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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지방의회 출신 42명 모였다 "대선 뒤, 지방분권 개헌 기회"

[우리 모임을 소개합니다] 신생 포럼 '자치와 균형' 이해식 의원 인터뷰

등록 2020.06.21 18:49수정 2020.06.2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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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전국 최초 길고양이 급식소 사업 시행', '전국 최초 도시농업 조례 제정' (서울 강동구) 
'전국 최초 아동보건지소 설치', '전국 최초 청년 조례 제정' (서울 성북구)
'전국 최초 주민투표로 동장 추천', '전국 최초 비정규직 정규직화' (광주 광산구)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뿐 아니라 '아니, 구청에서 이런 일도?'라는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정책들이다. 기초지자체장으로 주목받았던 이들이 이번엔 국회에서 '작당모의' 중이다. 구청장 출신 초선 이해식(서울 강동을)·김영배(서울 성북갑)·민형배(광주 광산을) 의원을 포함, 지자체 행정이나 지방 의회 경험이 있는 42명의 의원들이 '자치 분권'과 '균형 발전'을 모토로 포럼을 결성했다. 

지난 4일 출범한 더불어민주당의 '자치와 균형' 얘기다. 발족 준비 간담회 땐 김태년 원내대표는 물론 이낙연, 송영길, 우원식, 김두관, 이광재 의원 등 당내 유력 인사들이 앞다퉈 집결해 눈도장을 찍었다.

3선 강동구청장 출신인 이해식 의원(초선·서울 강동을)은 16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자치와 균형 포럼은 1995년 민선으로 단체장을 뽑기 시작한 이후 지난 25년 동안 우리 사회에 지방 자치가 상당히 정착됐다는 걸 보여주는 또 하나의 방증"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의원은 "지금까지 지자체 출신 국회의원들도 있었지만 소수였고, 그마저도 뱃지를 달고 나면 자치·분권 이슈에 소홀해졌던 측면이 있었다"라며 "42명이나 되는 현역 의원들이 모여 공식적인 모임을 지속하기로 한 만큼 이번엔 구체적인 입법 성과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지방 분권 강화의 핵심으로 재정 자율권을 꼽았다. 이 의원은 "보다 근본적인 지방 자치가 되려면 예산과 조직을 관장하는 권한을 지방에 더 적극적으로 이양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중앙 정부의 각종 매칭 사업(국비와 지방비를 묶어서 하는 사업)으로 인해 지방 정부의 재정 자립도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 그럴수록 중앙으로부터 받는 교부금과 보조금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런 돈들은 모두 꼬리표가 붙어있어 지역별 상황에 맞는 창의적인 행정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지방분권 개헌에 대해선 "개헌의 핵심이 권력구조 개편인 만큼 정치적으로 정말 심사숙고 해야 한다"면서도 "2년 뒤 대선 이후 다음 정권 초기에 또 한번 지방분권 개헌의 호기를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청장 출신 김영배·민형배·김성환·이해식 등 주도, 이낙연·이광재 호응하며 급물살"

- 지난 4일 '자치와 균형' 포럼이 공식 출범을 알렸다. 포럼을 소개한다면?
"과거에도 지자체장이나 지방의회 출신 국회의원들이 있었지만 그 숫자가 소수였다. 그마저도 국회의원이 되고 중앙정치를 경험하면 지방 분권이란 이슈에 대한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평가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대로는 안 되지 않나. 여의도 중앙 정치의 논리로는 지방 자치 발전이 요원하다는 문제의식이 컸다.

지자체장을 경험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번 모여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번 21대 국회 민주당 의원 중 지자체장·지방의원·정무직 부단체장·시도지사 비서실장 출신까지 모두 합하니까 42명이나 되더라. 특히 이낙연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전남도지사 출신)이나 이광재 의원(강원도지사 출신) 등이 상당히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줘서 급물살을 탈 수 있었다. 의무가 많이 부과되는 연구회 형식이 아니라 좀 더 느슨하게 모이면서 학습하고 토론하는 자리로서 포럼 형태가 적합하다고 봤다. 이제 시작이라고 보면 된다."

- 주도한 건 누군가.
"포럼 사무총장을 맡은 성북구청장 출신 김영배(서울 성북갑) 의원을 비롯해 광산구청장 출신 민형배(광주 광산을), 노원구청장 출신 김성환(서울 노원병) 의원과 강동구청장 출신인 제가 초기에 많이 얘기를 나눴다. 광명시장을 지낸 양기대(경기 광명을), 경기도의원 출신 고영인 의원(경기 안산단원갑)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 모임 이름인 '자치와 균형'의 의미는?
"'자치'가 지방 자치를 뜻한다면 '균형'은 국가 균형 발전 아젠다다. 먼저 '지방 자치'의 개념은 지자체의 자율권을 강화하는 '단체 자치' 뿐만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주민 자치'의 확대를 지향한다. 지역 주민들이 그 지역의 행정과 복지 등을 결정할 권리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균형' 발전은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강조하셨던 국토 균형 발전과 맞닿아 있다고 보면 된다. 지금처럼 수도권에만 인구와 부가 집중되는 현상이 가속화돼선 결코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될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이다. 공공기관 이전 등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현재의 지방 소도시 인구 소멸을 막을 수 없다. 거점 도시 육성 등 더 공격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 4일 이후 또 모임이 있었나.
"발족 이후 운영위원회 회의를 한 번 한 정도다. 오는 20일 포럼 회원들과 지자체장, 광역·기초의원들이 모이기로 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공유하고, 구체적 현안으로는 한국판 뉴딜 관련 지방정부의 역할에 대해 토의가 이뤄질 것 같다."

- 한국판 뉴딜도 '자치와 균형' 의제인가.
"물론이다. 기본적으로 한국판 뉴딜은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가능한 사안이라고 본다. 한국판 뉴딜의 핵심 3요소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고용안전망 강화라면 그린 뉴딜이 특히 더 그렇다. 지금의 석탄·LNG 발전은 대규모 발전소를 짓고 한국전력을 통해 분배하는, 철저히 중앙 집중적인 시스템이다. 반면 에너지 전환 국면에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각광 받는 태양광, 풍력 발전은 어디서나 소규모로 설치해 자가 발전이 가능하다. 지자체가 의지를 갖고 인센티브 등을 통해 뛰어들면 그린뉴딜을 앞당길 수 있는 것이다. 지자체간 선의의 경쟁이 유발되면 더더욱 좋다."
 
- 인센티브라면?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을 통해 발생한 수익을 지역 주민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이익공유제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그린뉴딜에 동참하고 그 과실을 나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체적인 입법 조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논의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재정 분권... 현역 자치단체장 최고위원? 유리천장 깨져야"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 지난 1995년 당시 최연소 구의원(31세), 2008년 당시 최연소 구청장(44세), 2014년 서울시 최연소 3선 구청장(50세) 등 지역 정치 타이틀이 화려하다. 구청장으로 일하면서 느낀 가장 큰 답답함이나 한계가 뭐였나.
"너무 많지만 하나만 꼽자면 결국 재정 문제다. 지방자치를 처음 시작한 1995년에 지방 정부 재정 자립도가 62%였다. 지금은 50%로 악화됐다. 그동안 중앙 정부의 복지 매칭 사업 등으로 인해 복지비가 늘어나면서 지방정부에 많은 부담이 전가된 거다. 재정이 힘들어질 수록 지방은 점점 정부 보조금이나 교부금 등 의존 재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이런 의존 재원의 경우 돈마다 꼬리표가 붙어 있다. 여기에 써라, 저기에 써라 항목이 다 정해져 있어서 자율권이 없는 거다.

지역마다 현안이 다 다르고 그에 따른 처방도 다른데 예산은 용도가 정해진 채로 내려오니 창의적이고 지역 밀착적인 행정이 힘들어진다. 강동구청장 시절 큰 호응을 받았던 도시농업 텃밭 가꾸기나 길고양이 급식소 사업은 전에 없던 새로운 행정인데 그런 건 미리 예산이 확보돼 있을 리 없지 않나. 기존의 제약에만 얽매여 있었다면 불가능했을 성과였다."

- 지방 정부의 재정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지방자치법과 지방 재정법, 지방세법 등을 손봐 재정 분권을 강화해야 한다. 지방 소득세율을 인상해 지방 정부 재정을 확보해줘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지방의회법 제정을 추진하려 한다. 지방의회는 엄연히 헌법에 근거한 기관인데도 불구하고 지방의회의 설립과 운영에 대한 독자적인 법이 없는 상태다. 가령 '국회법'은 별도로 있는데 '지방의회법'은 없다. 현재 지방의회의 위상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거다. 단체장 권한만 강하고 의회 권한은 약하다는 '강시장 약의회' 얘기가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지방 정부 권한 강화를 외치는 한편 지방 의회의 역할도 함께 키워나가야 균형이 맞는다."

- 앞서 20대 국회에서도 실질적인 자치권·주민참여제도 확대 등이 포함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폐기된 바 있다. 자치와 균형 포럼에서도 위에서 언급한 입법 조치들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이어질까.
"그래야 하지 않겠나. 이전 국회까진 지방자치 출신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 하나의 집단을 구성한 적이 아예 없었다. 이번에 포럼까지 생기면서 논의의 밀도가 정말 달라질 거라고 본다. 다만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불발된 걸 봐도 알 수 있듯이 중앙 정부의 권한을 지방 정부에 넘긴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저항도 많다. 예를 들어 당장 관료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거다. 중앙 정부 소속 기관으로 돼 있는 국토관리청이나 환경청을 지방 정부로 이관한다고 쳐보자. 사실 직무상 그게 더 자연스러운데도 불구하고 관료 사회에선 국가직 공무원과 지방직 공무원의 차이를 제시하면서 반발이 생긴다. 비근한 예가 자치경찰제다. 국가 공무원이던 경찰이 광역 단체에 배속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했고 경찰 조직이 제한된 업무에 대해서만 자치경찰제를 허용하려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다만 자치 분권 의제도 너무 한꺼번에 조급하게 해결하려고 하면 일이 잘 안 풀리더라. 과거 기초단체장협의회장을 맡으면서 당 지도부와 만나 의견도 제시하고 회의도 해봤지만 결국은 잘 안 됐다. 국회에 들어와보니 왜 그런지 이해도 좀 된다. 당이나 지도부의 의지 문제라기보단 국회라는 공간 자체가 워낙 큰 이슈에 따라 함몰되고 시간을 많이 뺏기는 곳이어서 그렇다. 국회가 너무 많은 사안을 다루고 있고 감시해야 할 중앙 정부 행정이 너무 비대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중앙 정부도, 국회도, 권한의 상당 부분을 지방에 덜어내고 좀 더 깊게 국정을 다룰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 그동안 당 소속 지자체장들도 나름대로 자치와 분권 이슈에 대해 당 지도부에 피력했지만, 잘 안됐다는 얘기다. 그래서 현역 지자체장이 직접 최고위원으로 출마해 당 지도부 일원이 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앞서 지난 2015년 박우섭 당시 인천 남구청장, 2018년 황명선 논산시장이 '지방분권'을 내걸고 최고위원에 도전했지만 모두 낙마했다. 이번 8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출마해 '지방분권' 목소리를 대표할 인사가 있나.
"염태영 수원시장이 준비하고 있다. 물론 단체장이 최고위원직을 수행할 수 있겠냐에 대한 회의도 존재하긴 한다. 지자체장은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 빡빡한 지역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공무원인데 당 최고위원이 되면 일주일에도 세 번씩 회의를 하고 수시로 모임을 갖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도 하나의 유리천장이라는 생각이다. 앞서 두번 실패했는데, 이번에 한 번 그 천장이 깨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또 새로운, 개혁적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현역 지자체장이 직접 당 지도부에 들어가게 된다면 자치 분권 얘기도 훨씬 더 상시적으로,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겠나."

"지방 분권 개헌, 차기 정부 초기에 호기 올 것"

- 자치 분권 개헌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미 지난 2018년 청와대에서 발의했다가 불발된 개헌안의 핵심 중 하나도 자치 분권이었다. 자치 분권 개헌에 대한 입장은?
"좌절되긴 했지만 2018년 3월 청와대가 제안한 자치분권 개헌안은 정말 획기적이었다고 본다. 헌법 전문에 '자치와 분권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들어갔고 헌법 1조 3항을 추가해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를 지향한다'고 못박았다. 조례 등 자치 입법권을 중앙 부처의 지침이나 예규보다 하위에 둬서 자자체에 늘 독소조항이었던 헌법 117조의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부분을 없앴다. 자치 입법권을 넘어 자치 재정권, 자치 행정권, 자치 복지권까지 나아가는 데 개헌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 개헌의 시기는 언제가 적당하다고 보나.

"자치 분권만 따로 개헌 할 수는 없지 않나. 개헌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권력구조 개편인데 그게 수면 위로 올라오면 정치권 전체가 난리가 나고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거다. 지금 국회 원구성 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개헌은 얼마나 힘들겠나(웃음). 운동 차원에서 꾸준하게 제기할 문제이긴 하지만 정치권에서 실질적으로 개헌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이냐에 대해선 정말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 2년 뒤에 있을 대선 땐 개헌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될 거란 예측이 많다.
"역대 대선이 다 그렇지 않았나. 집권 초에 개헌한다고 해놓고 다 잘 안됐다. 다만 다음 대선(2022년) 이후에도 국회는 아직 2년 임기가 남는다. 다음 정권 초기에 또 한번의 호기를 우리가 맞게 될 것이다. 범여권이 190석 정도 되는데 미래통합당만 동의해주면 다음 정부 쯤엔 개헌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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