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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서 문재인 대통령 욕하면 1천만원 번다...? 황당한 현실

[리뷰]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극우 유튜버들의 상상초월 슈퍼챗 돈벌이' 편

20.06.12 17:24최종업데이트20.06.1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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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서 유해 콘텐츠들이 판을 치고 있다. 'N번방 성 착취 사건'의 피해자들을 공격하며 정부를 비난하는 수단으로 사용한 '이봉규TV', 스쿨존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민식 군의 부모를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왕자', 코로나 19 사태를 막말의 소재로 쓴 '윤튜브', 한일 관계와 과거사를 왜곡하는 '리섭TV',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팩맨TV' 등 극우 성향 유튜버들의 막말과 혐오 방송은 위험 수위를 이미 넘어섰다.

지난 7일 방송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극우 유튜버들의 상상초월 슈퍼챗 돈벌이' 편은 극우 유튜버들의 수익 자료와 이들이 돈을 벌기 위해 무슨 콘텐츠를 만드는지 취재했다. 그리고 플랫폼 사업자인 구글의 문제점을 따져보았다. 막말과 혐오를 입힌 동영상을 팔아 우파코인을 모으는 극우 유투버들의 신종 비즈니스 모델 '슈퍼챗'을 아십니까?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 MBC


정치적 색깔이 강한 유튜브 채널들이 큰 인기를 끄는 건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과거 팟캐스트를 주도했던 건 진보 세력이었다. 이후 중심 플랫폼이 유튜브로 넘어오자 보수가 주도권을 잡았다. 처음 유튜브 정치 채널은 유튜버로 전업한 시사평론가와 거리 시위를 이끌던 태극기 세력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엔 젊은 우파 유튜버들이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우파 유튜버들 중에서 극우 성향을 지닌 일부 유튜버들은 막말, 혐오, 가짜뉴스로 지지자들을 자극하며 고수익을 누려왔다. 이들에겐 구독자와 조회수에 따라 높은 광고 수익이 보장되었다. 그러나 유튜브가 작년부터 정치적 편향성, 욕설, 폭력, 혐오 영상에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노란딱지'를 붙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극우 유튜버들은 광고 수익이 줄어들며 타격을 입자 '슈퍼챗'으로 눈을 돌렸다.

유튜브가 2017년 도입한 슈퍼챗은 유튜버들이 라이브 방송을 할 때 실시간 채팅창을 통해 시청자로부터 직접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기능이다. 슈퍼챗을 보낼 경우 자신의 메시지가 채팅창에 머무를 수 있는 효과도 가진다. 후원금은 최소 900원에서 최대 50만 원까지 가능하며 횟수는 무제한이다. 후원금의 규모에 따라 색깔과 채팅창에 유지되는 시간은 다르다. 유튜브는 후원금 가운데 수수료 30%를 제외한 70%를 유튜버에게 입금한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 MBC


미국 유튜브 통계 사이트인 '소셜블레이드'에 따르면 100위권 내에 한국 유튜브 채널은 BTS 기획사 '빅히트 레이블(35위)', 걸그룹 '블랙핑크(39위), 콘텐츠 브랜드 '핑크퐁(47위)' 등 3개가 올랐다. 그런데 슈퍼챗 수익을 기준으로 하면 결과가 달라진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 '플레이보드'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슈퍼챗 수입 100위 안에 17개 한국 유튜브 채널이 들어갔다. 이 가운데 게임 채널 2개를 제외한 15개 모두 정치 채널이다. 진보 성향 채널이 7개(딴지방송국, 시사타파TV, [공식]새날, 최인호TV,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서울의 소리, 뉴비씨), 보수 성향 채널은 8개(GZSS TV, 가로세로연구소, 신의한수, 펜앤드마이크TV, 김상진TV, 미디어워치TV, 김용호연예부장)다. 수익을 비교하면 보수 쪽이 월등히 앞선다.

극우 유튜버들이 슈퍼챗으로 거둬들이는 수익은 상상을 초월한다. 전 세계 슈퍼챗 수입 2위를 기록한 GZSS TEAM과 3위에 오른 가로세로연구소를 살펴보자. 스스로 극우대통령이라 부르는 안정권 씨가 대표로 있는 GZSS TEAM은 올해 5월까지 슈퍼챗으로 3억 9천만 원을 벌었다. 같이 운영하는 GZSS TV의 수익까지 합하면 올해 슈퍼챗으로 6억 5천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전직 MBC 기자 김세의 씨가 대표로 있고 강용석 변호사와 김용호 기자가 활동하는 가로세로연구소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3억 7천만 원을 벌어들였다. 여기에 유튜브 광고, 유료멤버십, 개별 후원 계좌 등을 합치면 매달 억 대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튜브 광고 수익은 구독자 수와 조회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슈퍼챗은 시청자들이 돈을 보낸 만큼 그대로 벌 수 있다. 당연히 구독자 숫자보다 충성도 높은 시청자들이 중요하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 MBC


가로세로연구소는 4월 19일 방송에서 4.15 총선의 사전투표가 조작됐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구체적 물증은 없이 그저 의혹 제기로 일관했지만, 슈퍼챗은 무려 645만 원이나 터졌다. 중앙선관위 앞에서 진행한 5월 5일 방송에선 부정 선거 은폐를 위해 군포 물류창고 화재를 냈다는 황당한 음모론을 펼치며 슈퍼챗으로 845만 원을 벌었다.

GZSS TEAM의 안정권 씨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은 폭동", "위안부 피해자는 매춘부", "좌파는 5.18, 세월호, 민식이법, 노무현 대통령, 강남역 살인사건 등 시체팔이에 능하다"는 식의 혐오와 욕설, 거짓과 왜곡이 난무하는 방송으로 극렬 지지자들의 지갑을 연다.

지난 5월 16일 문재인 대통령 탄핵 집회 라이브 방송에선 현직 대통령을 향한 원색적인 욕설을 쏟아내어 슈퍼챗 1023만 원을 모았다. 5월 26일 방송에선 유흥업소 관계자들에게 들었다면서 대통령의 측근 정치인에 대한 음모론 수준의 의혹을 무차별적으로 제기해 슈퍼챗 733만 원을 기록했다.

이지선 MBC 기자는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보다 사실이 아니더라도, 증거가 없더라도 구독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더 자극적으로 전달할수록 슈퍼챗이 더 많이 터진다"고 분석한다. 혐오와 막말, 가짜뉴스와 음모론을 많이 뱉을수록 돈을 더 많이 벌어들이는 기형적인 구조다. 한 극우 유튜버는 "정직하면 돈을 벌 수 없다"고 말한다.

"대중 추수에 대한 유혹이 세요. 사람들 감성 자극하면 돈이 쏟아진다는 걸 아니까 몰이성적으로 가는 거예요. 정직하지 않고 (사실이) 아닌 걸 알면서도 사람들이 돈 주는 방향으로 말을 한다는 건 좌도 똑같아요. 좌나 우나 코인에 미친 건 마찬가지라고요."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 MBC


현재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포털 업체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에 참여해 가짜뉴스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다.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 등 개인의 피해가 우려될 경우엔 임시로 차단 조치를 내려 피해를 줄인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정명령도 즉시 따른다.

해외 기업인 유튜브는 국내 업체와 같은 처분을 받지 않는다.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로 등록되지 않아 정보 매개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는다. 유튜브는 자체 가이드라인에 따라 테러 조장, 총기 사용, 아동 성 착취물, 나치 찬양 영상은 삭제하지만, 광주 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영상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접속 차단 조치마저 무시할 정도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이승만 팀장은 유튜브가 규제 사각지대라고 지적한다.

"국내 사업자의 경우는 해당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해당 계정에 대해 이용 정지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유튜브는 해외 사업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있어 시정 요구를 해도 자기들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이 되면 시정하지 않습니다."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유튜브와 관련하여 가장 강력한 법을 시행하는 국가는 독일이다. 독일의 '네트워크시행법'은 이용자가 200만 명 이상인 소셜미디어를 대상으로 업체가 특정 대상을 혐오하는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찾아 삭제하게끔 규정하고 있다. 제때 삭제하지 않으면 최고 5000만 유로(680억 원)의 벌금을 문다.

프랑스는 지난해 12월부터 선거 후보자는 선거 직전 3개월간 SNS상 거짓 게시물의 삭제를 판사에게 요청할 수 있고 판사의 삭제 결정에 불복하는 온라인서비스사업자에게 징역 1년과 벌금 75000유로(1억 원)를 부과하는 '정보조작에 관한 투쟁법안'을 시행 중이다. 싱가포르는 정부가 허위정보 정정 및 삭제 권한을 갖는 '온라인 허위정보 및 정보 조작 방지법'을 만들었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 MBC


코인에 미쳐있는 건 단지 보수만이 아니다. 진보 성향 채널들도 욕설, 막말, 근거 없는 음모론을 앞세워 돈을 번다. <스트레이트>는 극우 성향 채널에 주목한 이유를 "약자나 피해자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거나 명백한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고 밝힌다.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 역사 왜곡, 가짜뉴스 등 극우 유튜버들이 쏟아내는 말들이 사회적 흉기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 안에서도 극우 유튜버들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는 상황이다. 김무성 전 의원은 극우 유튜버들을 향해 "조회수로 돈벌이하는 나쁜 놈들"이라 비난했다. 홍준표 의원은 극우 유튜버들의 "거짓 낚시성 기사 코인팔이가 정치 유튜브 채널 시장의 몰락을 초래할 것"이라 경고했다. 미래통합당은 부정 선거 의혹과 거리를 두고 있다.

더는 유해 콘텐츠 문제를 해외 기업의 자율에 맡겨선 곤란하다. 정부의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독일처럼 해외 인터넷 플랫폼의 유해 콘텐츠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행하지 않을 땐 높은 과태료 부과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수조 원의 수익을 챙기는 구글도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고 자정에 앞장서길 촉구한다. 혐오와 거짓이 돈이 되는 유튜브 세상을 이젠 다 같이 바꿔야 한다.
스트레이트 MBC 극우 유튜버 슈퍼챗 유해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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