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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사기당했다 생각... 7월 27일까지 긴장 계속될 것"

[인터뷰] 북한문제 전문가 박종철 교수가 본 남북관계 악화 원인과 전망

등록 2020.06.18 11:31수정 2020.06.18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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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파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북한이 지난 16일 오후 2시 50분경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연락사무소 뒤쪽 15층짜리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외벽 유리창이 폭파 충격으로 부서지고 있다. ⓒ 연합뉴스

 
왜 북한은 대북전단에 분노하며 과격한 대남 성명을 쏟아내고 있을까. 남북 직통 연락선 차단에 이어 왜 4.27 판문점선언의 상징인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까지 폭파했을까.

북한 문제 전문가인 박종철 경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는 지난 1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이 화가 난 직접적 원인은 일부 극단적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전단"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남북관계가 악화일로에 치닫고 있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국 불을 지핀 건 북을 향한 원색적 비난을 담은 대북전단 살포 행위라는 분석이다.

특히 그는 일부 탈북자 단체들이 뿌리는 대북전단 중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한 사진도 담겼다며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한) 심리전과는 아무 관련 없고, 북한 주민들이 생각하는 최고 존엄(김정은)을 음해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폭파를 선택하며 남한에 경고장을 보낸 것 역시 상징성이 있다고 봤다. 박 교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정부 건물이다. 현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작품이다. 그런 의미가 있으니 그 건물을 폭파하며 남측에 분노를 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왜 하필 남북 대화의 주역인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대남 비판의 선두에 섰을까. 앞으로 남북관계는 어떻게 될까. 이후에도 '김여정 담화'가 예고한 대로 진행되며 남북관계가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지는 건 아닐까.

박 교수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전면에 나선 배경에 '책임질 사람'이 필요하다는 정치적 고려가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향후 남북관계가 회복되는 식으로 상황이 달라지면 누군가는 악화됐던 남북관계를 책임져야 하는데, 그 역할을 김정은 위원장이 아닌 김여정 제1부부장이 맡았다는 뜻이다. 김 부부장이 2018년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결과적 실패를 책임지기 위해 전면에 나선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과 맥이 맞닿아 있는 지점이다.

북-중 관계와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박 교수는 2018년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알아낸 바 있다. 또 지난 4월 일부 보수인사들이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제기할 때 '건재하다'며 맞섰다. 그는 4월 26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언론에 나타날 시기를 5월 초로 예상했는데, 실제로 김 위원장이 5월 1일 평안남도 순천 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건재를 과시했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전화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대북전단 살포, 정부 대응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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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문제 전문가인 박종철 경상대 교수. ⓒ 박종철

 
- 최근 남북관계가 나빠진 원인은 무엇일까.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북한이 화가 난 직접적 원인은 일부 극단적 탈북자단체들의 대북전단 때문이다. 대북 전단 내용을 보면 심각하다. 반인륜적·성적인 내용이 들어있다. (북한 주민을 상대로 한) 심리전과 아무 관련이 없다. 심리전이라면 남한이 잘 살고 북한 경제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데, (이들이 살포하는) 전단은 그런 게 아니다. 북한 주민들이 생각하는 최고존엄(김정은)을 음해하는 내용이다.

강화도 교동도에서 전단을 하늘에 띄우면, 대부분 남한 쪽으로 날아오고, 일부 접경지대에 떨어진다. 북한 주민들이 대북전단을 보면 당국에 신고하게 되어 있다. 반인륜적인 내용을 보고 주민들이 놀란 것이다. 대북전단의 효과가 있는 게 아니라, 탈북자와 이를 묵인한 남한 당국에 반감이 생기는 것이다.

대북전단이 북측 주민들 사이에 일파만파 소문이 났다. 중앙에서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게 됐다. 그렇다 보니 북한 정부도 (대북전단의 존재 사실을) 공개를 해버렸다. 그러니까 단위별로 과잉 충성 경쟁을 하게 되고, 군중대회까지 열게 된 것이다."

- 일부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했을까.
"김여정 부부장이 대북전단 문제를 지적하는 담화를 냈는데 외교안보라인이 반응하지 않았다. 대북전단 살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규제했다. 그리고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에 민간인이 들어가려면 신분증과 물품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불법 대북전단이 살포됐다는 건) 이런 통제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고, 이게 사실상 북한 당국을 자극했다. 4.27 판문점선언 당시 전단 살포나 확성기 방송을 하지 않기로 양국 정상이 약속을 했었다. 그런데도 뿌렸다. 북측의 입장에서 볼 때 남측은 기본적으로 합의 실천 의지가 없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북전단에 대해 현행법을 가지고도 체포할 수 있다고 했고 즉시 관계자를 색출해 살포 금지하라고 통보를 하고 있다. 그런데 외교안보 부처는 무대응하다가, 상황이 심각해지니 법안을 만들어서 규제한다고 했다. 북측 입장에서는 남측이 남북 합의를 실천하지 않은 채 미국과 북한 탓만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대북전단 살포 행위로 접경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자, 군 당국은 민간인 통제구역인 민통선 이북 지역 출입자의 신원 확인을 철저히 하고 출입 승인 절차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지난 10일 밝혔다. - 편집자 말)

- 북한이 최근 남한에 강경하게 나오는데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북측은 미국의 대북제재로 힘든 데다 남측은 정상 간 했던 합의도 안 지키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까지 터졌다. 비공식 무역까지 다 중단되면서 경제가 어려워졌다. 경제 악화에 따른 내부 불만을 외부로 돌릴 필요성도 있다고 본 것 같다.

또 북한은 남한이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합의를 이행할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9.19 합의의 주요 내용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도로와 철도의 현대화, 산림 현대화다.

그런데 북측 입장에서는 남측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뿐더러, 그 이유도 북측에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고 있다. 남측 국민들에게도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북측은 남측이 계속 미국 탓만 한다고 본다. 북측은 남측이 유엔사와 한미워킹그룹(한미 간 북핵 협상 협의체) 탓으로 돌리는데, 이 지점에서 북측이 열을 받은 게 아닐까."

"김여정, 남한에 사기당했다고 느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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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묘소의 김여정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2일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묘에서 김 위원장을 수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은 북한이 대남 조치를 하나둘 실행하고 있다. 먼저 남북 직통 연락선을 끊었고, 지난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북한 내) 군부에서 충성 경쟁을 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 볼 때 남의 땅에 있는 건물이고, 남한이 약속도 안 지키는 데다 같은 민족이 아닌 것 같은 상황이다 보니 (북한) 군부에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관련 시설물의 파괴까지 주장하고 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대한민국) 정부 건물이다. 현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작품이다. 그런 의미가 있으니 그 건물을 폭파하며 군부 내부를 견제하고, 남측에 분노를 표시한 것이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여정 부부장 등 북의 대화파들이 1년간 징계를 받다시피 했다. 김 부부장 입장에서 봤을 때, 2018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남측의 한반도 평화 설계자들이 설계만 해놓고 시공을 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사기당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현재 외교안보라인과 결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듯하다."

- 북한은 '남한이 대북 특사 파견을 제안했으나 김여정 부부장이 거절했다'고 17일 밝혔다.
"우리 정부가 특사를 제안한 건 6월 15일이다. 북한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계획을 6월 초부터 세워 놓았으니 특사를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폭파하지 않으면 주민들이 북한 지도부를 비난할 것이라 봤을 수도 있다.

하노이 결렬의 책임이 미국과 볼턴 전 보좌관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중재자인 남측의 외교안보라인에도 있다는 게 북한 내부의 시각이다. 그렇다 보니 우리 정부가 대북 특사를 보낸다고 해도 북측이 받을 수 없었을 테다. 그리고 특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어야 하는데, 현재의 외교안보라인은 미국 이익만 보호한다고 북한은 보는 것이고, 그러니 그 분들을 특사로 인정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향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북측에 약속한 내용을 공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왜 김여정 부부장이 전면에 나서고 있나.
"김여정 부부장의 부각 이유를 알 필요가 있다. 김 부부장은 하노이 결렬 이후 1년간 징계성으로 조용히 지냈다. 그러면서 올해 초 우리 외교안보라인을 비난하면서 다시 등장했다. 지금은 남북관계가 좋지 않지만, 앞으로 관계가 좋아진다면 북한 내부에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다고 그 책임을 김정은 위원장이 질 수 없다.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지금의 긴장 국면을 책임질 사람이 필요하다. 최근 김여정, 리성권, 김영철, 장금철의 '막말' 성명 발표가 나왔다. 남북 대화 물꼬가 트이고 관계가 좋아지면 자신들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할 사람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김 부부장이 궂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강대강 상황 올 수도... 이후 한 달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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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탈북민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한 담화를 낸 4일, 통일부가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한 입장을 냈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 대변인 브리핑에서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위협을 초래하는 대북 전단 살포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며, "접경지역 긴장 조성 행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긴장 해소방안을 이미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2016년 4월 2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탈북자 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날리는 모습. ⓒ 연합뉴스

 
- 앞으로 남북관계는 어떻게 될까.
"(담화에서 예고한 대로) 한 달에 걸쳐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관련 시설 일부를 철거하고, 군대를 주둔시킬 것이다. 서해 NLL(북방한계선) 일대에서 군사 훈련을 하고 해안 방사포를 정비하고 탄도미사일 설비도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정전협정일인 7월 27일까지 계속 여러 긴장 상황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해안 등에서 긴장 국면이 만들어질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한 달 내에 남북합의 사항의 실천방안을 북측에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남측 일부 인사들 주장대로 한미워킹그룹이 문제라면, 이런 임시기구(TF)는 해체해야 한다고 압박할 것이다. 더불어 미국과 합의가 필요한 부분은 북미 직접 합의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만약 한 달 내로 약속 이행을 위한 남북 정상 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북한은 남북 대화를 중단하고 중국 쪽으로 더 많이 기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 관계도 좋지 않다. 미국은 대선 국면이고 우리나라도 내년이면 대선 국면이다. 미국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북한이 핵이나 탄도미사일과 관련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해 남북미 대화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전쟁은 하지 않겠지만 '강대강' 상황이 올 수 있다. 총을 쏘지는 않겠지만 한반도가 미중 대립의 최전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중국으로 더 붙으면서 미국 압박의 방패막이로 삼으려 할 것이다."
#박종철 교수 #김정은 위원장 #김여정 제1부부장 #남북공동연락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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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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