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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호 대전교육감은 왜 '스쿨미투'에도 침묵할까

[연속기고1] 최영민(대전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등록 2020.06.16 15:41수정 2020.06.1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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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에 의한 상습적인 성추행 등을 폭로한 대전 S여중고 스쿨미투가 일어난 지 반년이 넘었지만 해당 학교와 대전교육청은 여전히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전S여중고스쿨미투공대위가 근본적이고 실천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글을 연속으로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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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S여중·고 성폭력 사건과 관련, '스쿨미투 대응 대전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2월 6일 오전 대전 서구 대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설동호 대전교육감의 책임 있는 해결을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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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2월 대전S여중고 스쿨미투 첫 기자회견에서 분노와 억울함으로 울부짖던 피해 학생 어머니의 음성이 생생하다. 학교에 대한 신뢰감 상실, 감당하기 어려운 자녀의 상처와 고통을 직면해야 하는 학부모의 마음, 그동안 자녀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한 자책과 미안함, 기자회견 이후 자녀가 받을 수도 있을 사후 피해와 학교생활에 대한 걱정, 발언 중간중간 터져 나오던 어머니의 한숨과 떨림, 그리고 기자회견에 동참한 사람들이 어머니의 아픔에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까지 고스란히 남아있다. 

첫 기자회견 이후 수개월이 지난 지금, 무엇이 달라졌을까? 대전교육청은 자체감사를 실시했고, 감사과정에서 스쿨미투 관련 사안만이 아니라 온갖 비리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사립학교법 한계 뒤에 숨어 몇몇은 가벼운 징계를 받았고, 검찰로 이첩된 사건은 조사 중이다. 법에 따라, 절차에 따라 합당한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하지만 법은 사건을 종결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학교내 성인권 침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주진 못한다. 대책 마련의 주체는 대전교육청이기 때문이다. 

S여중고 스쿨미투를 공동으로 풀어가자는 취지로 결성된 대전스쿨미투공대위는 여전히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의 행보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설 교육감은 대전시교육의 책임자이자 리더로서 사과도 없고, 스쿨미투 전수조사, 성평등전담기구 설치, 성인권 교육의무화 등 공대위 요구에 대한 경청의 의지를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대위는 첫 기자회견 이후 지속적으로 성명서를 내고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교육감 면담을 위해 찾아갔던 공대위 활동가들을 막기 위해 봉쇄해놓았던 교육청 1층 출입구처럼 여전히 불통이다.

이렇게 미온적인 대처로는 학교에서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스쿨미투를 멈출 수도, 가장 기본적인 인권 중 하나인 성인권을 보호받을 수도 없다. 학교가 성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해야지 재생산하는 젠더화된 공간이 되어선 안 된다.

민주주의가 극복해야 할 과제 중 우선과제는 성차별이고 시민의 기초적인 역량을 기르고 공동체 규범을 배우는 교육과정인 학교에서 성평등 교육은 의무적이다. 성폭력 예방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성평등 가치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성평등교육을 실시할 전담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디지털 성폭력, 불법촬영물 유통이 왜 남성들의 놀이가 되었을까 고민해야 하고, 학교는 이 질문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가해자 얼굴을 공개하는 것으로 성폭력의 문제를 해소할 수 없고, 스쿨미투 관련된 교사를 징계처분하는 것으로 학교 내 성인권, 성평등 문화를 만들어갈 수도 없다.

난 바둑의 세계는 모르지만 바둑을 두고 난후 바둑의 경과를 검토하기 위해 두었던 대로 처음부터 다시 놓아 보는 복기(復棋)과정이 삶에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2018년 이후 대전시교육현장에서 거듭되는 스쿨미투를 근절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의 성인권 보호 및 성폭력 대응과정을 꼼꼼히 돌아보고, 미비점과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대전S여중고 스쿨미투 사태를 본보기 삼아 학교 공동체구성원 누구도 성별에 따라 차별당하지 않으며 존엄하고 평등한 관계를 형성하며, 성평등한 학교가 될 수 있도록 교원 성평등교육 및 학생 성인권보호 대책을 조속히 내놓아야 할 것이다.
#스쿨미투 #대전 #대전교육청 #설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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