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조준해 쏘아댄 문장이 대부분이었다. 인사말에 나선 장제원 의원은 "오늘의 주인공은 기본소득이 아니라 누가 뭐래도 원희룡"이라고 이야기했다. 김종인 위원장을 중심으로 '기본소득'이 당내 주요 의제로 떠오른 데 대해 우회적으로 꼬집은 것.

장 의원은 "대통령 후보는 당 권력자 눈에 들어서 배출되는 것이 아니다, 누가 점지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본인의 피와 땀과 눈물의 노력과 권력 의지 그리고 국민의 검증에 의해서 탄생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역시 차기 대선 주자 발굴을 목표로 삼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겨냥한 셈.

원희룡 "보수의 이름, 포기할 수 없어... 히딩크처럼 5-0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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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지사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21대 국회 개원 기념 특별강연에서 강연하고 있다. ⓒ 남소연

 
연사로 나선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발언 수위는 더 높았다. 이날 강연 주제는 '대한민국 정치혁신, 21대 국회에 바란다'였지만, 연사로 나선 그는 보수 야당의 혁신 방향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대한민국 보수의 이름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유전자이다"라며 "용병에 의한 승리가 아니라 바로 우리에 의한 승리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하는 김종인 위원장을 '용병'에 비유하며 비난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장제원 의원을 향해 "요즘 그 포효의 목소리, 그 심정 너무나 절절히 잘 느끼고 있다"라며 장 의원의 김 위원장 비판에 동조했다. 그는 "자다가 선잠이 깨면 내가 어떤 초현실 영화의 한 장면에 강제로 끌려와 있는 느낌"이라며 "실력을 인정할 수 없는 상대방에게 4연속 참패를 당하고, 변화를 주도했던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잃어버리고, 외부의 히딩크 감독에 의해 변화를 강요받아야 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을 히딩크 감독에 비유한 그는 "만약에 우리가 2년 뒤 (대선에서) 또 지면, 히딩크팀처럼 5 : 0(오대영)이 되는 건 둘째 치고, 정말 대한민국과 우리 자녀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상상하기도 싫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대영'은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을 1년여 앞두고 이어진 친선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이 체코와 프랑스에 5 : 0으로 패배하는 등 좋은 결과를 보이지 못하자 히딩크 감독을 비꼬는 말로 쓰였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승리가 우리의 승리여야 한다"라며 "용병에 의한 승리가 아니라 바로 우리에 의한 승리여야 한다, 대한민국의 역사적인 담대한 변화를 주도해왔던 바로 그 보수의 유니폼을 입고 승리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원 지사는 "아류 진보의 이름이 아니라, 위기를 정면돌파하는 저력을 보였던 보수의 유전자를 회복해서 그 이름으로 이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누구와 함께? 용병과 외국감독에 의해서? 아니다"라며 "우리 동지들의 엔트리를 가지고 이겨야 한다"라고 자문자답했다. 김종인 위원장을 위시한 외부 영입 인사를 비판하며 보수 정당의 정체성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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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홍준표, 권성동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가 9일 오전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21대 국회 개원 기념 특별강연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그는 "우리가 준비가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미래세대 자산을 훔쳐다가, 빼앗아서 지금 나눠주는 포퓰리즘 선동에 국민 귀가 솔깃해 있다"라며 "우리가 바로 잡아야 한다"라고 외쳤다. 코로나19 정국에서 여야 핵심 의제로 떠오른 기본소득 논의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 지사는 "인공지능 종말론을 펴면서 일하지 말고 다 나눠주자? 코로나 때문에 다 나눠주고 그 다음은 모르겠다?"라는 말로 현재의 기본소득 논의를 무책임하다고 비판하면서 "우리는 정말 책임있는 생존 방법을 제시하면서 혐오감을 벗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원래부터 우리는 괴물이었다' '나가 죽어라'라고 하는 건 남 이야기다"라며 "우리는 남의 집에 잠깐 들어왔다 호적 파고 나가는 사람이 아니지 않나"라고도 언성을 높였다. "똑같은 변화도 애착과 애정 위에서 갈 때 진정으로 우리가 변할 수 있다"라며 "관중이 변하고 감독 변하는 게 아니라 선수들이 변해야 한다"라고도 이야기했다. 보수 정당의 정체성을 부정하지 말고 내부 동력을 활용한 혁신을 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김종인 "내가 굳이 신경쓸 것 없다"라며 당원들에게 지지 호소

원희룡 지사는 다만, 강연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다소 수위를 조절했다. 그는 이날 발언이 김종인 위원장을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건 아니다"라고 거리를 뒀다. "어차피 지체된 개혁이기 때문에, 모든 우리의 인력, 경험, 지도자를 다 동원해야 한다"라며 "갈라서 보는 것보다 전체적인 것을 보는데, 우리 의원들, 결국은 선수들이 뛰어야 한다는 걸 강조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같이 가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라고도 부연했다.

또한 기본소득 논의를 비판한 데 대한 질문에는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지난해부터 사회안전망 포럼이란 걸 만들어서 본격적인 연구를 1년 가까이 해오고 있다"라며 "워낙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심도 있게 연구하고 있고, 그 결과를 갖고 책임 있게 말씀드릴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추가 질문이 이어졌으나 "메시지 분산을 막는 차원에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말씀드리겠다"라며 "말을 아끼겠다, (기자들이) 다 기본소득만 쓸 거 잖느냐"라고만 했다. 

한편, 김종인 위원장은 원 지사의 비판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들의 물음에 "그 사람이 이야기한 것에 대해서 내가 굳이 신경쓸 게 뭐가 있겠느냐"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반응했다. 그는 이날 통합당 당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당 비대위는 당원들과 함께 창조적 파괴와 과감한 혁신을 통해 우리 당을 진취적인 정당으로 만들어 미래로 나아가겠다"라며 "당이 진취적 정당으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달라"라고 당부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원희룡 지사의 메시지는 전통적 지지 세력인 '영남 보수'를 향한 것"이라며 "김종인 위원장의 '좌클릭'에 맞서 본인의 차기 대권 가도에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김종인 위원장의 개혁 노선에 반대하는 이들 사이의 '전략적 제휴'도 있을 수 있다"라며 "이러한 '반(反)김종인'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미래통합당 #장제원 #김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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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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