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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 부모는 못 듣는 데 아이를 어떻게 키워요?"

'못' 듣는 엄마가 아닌 더 '잘' 보는 엄마로 바라보는 연습 함께 해보자

등록 2020.06.15 14:53수정 2020.06.15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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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낮잠 시간에 늘 깨어 있어야 했던 이유 아이의 낮잠 시간에 같이 자지 못했던 이유는 아이가 깼을 때 눈 맞춤을 할 수 있는 순간을 놓칠세라 싶어서 ⓒ 이샛별

   
"청각장애 부모는 못 듣는 데 아이를 어떻게 키워요?"

음성언어로 소통하는 이 사회의 다수가 '청각장애인 부모'를 생각했을 때 흔히 떠올리기 쉬운 문장이다.

필자는 선천적인 달팽이관 기형으로 태어나서부터 소리의 부재를 서서히 깨닫게 됐다. 부모의 언어는 '음성언어'이기에 나는 그 언어를 체득하기 위해 애썼던 시간이 고통스러웠고 외로웠다. 그래서인지 가정을 이루었을 때, 내 자녀에게 '언어'를 존중하는 자세로 양육하겠다는 다짐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청각장애'는 병리적인 의미가 강하여 필자는 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대신, '보는 언어'와 '보는 문화'를 내포하고 있는 '농인'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농인 남편을 만나 결혼한 지 3년이 지났을 때 아이를 낳았다. 임신을 알고 난 뒤로 주위의 시선은 대부분 '걱정'과 '우려'가 가득했다. 제목처럼 '듣지 못한다'는 이유가 있기에 아이 울음소리와 아이가 말하는 이야기를 제대로 알아차릴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았다.

'수어'를 사용하며 소통하는 청각장애인이 있다면 성장 과정에서 입술 모양을 읽는 훈련인 '독순법'과 잔존 청력이 있을 때 청각 보조기기인 '보청기'를 활용해 지속적인 청음 훈련을 받았을 때 비장애인과의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한 청각장애인도 있다.

청각장애인은 다 같은 유형이며, 같은 장애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존재하는 만큼 지금보다 더 많이 인식을 바꿔야 하는 일이 우리의 몫이 되었다. 그래서 필자는 1년간의 육아휴직을 하면서 육아를 하며 겪었던 감정을 정리하여 책으로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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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부모는 아이와의 일상 가운데 맞춰가는 연습을 하고 있다. ⓒ unsplash

 
듣지 못한다고 하여 아이의 감정과 생각을 공유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지우고 오히려 못 듣는 대신 더 잘 보는 엄마로서 최선을 다해 아이와의 첫 번째 일 년을 보냈다.
   
아이가 태어난 뒤로 집에서 같이 생활했을 때에는 신생아 시절엔 잠을 자는 주기가 짧아서 엄마의 수면 시간이 짧아 피곤했다. 평소보다 더 피곤했던 이유는 소리를 빛이나 진동으로 인지하여 알려주는 청각 보조기기에 의지하다 깊이 잠들어 버렸을 때 놓치기 쉬워 늘 얕은 잠을 잤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른과 같은 수면 시간대를 유지하고 있는 아이의 성장 속도대로 엄마가 맞춰가고 있는 만큼 청각장애인 부모는 아이와의 일상 가운데 맞춰가는 연습을 하고 있다.

듣지 못해도, 소리는 어떤 형태로도 보이기 마련이다. 우리는 늘 삶의 경계에서 어떤 순간을 맞이했을 때 느끼는 마음은 비슷비슷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너의 목소리가 보일 때까지 - 농인 엄마의 희망과 사랑

이샛별 (지은이),
생각나눔(기획실크), 2020


#농인 #수어 #소통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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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청각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다수 매체 인터뷰 등 전반적인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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