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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갈등 더 커질 것... 문재인 대통령 결단이 중요한 시간"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670] 박종철 경상대 교수

등록 2020.06.15 15:39수정 2020.06.1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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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남북공동선언이 20주년을 맞았다. 2000년 6월 13~15일 평양에서 분단 후 처음 열린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은 두 정상의 악수만으로도 한반도 주민 모두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남북관계는 녹록지 못하다. 이달 들어 북한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두 차례 담화를 통해 남한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동안 김여정 부부장은 남북관계에서 북의 메신저 역할을 담당하며 남북관계 개선에 주도적 역할을 해온 인물이라 우리에게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북한의 의도는 뭘까? 현재의 남북관계를 진단해 보고자 지난 13일 전북 전주에서 박종철 경상대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북한이 분노한 이유 살펴야 새로운 해법 나온다"
 

박종철 경상대 교수 ⓒ 박종철 제공

 
- 지난주 북한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대북 삐라를 문제 삼으며 남북 연락 사무소 폐쇄하겠다고 했고 9일 남북 간 모든 연락선을 다 끊었어요. 현재 상황 어떻게 보고 계세요?
"북측의 과격한 성명에 유감스러워요. 일부는 이해되는 부분도 있고, 남측에 어느 정도 여론 환기가 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러나 군사행동으로까지 나간다면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운신의 폭이 줄어드는 측면이 있죠. 우리는 새로운 해법과 접근법을 마련하기 위하여, 다른 하나의 시각으로 먼저 북측이 분노한 지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첫째, 전단 일부가 접경지역에 떨어졌고, 그 내용 중에는 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를 미국식 성적 음란물처럼 보이게 묘사한 것도 있어요. 전단을 습득한 주민들이 반인륜적이라고 분노를 했고, 지방에서 중앙으로 보고하는 과정에서 과잉 충성을 하며 사건이 중앙의 통제 수준을 넘어서게 되었다고 합니다. 최고 존엄을 성적 음란물의 대상으로 삼은 전단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해요.

북측 당국은 비록 남북 갈등을 조장하는 일부 탈북자들의 도발이지만, 남측 정부가 충분히 통제할 수 있고, 심지어 이명박-박근혜 정권 같은 보수 정부에서도 통제를 했는데, 남북대화를 추구하는 문재인 정부가 묵인했다는 점에서 북측 주민에 대한 설득 논리가 없었다고 합니다. 둘째, 이와 더불어 남측의 합의 미준수와 코로나19 등으로 북측 내부에서 불만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단 문제를 조용히 덮을 수 없었다고 해요.

셋째, 구조적 문제가 있어요. 4.27 판문점 합의, 9.19 평양 합의와 군사합의를 무시하는 적대적 행위였다는 점이에요. 남측이 전단에 대한 관리능력이 있는데도, 남북 갈등을 묵인하는 것은 남북대화의 의지가 없다고 본 거죠.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측 정부의 무기력한 태도에 분노했고, 로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총일전선부의 메아리 등 매체를 통해 남측 외교·안보 라인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비판했음에도, (남한은) 북측과 대화에 나설 의지가 없다고 보는 것 같아요."


- 전단은 명분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던데요.
"중앙에서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전단의 내용이 주민 사이에 퍼져있다고 들었어요. 북측 당국 입장에서 반인류적인 적대적 행위라고 주민들이 여론을 형성한 상태에서 남측에 정확하게 분노를 표현하는 것은 내부정치의 과정이기도 한 것이죠."

- 그러나 정부가 하는 건 아니잖아요.
"김여정 부부장, 장금철 통일선전부장 등의 적대적 성명 이후 우리 정부는 전단을 제한하는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죠. 다시 말하면, 4·27판문점합의와 9·19평양합의 이후 정부가 적대행위 중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죠.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법안을 수정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러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현행 법규만으로 현행범으로 체포를 하겠다고 하잖아요. 경기도의 적극 행정과 비교하면, 통일부 등 담당 부처의 실천 능력과 실천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죠."

- 문재인 정부의 합의 이행 의지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문재인 대통령 이후 남북관계는 네 단계로 구분할 수 있어요. 첫째, 2017년 북은 제6차 핵실험과 화성 25호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을 했고 남한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권교체를 했어요. 연말 미측은 북에 대한 보복으로 단독 개전권을 주장하며, 주한 미국인들의 소개(철수)작전을 전개했죠. 둘째, 남한은 이 위기를 평창올림픽을 거쳐 남북, 북미 정상회담 국면으로 전환했어요.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용 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 등이 평화의 설계자가 된 거예요. 그러나 선 북미협상과 후 남북합의 실천을 이행전략으로 선택했어요. 남북합의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이행방안과 로드맵을 내놓지 않았고, 한미워킹그룹이 설치되었죠.

셋째,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국민들이 보기에 문재인 정부는 남북합의 이행과 대미 설득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어요. 물론 대미 설득과정에서 강한 충돌과 파열음도 있었지만, 동맹 사이에 회담이 외부로까지 알려지지는 않았어요. 우리측 전략가들의 발언을 보면, 유엔사와 한미워킹그룹이 한반도평화를 위한 역할이 아니라 오히려 방해하는 지점이 적지 않아 보여요.

어쨌든 전단 문제는 미국의 협력이 필요한 분야도 아니에요. 전단 문제를 보면 정부의 합의 이행 의지나 로드맵이 궁금해져요. 친정부 성향의 인사들이 '입은 있으나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어요. 만약 남북합의에 대한 정부 이행 의지를 거론하면, 보수 야권에 이용당할 가능성이 있어서 쓴소리를 못 하는 것 같아요."

- 그럼 유엔 안보리 제재는 이유가 안 된다고 보세요?
"유엔 안보리 제재는 분명히 문제가 돼요. 유엔 안보리 제재안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우리 정부가 준수해야죠. 그러나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은 행정명령 비슷한 방법으로 폐쇄한 것이잖아요. 물론 문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재개하면, 미국과 강한 충돌이 일어날 것이에요. 그렇다 치더라도 현재 북한하고 중국의 관계를 보세요. 중국은 북한을 미국과의 핵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하여 개별관광을 하고 있고, 많은 기술자 등을 초청하고 있잖아요. 더불어 유엔 안보리 결의안 내에서 인도주의적 지원 혹은 경제협력을 하고 있어요."

-  그러나 우리는 5.24 조치도 아직 풀지 않았어요,
"5.24 조치(이명박 정부 시절 대북 제재 조치)가 행정명령 성격이었으므로, 형식적으로 문 대통령의 결심으로 해결될 수도 있어요. 그러나 협상의 대상이 북측만 있는 것도 아니고, 미국과 남한 내부의 보수층과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요. 우리와 미국 측, 보수층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구조죠."

"우리 내부의 안일함도 존재... 성의 있는 이행 방안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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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평양 목란관에서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장으로 향하는 모습.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13일 장금철 통전부장 담화는 어떻게 보셨어요?
"하노이 결렬 이후, 특히 하반기에 김 위원장이 백두산에서 백마를 탄 모습을 공개하며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죠. 이후 남측 외교·안보 라인을 지속적으로 대화상대로 부정하며 정상 간의 약속이행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어요. 북측이 분노하는 담화를 하면, 우리 측은 문제의 심각성을 보기보다는 북측 내부의 급박한 상황에 따른 대화 의지로 보는 안일함이 있는 것 같아요.

일단 인민군 총참모부에 대적 활동에 대한 권한을 넘긴다고 했으니, 상당한 적대행위가 있을 것으로 전망이 되죠. 남북 통신선이나 개성연락사무소가 실제로 의미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에요. 과거 핵 설비 굴뚝 폭파와 같은 연출이 있었는데, 개성연락사무소도 극적인 방법으로 폐기할 가능성도 있죠. 미국 대선 일정과 6월 15일 남측 원 구성이 되면, 관련 법안 처리 여부, 외교·안보 라인의 대응에 따라서 북측도 준비된 행위가 있을 것으로 보여요."

-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가 최악의 상황이라는 견해도 있어요. 가능성 있을까요?
"9.19 남북 군사합의는 어느 정도 지켜지고 있는데, 핵농축, 남북미의 미사일 실험, F35와 같은 첨단무기 증강, 한미 군사훈련 등 설명하기 어려운 회색 부분이 있어요. 북측이 핵 개발하는 근본 이유는 첨단 재래식무기 전력 격차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값싼 비대칭 무기인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한 것이에요. 남북 전력 격차를 줄이는 목적도 있지만 국가와 정권의 체제 유지, 그리고 남북미 대화를 위한 다양한 수단이 되고 있거든요.

그런데 9.19 남북 군사합의를 완전히 파기하면, 남북미 대화를 다시 재개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추가돼요. 이를 저지하기 위하여, 남측이 남북정상 합의 내용을 이행하는 성의 있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이를 남북 정상회담이나 북측이 부정하는 현 외교·안보 라인을 제외한 대통령 측근이 특사로 전달하면, 일단 상황 악화를 막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요."

- 민주당이 판문점 선언 비준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하는데 북한 마음이 조금 풀릴까요?
"일단 북측이 이번에 주장하는 남북정상의 합의 이행이라는 구조적 문제와 적대적 활동으로 전단 문제를 대통령과 의회가 같이 대응하는 모습이 돼요. 따라서 북측도 주민을 설득한 동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되죠. 그러나 현재의 근본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합의 이행을 반대하고 있고, 우리 외교·안보 라인이 미국도 북한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죠.

민주 정부는 각 부처라든가 선거에 따라서 정책이 어느 정도 변하는 성격이 있지만, 권위주의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이 있고, 더불어 북측으로서는 민족 문제와 안보 문제가 직결된 사안입니다. 따라서 미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가 리비아식 해법(선 핵폐기 후 보상)을 고집하면, 북측도 새로운 길이라는 전략적 셈법을 대폭 바꿀 수는 없을 것이에요. 앞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 중요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 그럼 지금 상황은 문재인 정부와 대화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시는 거죠?
"문재인 정부 시기 남북관계를 구분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첫째, 2017년 전쟁 위기. 둘째, 2018년 평화의 설계. 셋째, 2019년 하노이 결렬과 남북 합의의 미이행, 넷째, 2020년 미국 대선과 전단 위기. 2017년 미국이 단독으로 개전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의 새로운 접근법에 의하여 평화로의 전환이 이루어졌어요. 평화의 설계를 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악수하게 만드는 위대한 성과를 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이행 로드맵을 만들지 않았고, 미국을 설득할 의지가 부족한 것 같아요. 이미 통신선이 단절되었고, 조만간 개성연락사무소도 파괴될 것입니다. 통신선이 없는 만큼, 정상이 만나거나 특사를 통한 해법밖에 없어요. 실제 통신선을 두절시킨 데에는 미국이 전부 도청한다는 문제의식도 있는 것 같아요."

- 김 제1부부장이 대남 총괄로 나선 것에 대해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은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하던데.
"박지원 전 의원 자체가 상당한 혜안을 가지고 있고, 각국의 다양한 지도자들과 비밀회담을 진행한 경험도 있습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김여정 부부장을 상당히 높이 평가했습니다. 박 의원에 의하면, 문재인 대통령과 북미 지도자가 '케미'가 잘 맞는다고 합니다. 김여정 부부장이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북미 대화를 주장했는데, 하노이회담이 결렬되자 강경 입장으로 선회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김여정 부부장이 남측에 상당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 의원의 해설은 오랫동안 현장 경험에서 나온 감으로 보입니다."

- 왜 대남 공격을 하는 데 김여정 부부장을 앞에 내세울까요?
"평창올림픽에서 하노이 정상회담까지 평화 프로세스 주역이 김여정 부부장이었어요. 김여정 부부장은 이미 북한 내부에서 핵심 실세이고 평화를 주도했습니다. 그런데 이 평화를 주도한 것이 지금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뼈아픈 실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대적 관계로 전환하는 것도 김여정 부부장이 여전한 실세로서 책임을 지는 모습인 거 같아요."

"군사적 행동에는 한계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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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남한 정부의 대응을 강하게 비난하는 가운데 각지에서 청년학생들의 항의시위행진이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 연합뉴스

 
- 지난 12일 북미정상회담 2주년 맞아 리선권 북한 외무상이 트럼프에게 "치적을 선전할 그런 보따리를 주지 않겠다. 싱가포르에서 잡았던 손을 계속 잡고 있을지 의문이다"란 담화를 내놨어요. 이전까지는 남한만 공격했는데 싱가포르 회담 파기할 수 있다고까지 언급한 부분이 중요할 거 같아요.
"북측이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국제정치는 현실이기에 미국과 대적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오바마 행정부 때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은 대화 상대이고,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보다는 문재인 대통령이 나은 대화상대이기 때문에, 이들을 정치적 위기로 몰아넣을 군사행동을 하는 것은 아마도 한계가 있을 겁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의 원로들이 북한의 강경 발언은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우리 생각에 북한은 획일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북한 내부에서도 고민하고 연구하는 씽크탱크들이 복수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 그럼 이번 일이 북미 관계에 영향을 줄까요?
"향후 미 대선에서 북미가 상당한 갈등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북측도 수위 조절을 하면서 면밀하게 바이든과 트럼프를 비교하고, 미국 내 스윙 스테이트(경합주)의 선거상황을 관찰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종철 #김여정 #6.15 남북 공동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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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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