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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수업' 사망 초등 기간제 교사 수첩 "돌봄교실 너무 피곤"

[단독] 마스크 쓰고 발열체크, 긴급돌봄, 그리고 수업...유족들 "제주교육청 대응 분노"

등록 2020.06.16 18:59수정 2020.06.16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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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적어놓은 것으로 보이는 3월 스마트폰 수첩 내용 가운데 일부. ⓒ 제보자

 
'마스크 수업' 중 쓰러진 뒤 사망한 제주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가 자신의 스마트폰 수첩에 "돌봄교실 너무 피곤"이라고 적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교사는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진행하는 한편, 학생 발열체크와 긴급돌봄 업무까지 맡아오며 "너무 힘들다"고 유족에게 말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관련기사 : 제주 초등 기간제 교사, 학생 가르치다 쓰러져 사망  http://omn.kr/1nxtk)

사망한 제주 교사 스마트폰 수첩 살펴보니

16일 오후, <오마이뉴스>는 지난 11일 오전 제주 A초등학교에서 과학 교과전담 수업 중 쓰러져 12일 오전 사망한 B교사(58)의 남편과 두 명의 딸, 동료(전 초등교사) 등의 증언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오마이뉴스>는 B교사가 생전에 직접 기록한 것으로 보이는 스마트폰 수첩 내용을 입수했다. 이 수첩을 보면 B교사가 수업 중 쓰러진 11일은 학교 당직이었고, 사망한 12일은 학생들 발열체크를 담당하는 날이었다. 

특히, B교사는 수첩에 지난 3월 18~20일 3일간 '돌봄'이라고 적은 데 이어, "넘 피곤"이라고 자신의 심경을 적어 놨다.

고인의 남편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아내가 평소에 마스크를 쓰고 수업과 발열체크, 돌봄교실 등을 하면서 '(마스크 쓰니까) 숨을 못 쉬어서 생각보다 엄청 힘드네' 라고 말하기도 했다"면서 "워낙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 밝은 성격인데 그렇게 말해서 일이 힘들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1일 쓰러질 때도 마스크를 썼을 것이라 100% 확신한다"면서 "아내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바로 (학부모) 민원이 들어 온다'고 힘들다고 말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A초등학교 교감 역시 "고인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을 것"이라고 확인해줬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마스크 착용 여부에 대해 지역교육청(서귀포교육지원청)으로부터 전달받지 못했다"면서 "심혈관 질환으로 돌아가셨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인의 유족들은 모두 "1년 전부터 건강이 좋아져서 몇 개월 전부터 혈압 약을 드시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장례식장에 온 학교 관계자가 '고인이 무슨 병이 있었느냐'고 물어 경황이 없는 중에 '혈압이 높았다'고 말한 것이 심혈관 질환으로 와전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족들은 학교와 교육청의 행동에 대해서도 유감을 나타냈다. 지난 14일 발인 전까지 장례식장에 교육청 관계자가 단 한 명도 찾아오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제주교육청 "교육청에서 장례식에 가지 못한 것은 사실"

유족 가운데 한 명은 "학교 관계자가 두 차례에 걸쳐 고인이 순직 또는 공무상 재해 처리가 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면서 "교육청 인사들은 장례가 끝나기 전까지 단 한 명도 찾아오지 않았다"고 분노를 나타냈다. 그 동안 공무 중에 사망한 교직원에 대해서는 교육감 등 교육청 인사들이 조문하는 것이 관례였다.

이에 대해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저희가 혈관질환으로 사망했다고 보고를 받고 장례도 서울에서 급히 진행되는 바람에 문상을 가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A초 교직원 4명이 조문하고 서귀포교육지원청 교육장 명의의 조화를 보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앞으로 유가족 분들에게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민석 전교조 교권상담실장은 "2018년 시행된 공무원재해보상법에 따르면 기간제 교사도 공무상재해와 순직 인정을 받을 수 있다"면서 "고인의 경우 코로나19 비상상황에서 마스크 수업은 물론 방역활동과 긴급돌봄에도 참여한 점으로 미뤄볼 때 평소 지병이 있었더라도 이를 급격하게 악화시킨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공무상 재해와 순직을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교사노조연맹도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고인의 사망과 관련 현재 제주도교육청은 어떤 공식적인 입장이나 조사 결과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 모든 교사는 하루 4~5 시간의 마스크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정 기간 지역 감염 환자가 발생하지 않는 지역 등에서는 교사의 마스크 착용에 대한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을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제주 교사 사망 #코로나19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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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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