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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2학년이 지나면 막둥이는 어디로 보내야 할까요?

[릴레이기고: 코로나 시대, 교육을 말하다] 18년 육아경력 교사도 두려운 돌봄 공백

등록 2020.06.15 09:52수정 2020.06.2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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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이 변하고 있습니다.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부분에서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도 변해야 합니다.  이에 현장 교사들이 진단하는 학교 교육의 문제점과 나아갈 바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실천교육교사모임 소속 교사들의 제안을 담은 현장 이야기를 싣습니다. [편집자말]
인생에 뭐 하나 남긴 것도 없고 허망하다 싶은 갱년기 초입에 들어서고 있는 중년의 교사입니다. 

자기소개에도 있지만 유일한 자랑이자 벼슬인 육아경력 18년! 무려 40살에 낳은 막둥이 덕에 날로 젊어지려는 욕망과 한껏 늘어지고 싶은 중년의 욕망 사이에서 갈등 중인 사람입니다. 이 막내가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늦둥이 안 가져보신 분은 이해 못 할 기쁨이라고 감히 자랑해봅니다. 

코로나 시대라고까지 할 것도 없이 교직경력 내내 아픈 손가락이며, 목에 걸린 가시처럼 늘 아픈 것은 자녀들의 방치보다도, 가난하고 힘없는 동네 사는 학생들이었습니다. 이 학생들의 실상은 늘 외롭고, 그야말로 물리적으로도 늘 배고프고, 지성에 목마른 상태입니다. 신규 시기에 이 아이들과의 소통은 첫 번째는 배불리 먹이고 이야기 시작하기였습니다. 

"아니, 이 시절에 배곯는 아이들이 있어요?"라고 물으신다면... 단호하게 대답합니다. "네, 있습니다." 학창 시절부터 했던 교육이 무엇이냐는 고민에 대한 대답을 아직도 할 수가 없는 게 우리 교육이 지나치게 입시 편향적인 방향에 매몰돼 그 누구도 교육이 무엇인지를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코로나19 시대에 확인한 슬픈 뉴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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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중학교 2학년·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한 3차 등교개학일인 3일 오전 경남 김해시 삼성초등학교 입구에서 학생들이 바닥에 붙은 '간격' 표시 테이프 길을 따라 등교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사진은 관련이 없습니다.) ⓒ 연합뉴스

 
가난한 동네에는 도서관 하나 없고, 학교도 빼곡하니 드문드문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열악한 환경과 함께 치열한 맞벌이 부모님 (텔레비전에 나오는 우아한 인텔리 맞벌이가 아니시고, 몸으로 부딪치는 노동과 새벽 출근, 자정 퇴근의 연속인 맞벌이 부모님)의 현실. 그 학생들의 방과 후 현실을 상담과 가정방문으로 목도해야 했던 시절.  

매일 매일 가슴이 아프고 쓰라린 시간이었습니다. 저 또한 자녀를 낳자마자 그 좋다는 교사이면서도 똑같은 블랙홀에 빠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이제는 시기 질투의 대상으로 교사의 육아 환경을 논할 게 아니라 우리도 저 정도 최소한 보장을 해라! 퇴근 시간, 육아휴직, 자녀 돌봄 휴가 등 교사들만큼은 해 줘야 한다고 기준으로 잡는 성숙한 시민의식, 어머님들의 전략적 사고를 기대해봅니다.) 

상대적으로 좋아 보이는 육아 조건이기에 육아 고민을 이야기할라치면 '넌 교사잖아'라고 입을 틀어막아 버림에도 세 아이를 양육하면서 '아,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고 감탄할 수가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 안타깝기도 하고 교사가 아닌 직장인 여성의 육아는 몇십 배 더 고되다는 것을 늘 인식하고 있습니다. 

딱 한 번 국가의 돌봄으로 감동한 적이 있습니다. 진심의 감탄을 한 적이, 노무현 대통령 시절 유시민 복지부 장관이 재임하던 시기, 둘째를 낳고 육아휴직을 하고 모유 수유로 어려운 살림 꾸려가던 시절 모자보건을 위한 먹거리가 배달되던 전설 같은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배달된 우유와 시리얼 때문에 영양가 있는 실제적인 국가의 손길과 마주했습니다. 와, 국가가 나를 돌보는구나 감격했습니다. (정책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배우고 느낀 경험인데 이런 전설적인 복지 제도 지금도 있나요?)

최근에 읽었던 기사 중에서 가장 가슴 아프고, 피눈물이 나는 소식은 9세 아동을 온라인 수업에 출석한 것으로 체크하면서 여행 가방에 훈육이랍시고 감금시켰다가 질식사한 이야기입니다. 그것도 부모라는 이름으로 자행한 살인사건입니다. 

두 번째는 13세 아이가 졸업과 입학의 즈음 코로나 사태로 부모와 할머니에게서 방임, 방치되고 그나마 한 달에 한 번 접촉하던 돌봄 복지사 선생님도 두 달간 연락이 끊겨 혼자 배고픔과 외로움으로 스스로 연탄재를 피우고 자살을 시도한 사건입니다. 

아동 학대라는 이름으로 굳이 붙이지 않아도 아동 청소년이 돈이 있어야만 집 밖에서 쉼을 누릴 수 있는 사회의 물리적 정서적 공간만 있다는 것이 너무 잔혹하지 않습니까? 친구들과 오순도순 웃으며 이야기하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공간이 학교와 가정 이외에 공적인 공간이 하나도 없다는 그것이, 제가 세 아이 18년 양육한 기간 동안 그대로라는 게 너무 잔인한 현실 아닙니까?

반대로 초등학생이건 중학생이건 고등학생이건 공교육 12년간 방과 후에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학원가를 떠돌다 부모님과 대화의 시간은커녕 늦은 밤 귀가하는 것이 당연한 이 사회의 풍조는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어른들도 견디기 어려운 쉼이 없는 지속적 긴장과 잔소리에 시달리는 상태에서 산다는 것이 진짜 아동학대라는 생각은 안 드시나요? 

자녀들을 양육하면서 가졌던 작은 소망은 제가 직장에서 미처 퇴근하지 못했어도 아이들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찾아가서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건강한 어른의 보호 아래, 국가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조성한 쾌적한 공간에서 간식을 먹고, 저마다의 개성에 맞는 놀이와 공부와 독서와 성장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18년 전부터 곧 이뤄질 것이란 헛된 희망을 품고 살아왔는데 기껏 이 나라 교육 수뇌부가 내놓은 대책은 학교에서 24시간 돌보는 아이디어에, 공정성 강화라면서 다시 문제풀이식 공부 전환과 괴이한 시험 문제로 영혼을 지속해서 고문하는 사회로의 회귀네요. 

갈 곳도 없고, 아이들 혼자 다니다 납치, 살인, 강간을 당하다 못해 이젠 온라인 공간에서조차 어린아이를 납치, 살인, 강간(N번방 사건의 대상이 된 청소년)이 이뤄지고 있다면 이곳은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심한 지옥 같은 곳이 아닙니까? 

어둑해질 무렵 집에서 기다릴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 대다수인 이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그나마 기다리기보다는 잠시도 쉬는 자녀를 견딜 수 없어 학원으로 내모는 이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 막둥이는 어디로 가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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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 관동초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들이 마스크를 낀 채 거리를 두고 앉아 돌봄교실 수업을 듣고 있다. (기사 내용과 사진은 관련이 없습니다.) ⓒ 연합뉴스

초등학교 1학년~2학년 대상으로 한 돌봄교실이 이뤄진 게 저의 큰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던 첫해였습니다. 역사적 순간이었지요. 아이러니하게도 잘 사는 동네에 있던 초등학교에는 돌봄교실을 신청하는 아이가 전교에서 단 두 명이었고, 그 전에 서울 변두리 돌봄교실은 아이들이 너무 많아 추첨으로 선발(?)하는 지경이었습니다. 

잘 사는 집 아이들은 돌봄교실이 있으나 없으나 부모의 살뜰한 보살핌으로 잘 자라고 있을 테지만, 못 사는 집 아이들은 그 후 어떻게 됐을까. 성년이 되기까지 그 많은 방과 후 여유 시간 동안 누구와 대화하고,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먹고, 어디에서 머무르면서 성장하고 성숙했을까를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하고 아찔합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살펴보고 돌볼 여유가 없는 사회, 오로지 대학 입시에 매몰돼 그것만을 교육이라 부르며 정책 입안의 우선순위를 두는 사회에서 초등학교 1학년~2학년 동안 잠깐 학교에서 보호받으며, 머물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그 많은 아이는 도대체 어디에서 마음을 쏟고, 사랑을 받으며, 정신적 성장과 성숙을 이루고 있는 것일까요?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인 막둥이는 2년간 학교 돌봄교실 신세를 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나면 이 사랑스러운 어린이는 어디로 헤매야 하는 것일까요?  

학원으로(국영수, 수영, 태권도, 줄넘기, 축구, 악기, 미술, 바둑, 논술, 중국어 등 한 분야당 월 15만 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면서)? 팔순이 다 되어 가시는 이제는 연로하신 할머니 품으로? 월 100여만 원을 드려야 하는 도우미 여사님께로?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합니까? 여전히 아이들을 기르는 책임은 개인에게 있는 것인가요? 아니면 학교에만 있는 것입니까? 부모님은요? 가정은요? 국가는 어디에 있습니까?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면서 우리가 깨닫게 된 것은 모두가 최고의 학벌과 대학을 꿈꾸는 것은 아니고, 또 그 길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는 존재적 자각일 것입니다. 인생에서 더 소중한 것이 있으며, 입시라는 그늘 뒤에 가려진 더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살아있는 생이 존재한다는 것을 잊고 산 사회라는 것이 더 자명해지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의 교육은 무엇입니까? 그 아이들은 어느 그늘에서 혼자 생을 헤쳐가고 있습니까? 

막둥이가 2학년을 마치는 날이 서서히 다가옵니다. 각자도생의 몫으로 남겨질 몫인지 국가적 연대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할지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모쪼록, 막둥이를 비롯한 어린이, 청소년들이 학교를 비롯한 다양한 공간에서 성숙한 성인의 보호 아래, 뛰고 놀고 웃고 건강하고 튼튼한 시민으로 자라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교육은 어디쯤에서 멈추어서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교육부와 학교가 아닌 다른 분들이 하시길 바랍니다.정치에 관심을 갖고, 아동과 청소년을 돌볼 의무가 있는 당신, 우리 모두가 대답해야 합니다. 더 콕 집어서 지목하자면,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예산과 입법을 정하고 있는 국회가 답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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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경력 19년이 유일한 자랑스러움. 이것을 벼슬삼아 자부심삼아 살아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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