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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장관님, 정말 이 사건 항소하실 겁니까?

[주장] 난민심사 접수 거부에 4개월째 공항에 갇혀... '심사 기회 보장' 법원 판결났지만

등록 2020.06.12 10:27수정 2020.06.1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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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있는 난민 ⓒ 공익법센터 어필


법무부 장관님, 저는 난민들을 다양한 곳에서 오랫동안 변호해온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입니다. 올해 초 정치적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온 난민이 공항에 도착해 난민신청을 하였는데 법무부 소속 일선 출입국·외국인청에서 정말 뜬금없는 이유로 아예 심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거부하였습니다. '입국심사를 받으러 온 사람이 아니라 환승객으로서 온 사람'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난민심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처음 이 사실을 들었을 때 귀를 의심했습니다. 왜냐하면 강제송환금지의무를 부담하여야 할 영토에 '공항의 환승구역'이 당연히 포함된다는 국제협약들의 해석이 확립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또, 국내의 난민법에서 공항난민제도를 만든 취지 역시 그 전까지 공항에 도착한 난민들에게 난민심사 의무가 없다며 자의적으로 거부하여 송환시켜왔던 것을 반성하기 위한 것이었고, 실제로 2013년 7월 제도 시행 이래 '환승목적 난민신청 외국인'들이 난민신청을 하여 한국에서 심사기회를 얻었습니다. 제가 직접 돕거나 알았던 수많은 분들도 심사해보니 보호가 필요한 난민들이어서 정착하여 한국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난민은 원래 국경에 도착하면 난민심사를 받을 수 있고, 난민신청에는 '자격'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비자를 받을 수 없어 가장 취약한 난민들, 지중해를 건너 배를 타고 들어오는 난민들에게 그 누구도 '난민심사를 요청할 자격'을 묻지 않습니다. 국제법으로도, 국내법의 입법취지로도, 해석으로도, 행정관행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 또다시 일어난 것입니다.

그 결과는요? 당해 난민분은 난민신청서 서식을 받기는커녕, 4개월째 공항 환승구역에서 말 그대로 굶고, 잘 씻지도, 건강을 지키지도 못하고 기약 없이 인간의 존엄을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그냥 행정청이 문을 걸어 잠갔으니 아무책임 없다고 할 수 없는, 한국 정부가 환승구역에 사람을 불법구금한 것입니다. 난민을 환승구역에 대기케 한 것이 정부가 책임져야 할 구금이란 해석 역시 다양한 국제기관에 확립되어 있습니다. 

실체적으로 정당하냐의 내용들을 다투는 게 아니라, 신청을 접수거부하는 것 자체에 대해 이렇게 개인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며 소송까지 해야할 일이 전혀 아니었는데, 행정청에서 끝까지 같은 태도를 고수하는 바람에 결국 재판으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환승객 여부와 무관하게 난민심사 기회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판결이 인천지방법원에서 선고되었습니다. 이제야 심사기회를 받게 된 난민분이 매일 같이 후속조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난민지위를 받은 것도 아니고, 정식 난민심사도 아니고, 이제야 공항에 있는 사전난민심사라도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어제 법무부 관계자의 멘트를 인용하며 이 분에 대해서 '항소는 불가피하다'라고 법무부가 판단하고 있는 것처럼 언급한 한 언론사의 기사에 저는 또다시 충격을 받았습니다. 항소라구요? 항소의 의미가 과연 어떤 의미인지 알고, 진지하게 고려하는 것입니까? 장관님 사실이 아니죠? 잘못 보도된 것이죠?  

'항소가 불가피하다'는 법무부 관계자의 발언은 비판이 불가피합니다
 

난민이 4개월째 기거하고 있는 인천공항 내 구역 ⓒ 공익법센터 어필


기사에 언급된 법무부 관계자님의 발언에 또다시 충격을 받습니다. 원래 입법자가 환승객이든 아니든 자격을 묻지 않고 허용하게 만든 공항난민신청 제도를, 실제로도 입법취지에 맞게 허용해왔던 것을 알지 않습니까. 그런데, 갑자기 여태까지 안 그랬던 것처럼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시는 거죠. 여태까지 같은 사안에 대해 난민심사 다 해왔다가 얼마 전부터 슬쩍 바꾸신 겁니다. 이렇게 행정청이 자의적으로 난민심사 거부하지 말라고 난민법 제6조 만든 건데, 법무부는 이제 법 위에 있습니까?

그리고 1년에 250만 명이나 되는 환승객이 너무 많아서 난민심사에 부담이 된다니요. 어떻게 통계도 왜곡합니까. 1년에 약 700만 명이 공항으로 입국하는 인천공항에서, 2019년에 출입국항 난민신청 숫자 자체가 1년 동안 188명밖에 안 됩니다. 0.0027%입니다. 그런데, 정확한 통계도 안 밝히고 무슨 연 250만 명 환승객이 마치 몰려와 전부 난민신청할 것처럼 언급하신 건 난민혐오를 조장하는 거 아닙니까. 법무부가 지금 차별금지법 앞장서서 만들어야 할 판에 혹시 정부부처에서 난민혐오에 앞장서신 겁니까?

그리고 법이 정하고 있는데 무슨 행정청이 임의로 받아줄까 말까 고민이라고 하시다니요. 심사공무원 1명밖에 없어서 힘들다구요? 난민은 법을 위반하는 행정청 때문에 공항에 구금돼서 지금 4개월째 굶고 있는데, 인력이 부족해서 힘들다는 건 도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항소해서 혹시라도 이기면 '국제법이든, 국내법이든, 관행이든 앞으로 난민심사 부담을 조금 덜 수 있고, 항소해서 져도 별 손해가 없으니 항소해볼까?'라고 만지작 거리는 카드에, 난민분은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공항에서 최소한 4개월 이상 더 굶고 아프고 구금되어야 합니다. 그거 불법구금인데, 국가배상 청구해도 나중에 고의 과실 없다고, 책임없다고 주장할 것이잖아요. 그 고통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도 안 지실 거잖아요.

난민법 제정 자랑했던 한국 정부가 어떻게
 

난민 상담시 변호사가 만날 수 있는 곳 46번 게이트 ⓒ 공익법센터 어필


존경하는 법무부 장관님. 과거 의정활동 마무리 하시면서 '인권과 정의, 소수자와 약자를 위해 꿋꿋하게 걸어온 24년'이라고 페이스북에 쓰셨던 것 기억하고, 너무 감사했습니다. 최근 신속히 시민단체들과 간담회를 추진하여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근절 관련 대책을 전격적으로 추진 개시 하신 것도 참 힘이 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말씀 진심이라고 믿습니다. 

이 항소는 신기한 일 정도가 아니라 난민보호와 강제송환금지에 관한 확립된 인권규범과 난민법이 시행되어 형성된 체제를, 행정청이 임의로 그냥 반대하는, 레드라인을 넘는 매우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이를 장관님도 용인하시는지 묻고 싶습니다. 

사실 이 사안은 부끄럽습니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하며 그 성과로 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자랑해왔던 한국 정부가 이렇게 국경에서 난민심사를 거부했다라는 것을 다른 나라 활동가들에게 알릴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심지어 당연한 법원 판결이 났는데 공항에 더 가두며 항소라니요? 결국 난민분이 이기면, 또 공항심사 겨우 개시하고, 그때 거부되면 또 소송하도록 해서 1년, 2년, 공항에 가둘 것입니까?

법무부 장관님, 그동안 법무부의 난민정책은 난민보호가 아니라 난민거부에 초점이 맞춰져 왔습니다. 해외에서의 난민유입을 아예 차단하려는 수많은 출입국관리 정책이 작동됩니다. 국내에서 난민들을 가급적 나가게 하는 정책도 진행되어 왔습니다. 물론 부족한 인프라 속에 난민 관련 공무원들이 어렵고, 고생하시는 부분도 있습니다. 장관님께서 신경써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법무부의 난민정책은 현재까지 '한국에 난민은 거의 존재하지 않고', '한국정부의 역할은 난민의 유입을 가급적 차단하는 것이며', '이미 들어온 난민들은 대부분 난민이 아니기 때문에 신속한 추방을 시도해야 한다'라는 형태의 관점이 작동하고, 결국 결론적으로 '부당한 난민심사', '그 과정에서의 부당한 체류관리', '그리고 처우 및 통합'에 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국제사회에 적절한 메시지만 실무적으로 관리하는 정책이 이뤄져왔습니다. 포괄적으로는 '무정책'이었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출입국관리 관점이 압도되어 가히 난민보호정책이 아니라 '난민거부정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정책만이 작동해왔습니다. 아예 이런 기조 자체를 이번 기회에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합니다.  

제가, 외교부 2차관님이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해서 글로벌난민포럼에서 세계 각국 정부대표단에게 "대한민국 정부는 난민보호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겠다"라고 발언하신 것을 제네바의 UN 팔레 데 나시옹 회의실에서 귀로 들은 지 반년도 안 되었습니다. 올해는 난민법 시행 7주년이며, 이제 유엔이 정한 6월 20일 세계난민의 날이 일주일가량 남았습니다.

법무부는 한국의 난민보호 정책의 주무부서입니다. '정의의 파수꾼이자 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법무부에서, 난민신청서를 교부할 의무가 없다며 난민을 공항에 구금하는, "대한민국 이 정도인가?" 하는 이야기가 잇따를, 국격에 맞지 않는 부끄러운 일에 동참하며 항소할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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