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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전 한열이는 병원에...에미가 이런 걸 받아도 되는 건가"

[스팟인터뷰] 6.10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모란장 받은 배은심 여사

등록 2020.06.10 19:18수정 2020.06.1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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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 받은 고(故)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여사가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시위 도중 경찰의 최루탄을 맞고 쓰러져 숨진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민주화운동에 관한 정부의 포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10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6.10민주항쟁 제33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배 여사를 비롯한 '민주주의 발전 유공자' 12명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직접 수여 했다. 수훈자 중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그는 유가협(전국민족민주 유가족협의회) 활동을 하며 이한열 열사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꾸준히 민주화운동에 헌신해왔다.

이날 '33번째 6월 10일에 보내는 편지'를 읽기 위해 기념식 연단에 선 배 여사는 "이소선 어머니, 종철이 아버지(박정기). 글쎄 나라에서 우리한테 훈장을 준다 하네요"라며 "어머니는 전태일 옆에 가 계시고 종철이 아버지도 아들과 같이 있어서 나 혼자 오늘 이렇게 훈장을 받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배 여사와 함께 유가협 활동을 했던 고 이소선, 박정기씨에게도 훈장이 수여됐고, 가족들이 대신 수상했다.

이어 그는 "농성장이니 파업현장이니 유가협 회원들이 갈 곳이 많았어요. 창신동 한울삶에서 숙식을 하며 늘 함께 싸우러 다녔지요"라며 유가협 활동에 대해 회고한뒤, "다른 (훈장) 수여자님들 모두 자신을 희생하고, 훈장을 받아 마땅하신 분들입니다. 그런 분들과 함께 내가 여기서 감히 훈장을 받아도 되는 건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는 우리 역사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삶을 희생하고 그로 인해 고통받은 가족들이 생기지 않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부끄럽지만 이 자리에 섰습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지켜봐주세요"라고 훈장 수여에 대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민주 훈장' 받은 소감 "에미가 이걸 받아도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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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학교 한열 동산에서 열린 고(故) 이한열 열사 33주기 추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배은심 여사는 6.10 민주항쟁 제33주년 기념식에 다녀온 직후 <오마이뉴스>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지만 그는 "할 이야기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훈장을 받은 사실에 대해 "좀 그렇다. 말도 안 된다. 에미가 이런 걸 받아서 되는 건가... 아무 것도 없는데"라며 "기자들이 더러 전화를 하셔도 할 말이 없다고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훈장을 수여한 문 대통령과도 간단한 인사만 나눴다고 전했다.


함께 유가협에서 활동하던 이소선, 박정기씨가 수상한 것을 언급하자 "세 사람 중에 나만 (살아 있어서)... 이것도 곤혹이다"라고 말했다. 

훈장을 받았지만 그는 여전히 87년 그날을 살고 있다고 했다.  

"87년 오늘, 한열이는 지금 병원에 있었고 나는 아무것도 안 보였다. 지금이나 그때나 똑같다."

지난 9일 이한열 열사 33주기 추모식에서도 배씨는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이날 민갑룡 경찰청장이 추모식에 방문해 "참회합니다"라고 사과한 것에 대해서 "현장에 왔으니 감사하다. 하지만 33년이 지났어도 나는 87년 그날을 살고 있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30년이 넘게 이야기를 되풀이하고 있어서 할 말이 없다"며 "좋은 소리를 못해서 미안하다"고 밝혔다.
#배은심 #6.10항쟁 #이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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