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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은 사고예방이 목적입니다

[주장] 어린이를 위한 법이 논란에 놓이는 비참함을 딛고서

등록 2020.06.11 18:53수정 2020.06.1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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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어린이보호'라는 입법취지는 사라지고 '처벌'만 화두에 오르는 모양새입니다. 오마이뉴스는 고 김민식 어린이의 엄마 박초희씨의 글을 실어 무엇이 정말 중요한 문제인지 짚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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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25일, 민식이 엄마 박초희씨(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민식이 아빠 김태양씨(맨 오른쪽)가 어린이 통학안전 및 안전체계 강화를 위한 어린이 생명안전법안 통과 촉구 결의안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민식이 엄마 왼쪽이 '민식이법'을 대표발의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 남소연

 
우리는 아이를 잃었다. 지난 2019년 9월 충남 아산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차량 사고로 아홉 살 내 아들 민식이가 세상을 떠났다. 그곳에는 신호등, 과속단속카메라, 과속방지턱 등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안전시설물들이 하나도 없었다.

대한민국의 어린이보호구역 '스쿨존'은 1995년에 도입됐으나 지난 25년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전국 1만6912곳 중 신호등이나 과속단속카메라 설치율은 5%도 되지 않았다. 2016년∼2018년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 현황에 따르면, 해당 기간 동안 사망하거나 다친 어린이는 총 1489명이었다. 연도별로 보자면 2016년 480건의 사고가 발생해 8명이 숨지고 510명이 다쳤다. 2017년에는 479건의 사고로 8명이 세상을 떠났고 487명이 부상을 입었다. 2018년에는 사고 435건에 사망 3명, 부상 473명으로 집계됐다(관련 기사 : 말뿐인 스쿨존…3년간 교통사고로 어린이 1000명 넘게 사상).

민식이 사고 한 달 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쿨존 내 신호등, 과속단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사고 발생시, 3년 이상 징역형 가중처벌을 내용으로 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명수 미래통합당 의원 역시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대표발의했다.

그러나 국회의 법안 발의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는 게 없었다. 아이의 목숨에 빚진 법안은 10월 국정감사가 끝나도록 아무런 진전 없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누구나 마땅히 안전해야 할 곳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해인·하준·태호를 잃은 부모들을 만났다. 

그들과 함께 아이들 이름을 단 법안 통과를 위해 온힘을 다했다. 우리 아이들이 겪었던 사고로 다른 아이들을 더 이상 잃지 않기 위해 내디뎠던 절박하고 쓰라린 발걸음들을 많은 국민들이 함께 보듬어줬고, 그렇게 우리 아이 이름은 뒤에 법(法) 자를 달고 세상으로 나왔다.  

'민식이법'은 지난해 12월 10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 3월 25일부터 시행됐다.

사고 예방이 목적인 민식이법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으로 어린이보호구역 내 과속단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이 신호등 등을 우선 설치하도록 했다. 더불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으로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사망 사고 발생 시 3년 이상 징역을 부과하며, 상해 시에는 1년~1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다.

'민식이법'은 처벌이 아닌 사고 예방이 목적이다. 기존에도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특례법상 12대 중과실에 해당하기 때문에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분 대상이었다. 민식이법 때문에 유죄가 무죄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아니다. 단지 형량만 다소 올라갔다고 볼 수 있다. 이 법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선 우리 모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 어린이를 보호하자'는 취지가 강하다.

때문에 운전자도 보행자도 걱정 없이 다닐 수 있도록 안전한 통학로 구축이 꼭 필요하다. 정부는 2022년까지 전국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교통단속 장비 설치 완료 계획을 밝혔다. 이 법에 따라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어린이보호구역이 재정비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와 각 지자체들의 노력을 보며 어린이들의 생명을 보호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사회변화를 기대해본다.

'어린이 보호'라는 지향점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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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7일 오전 서울 성북구 정덕초등학교 앞에서 성북구청 주차단속차량이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단속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그럼에도 때때로 분노가 일기도 한다. 스쿨존을 도입했던 1995년부터 진작에 안전장치들을 순차적으로 설치해 왔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그동안 안타까운 사고로 하늘로 떠나보낸 아이들 중 단 몇 명이라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민식이도 우리 품에서 건강하게 살아 있지 않았을까. 아마도 우리가 이렇게 아파할 일도 없지 않았을까. 아이를 잃고 법안 통과를 위해 애쓰고, 어린이보호구역이 제 역할하길 바라며 지나온 지 벌써 9개월이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원망과 슬픔은 아무래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요즘 우리는 '민식이법'을 두고 일각에서 내 잘못 네 잘못 따지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어린이 생명보호'라는 법 취지가 무색하게 세상을 떠난 아이와 그 부모를 향한 모욕이 난무한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를 절대적으로 막고자 했던 이 사회의 지향점은 대체 어디로 가버린 걸까.

어린이들에게 교통법규를 숙지하도록 하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어른인 우리가 먼저 나서고 한 발 양보하면 희생을 적극적으로 막을 수 있다. 폭넓은 주의력을 가진 어른이라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만 어린이들은 어릴수록 성인에 비해 주의력과 상황 대처 능력이 미흡하다. 또한 어린이들은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며 자란다. 교통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모두 어린이 탓으로 돌리는 건 아이에게 성인의 전두엽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 어린이의 발달 특성을 이해하고 안전에 대한 감각을 습득하도록 돕고 성인이 될 때까지 보호하는 것이 이 사회가, 그 구성원인 우리가 해야 할 일 아닌가.

일부 운전자들은 모든 어린이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마치 언제라도 자신을 감옥으로 보낼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존재로 과도하게 여기는 것 같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차는 사람을 죽일 수 있지만 아이는 차를 죽이지 못한다(관련 기사 : [삶의 창] 아이는 차를 죽이지 못한다). 

어린이들에게 달리는 자동차는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무서운 흉기다. 민식이는 스쿨존 제한속도인 시속 30km 미만으로 달리는 차에 치였으나, 운전자가 아이를 치고도 바로 정지하지 않고 계속 달려 죽음에 이르게 됐다. 아무리 느린 속도라도 달리는 차량은 어린 몸에 치명적임을 운전자는 늘 기억해야 한다. 

아이들을 향해 눈높이를 낮추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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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7일 오전 서울 성북구 정덕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 차량 한 대가 주차돼 있다. ⓒ 연합뉴스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이 다치거나 그를 잃게 되면 그 누구라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 상처와 상실감을 안고 살아야 한다. 이에 대해 우리 사회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교통사고 가해자나 피해자가 됐을 때 적용되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있다. 이 법은 사회적 분쟁을 조기에 매듭짓고 의무적 보험을 통해 보상을 담보하기 위한 취지다. 이 법에서는 중상해나 교통법규 위반 외의 교통사고일 경우 보험 가입시 형사처분을 면제받도록 규정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묻게 된다. 교통사고특례법을 근거로 교통사고 가해자들에게 내려진 솜방망이 처벌이 오히려 우리 사회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흐리게 해온 게 아닐까. 우리는 보험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으레 '보험처리하면 된다'며 교통사고를 단순화하고 생명을 해하거나 잃는 것을 가볍게 여기게 된 것은 아닐까. 이런 각박함을 넘어 교통사고가 일어나는 구조적인 문제를 짚고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며 만들어진 '민식이법'을 과연 악법이고 떼법이라 말할 수 있을까.

법이 운전자에게 과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도 어린이보호구역은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 과속 적발 건수가 8700건이라는 통계도 나왔다. 지난 5월 전주에서는 어린이보호구역 사고로 또 한 아이를 잃기도 했다. 과연 일부 운전자들이 과잉처벌을 우려하는 것만큼 '민식이법'을 의식하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교통사고로 잃은 소중한 사람이 살아 돌아오지 않는 이상 세상 그 어떠한 법에도 피해자들은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아이의 이름을 빌린 법이 온전한 것이고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이제 갓 뿌리내린 나무가 비바람을 이겨내 가지를 뻗고 잎이 풍성해지며 열매를 맺듯 바라볼 수는 없을까. 지금 당장 우리가 느끼는 불편함이 가져올 5년 뒤, 10년 뒤를 상상해볼 수는 없는 걸까.

남은 숙제

우리에게 남은 숙제는 시설 개선, 인식 개선 그리고 통학로의 유해요소 제거가 남아있다. 사실 운전자가 경각심을 갖고 보행자를 우선하는 등 우리 사회의 운전 문화가 바뀐다면 안전시설물 의무화도, 가중처벌도 필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다. 어린이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하자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당국의 행정 조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개개인의 인식 개선 노력이 우선이다.

어른들이 눈높이를 조금만 아이들을 향해 낮추는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어린이생명안전법을 위해 뛰어다니며 우리 부모들은 이 사회의 최약자층이 어린이였다는 것을 가슴 아프게 깨달았다.

지금까지 국회는 '어린이 보호가 당연하다'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지 않았다. 아동인권을 쟁점으로 여기지 않았지만 그 누구도 어린이들을 위해 앞장서 법을 만들지 않았다. 어린이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에 아동인권은 전적으로 어른들에게 기댈 수밖에 없다는 걸 우리는 잘 알지 않는가.

부디 25년 역사의 스쿨존이 명실 상부한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길 바란다. 그 누구도 안전 문제로 아픔을 겪지 않기를,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안전할 수 있기를, 아이들의 마음껏 행복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엄마 아빠가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했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엄마 아빠들이 뛰었어."

먼 훗날 다시 만날 아이들에게 이 한마디를 하기 위해 우리와 함께하는 사람들은 애쓰고 있다. 더 이상 어른들의 부주의로 희생되는 아이가 없길,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져버리는 아이들이 더 이상 없길 바랄 뿐이다.  

피해자를 위한 법은 모두 유가족들이 눈물로 만든 법이다. 어린이를 위한 법이 논란에 놓이는 비참함 속에서도, 우리 처한 현실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결국 이름만 남고 담아내려 애쓴 뜻은 사라질 것 같아 오늘도 아이 이름을 가만히 불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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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1일, 하준·태호·유찬·민식이 엄마아빠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어린이생명안전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국회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 ⓒ 김시연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생명안전 시민넷 '안전소식'>(https://weeklysafety.blogspot.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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